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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이 남구에 게시한 현수막
 진보당이 남구에 게시한 현수막
ⓒ 진보당 부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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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에서 정당의 현수막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수막 내용은 '부산 남구청 예산집행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었고, 게시자는 진보당이었습니다. 이들 현수막의 철거는 정당한 행정처분일까요,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권한남용일까요. 

지난 12일 진보당은 '작년 남구가 주민에게 쓰지 않고 묵힌 돈 614억'에 달한다면서 '우리 세금 어디 쓸지 우리가 결정합시다. 의견을 남겨주세요'라는 현수막 13개를 남구에 게시했습니다.   진보당은 2020년 남구청의 순세계잉여금(수입-지출-다음연도 이월금-보조금집행잔액) 614억원은 그만큼 주민에게 복지·행정서비스를 적게 제공한 결과이며, 올해도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순세계잉여금이 내년엔 주민 요구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주민요구안을 모으는 주민운동을 펼치며 이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게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구청에서 발간한 결산서. 2020년 순세계잉여금은 614억원으로 나와있다.
 남구청에서 발간한 결산서. 2020년 순세계잉여금은 614억원으로 나와있다.
ⓒ 부산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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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청은 14일 오후 6시께 진보당의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며, 철거 사유로 "정당의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 외에 게시될 경우 불법"이며, "해당 현수막은 '주민에게 쓰지 않고 묵힌 돈'이란 문구로 남구청이 의도적으로 예산을 남긴 것처럼 표현하였기에 사실 관계에 맞지 않아 부서 논의 결과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진보당은 성명서를 통해 "정당한 정당 활동을 행정력을 동원해 방해"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며 "독재 행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불법 여부, 사실관계 여부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지정게시대 외에 게시된 정당현수막의 불법 여부는 계속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정당법에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옥외광고물법에는 지자체가 지정한 게시대가 아닌 다리, 전봇대, 가로등, 가로수 등에 게시된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법 사이에 상충되는 대목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법제처는 지정게시대 외의 정당현수막은 불법이라고 행정해석을 했고, 이를 근거로 지자체에서는 철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막고 정치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반론도 크기에 암묵적인 합의나 내부 게시기준을 마련해 일정기간 정당현수막의 게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산남구청도 2019년 9월 17일 각 정당 및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정책 홍보 현수막 게시 준수사항을 마련한 후 집중단속기간(매월 2, 4주) 외에는 직접적인 주민 불편과 민원을 야기하지 않는한 정당 및 기관 현수막을 게시를 허용해왔습니다.
남구청이 각 정당 및 기관에 보낸 현수막 관련 업무연락
 남구청이 각 정당 및 기관에 보낸 현수막 관련 업무연락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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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에도 남구 곳곳에 학교운영위원협의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현수막은 그대로 게시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진보당의 현수막만 불법이라 철거했다는 남구청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현재에도 남구 곳곳에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현수막은 게시되고 있다
 현재에도 남구 곳곳에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현수막은 게시되고 있다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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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순세계잉여금을 '쓰지 않고 묵힌 돈'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남구청은 순세계잉여금은 예산집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남은 것이지, 일부러 묵힌 것은 아니기에 이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세계잉여금을 '쓰지 않고 묵힌 돈'으로 표현하는 것은 각종 언론에서도 사용하는 일반적인 표현이며, 남구청도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를 통해 남구의 과도한 순세계잉여금은 '비효율적인 예산운영'이며 '예산총계주의와 균형재정 실현에 반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진보당의 비판이 사실이 아니라는 남구청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부산남구청이 발행한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에도 순세계잉여금의 문제점이 나와있다
 부산남구청이 발행한 ‘2020회계연도 결산검사의견서’에도 순세계잉여금의 문제점이 나와있다
ⓒ 부산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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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를 살펴볼 때 남구청의 이번 현수막 철거는 구정을 비판하는 현수막만 '족집게 철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입니다.

남구청의 해명과 더불어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좀 더 세밀한 정당 및 기관 현수막 설치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그:#부산남구, #순세계잉여금, #묵힌돈, #현수막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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