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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내가 만난 사람들과 함께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충북 옥천군에는 매달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들 담아내는 잡지가 발행되고 있다. 모두가 도시로 향하고 농어촌을 잊고 사는 요즈음, 작은 농촌의 삶이 도시의 근간이 된다고 믿고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잡지 〈월간 옥이네〉(누리집 goraesil.co.kr/월간옥이네) 이야기다.

지난 6월 12일, 청년학당의 '삶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현장탐방' 강좌를 통해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월간 옥이네〉를 재밌게 본 독자로서 무척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 이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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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구미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누리 편집장은 어린 시절 모두들 도시로만 가려고 하는 풍토에 반감이 있었다고 한다. 대학이든 취업이든 나이가 들면 도시로 떠나는 게 당연했고, 그런 의식이 자연스럽게 지역을 비하하는 감정으로 발전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은 대구나 서울로 놀러 가는 게 익숙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곳에서 자랐고 부모님도 살고 계시는데 내 토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도시가 아닌 농촌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지역 언론 〈옥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박누리 편집장은 옥천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주변 사람들이나 취재원, 지역 주민들은 이따금 '언제 서울로 갈 거냐'고 물었고, 지역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큰 도시로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런 경험을 하며 슬프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다고 한다.

왜 다들 도시로 못 가서 안달일까? 이런 고민을 선배 기자들과 나누면서 만들어진 게 사회적 기업 '고래실'이다. 지난 2017년 창립해 〈월간 옥이네〉를 발행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의 숨결을 담은 출판물을 만든다. 또 옥천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마을여행 코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만화카페이자 문화창작공간 둠벙을 통해서 여러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고래실에서 하는 여러 활동은 문화 행사에 소외된 옥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청년학당 [삶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현장 탐방] 강좌 풍경
 청년학당 [삶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현장 탐방] 강좌 풍경
ⓒ 이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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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에는 서울 강북구 인수동 〈어진이마을〉 기자들이 참여해서 마을신문에 대한 고민 담긴 이야기들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 참여자는 "〈월간 옥이네〉에는 생생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다양한 기삿거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마을신문을 발간하며 '어떤 이야기들을 담으면 좋을까', 하는 실제로 품고 있는 고민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사람 사는 곳엔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지 숨겨진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박누리 편집장은 기사도 결국 사람 문제고 관계의 문제라며,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잘 맺으면 이야기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창간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옥천신문〉이 든든한 기반을 닦아 제보가 많기도 하지만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왜 이렇게 생각할까?' 질문하고 생각하고 직접 이야기 듣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다른 참여자는 "옥천에는 이미 관계 기반이 잘 닦여져 있는 것 같은데, 이사가 잦은 도시에서는 어떻게 하면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누리 편집장은 "도시와 농촌은 토대가 완전히 다르다"며 "지금은 잘되지 않더라도 노력하면 나중에 누가 와서 씨를 뿌렸을 때 조금 더 쉽게 싹이 트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응원의 말을 건네주었다.

준비해 온 이야기 나눔과 질의응답까지 2시간을 숨 가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끝으로 박누리 편집장은 〈월간 옥이네〉가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눠 주었다.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등 여러 과제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여러 질문에 답하는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같은 가치에 공감하는 데서 나오는 힘이었을까. 어쩌면 앞서 나눈 이야기처럼 〈월간 옥이네〉가 걸어온 걸음이 이미 전국 곳곳의 지역 언론, 마을 언론의 든든한 토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태그:#청년학당, #월간옥이네, #글쓰기, #삶에서시작하는글쓰기현장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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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강북구 인수동 <어진이마을 신문>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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