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5 09:52최종 업데이트 21.06.25 10:33
  • 본문듣기
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도시빈민과 노회찬 ③에서 이어집니다.)
 

2010년 진보신당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과 함께 중앙 및 서울 선거공약 발표 중인 노회찬(앞줄,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서울') ⓒ 노회찬재단

 
살맛행동 "빈곤과 차별 문제에 가장 관심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2010년 5월 31일 빈곤사회연대 50여개 빈민운동단체로 구성된 '빈곤과 차별없는 살맛나는 우리동네 만들기 행동'('살맛행동')이 네 명의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보낸 '빈민운동 5대 요구에 대한 질의서'의 답변 결과를 공개했다(빈곤과 차별 문제에 관심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비마이너>, 2010.6.1.).


'살맛행동'에 따르면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래연합 석종현 후보에게는 요구안이 전달되지 않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고,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만이 답변을 전달했다. '살맛행동'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구한 것은 ▲뉴타운·재개발 전면 수정 ▲빈곤층과 장애인에 대한 복지지원 대폭 확대 ▲안정적 일자리와 생활임금 보장 ▲홈리스 지원 조례 제정 ▲노점상 관리대책 철회·생존권 보장 등 5가지였다. 다섯 요구에 대해 노회찬은 이렇게 대답했다.

- 뉴타운·재개발 전면 수정 관련: "모든 사업지역의 추진 형황을 점검해, 법정 요건이 갖춰지지 않고 사업 타당성이 없는 곳을 지정 해제하겠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전면 재평가', '도시계획 배심원제를 통한 참여의 확대' 의견도 밝혔다.

- 사회복지서비스 확대와 안정적 일자리, 생활임금 보장 관련: 일자리 확충과 보편적 사회서비스 확충이라는 과제를 결합시켜 '보편적 복지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복지 공약을 제시했다.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를 위해 '고용-복지 나눔센터'를 자치구마다 설치하고,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안정기업우대제 실시로 민간기업의 고용안정 유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순차적인 정규직 전환 ▲서울시 및 산하 기관 노동시간 단축 및 신규채용계획안 마련 등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 홈리스지원 조례제정, 노점상 생존권 보장 관련: 홈리스지원 조례를 적극 검토하고, 중앙정부에 홈리스 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요청할 것이며, 용역폭력을 근절하고, 노점상 인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살맛행동'은 노회찬 후보의 대답에 대해 "사회서비스 대책 공약을 보면 '시장화'에 대한 분명한 비판적 기조를 견지하고 있어, 기존 사회서비스 시장화로 인한 폐해들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홈리스 정책과 관련해 "정책 결정에 있어 홈리스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기로 함으로써 그간 서울시 정책이 일방통행식으로 실시되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홈리스 대중들의 현실에 입각한 정책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자리의 개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취해온, '저임금비정규직단기' 일자리 대거 창출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회찬, 민중과 함께 살아가려는 삶이 무척 아름다웠던 사람

-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마지막 유언을 남긴 故 노회찬 국회의원이 국민의 곁을 떠난 지 일 년을 맞이했다. … 거침없고 대중 친화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얻으며, 진보 진영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그는 이승을 떠나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노회찬 의원은 빈민의 영웅이었다." (아주경제, 2019.7.17.)

- "노회찬 동지! 잘 계시나요? 보고 싶습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 동지와 함께 걸었던 20년 진보정치의 길이 떠오르네요.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을 97년 대선판에 끌어들인 노회찬의 끈질긴 작업에 나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지요. '국민승리 21'의 대선 운동으로 시작된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은 맨 손, 갈쿠리로 황무지 자갈밭을 가꾸는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헌신밖에 없었지요. 그 한복판에 노회찬이 있었습니다. 2000년 1월 노동자, 농민, 빈민이 중심이 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날의 그 감격, 눈물이 떠올라 당신을 목매어 부릅니다.

… 살려야 할 것은 살리고 죽여야 할 것은 죽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진보정당의 혁신이 이뤄질 것입니다. 노회찬 정신이 구현될 것입니다. 그 날은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 날을 기다리며 노회찬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노회찬, 노회찬, 노회찬." (고 노회찬 의원 2주기 추모제 권영길 추모사, 2020.7.18.)

 

2020년 7월 18일 고 노회찬 의원 2주기 추모제에서, 권영길 당시 평화철도 상임대표 추모사 ⓒ 평화철도

 
"왜 노회찬이냐?"

'한국 도시빈민 인권운동의 대모', '난곡의 어머니' 김혜경(전 민주노동당 대표, 세례명 사라)은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회찬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민심이 천심이고, 민심이 곧 당심이다. 개별적 의정활동만이 아니라 창당 시기부터 그동안 일관되게 당을 국민들에게 알려내는데 헌신한 노회찬 후보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크다."

"이번 대선 국면이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탈피하고 국민들 속에서 호흡하면서,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판단과 어떤 후보를 내세워 당 중심성으로 뭉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노회찬 후보가 저의 이런 고민들의 해결 지점이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당파는 있을 수 있고, 당 안에서의 정파는 의견을 모아 당을 발전시킬 수는 있지만 당을 초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당중심의 신념으로 당을 끌고 나갈 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고, 노회찬 후보가 특정 정파에 기대지 않는 당 중심의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돼 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노회찬 후보 부인되는 김지선씨 또한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시작한 30년 전부터 알고 지내 왔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언제나 처음처럼 일관되게 욕심 없이 대중과 함께, 민중과 함께 살아가려는 삶이 무척 아름다웠다. 넉넉한 마음으로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2000년 12월 16일 민주노동당 서울서부지부 송년의 밤, 김혜경 부대표와 함께 한 노회찬(왼쪽) ⓒ 노회찬재단

  
2000년 12월 16일 민주노동당 서울서부지부 송년회 및 여성위원회 창립 기념식에서 김혜경과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방북단 대표로 북한을 방문(2000.10.9~14)했을 때 배운 노래인 '심장에 남는 사람'을 함께 불렀다. 실향민인 노회찬과 황해도 해주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김혜경에게는 노랫말이 더 남다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도시빈민에게,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추모글을 쓴 가난한 이들에게 노회찬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노랫말처럼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빈민운동의 대모 '사라 언니이자 누나' 김혜경이 밝힌 것처럼 노회찬은 "언제나 처음처럼 일관되게 욕심 없이 대중과 함께, 민중과 함께 살아가려는, 무척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떠났다.
 

고 노회찬 의원. ⓒ 노회찬재단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 '농민과 노회찬'은 6월 29일, 7월 2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