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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관련 기사 : 하남을 알려면 미사리 선사유적부터 알아야 합니다)에 이어 하남역사박물관을 계속 돌아보자. 이성산성 전시실을 지나면 규모가 거대한 철불과 여러 불교 관련 유물들이 눈에 띈다. 정면에 보이는 철불은 현존하는 철불 가운데 가장 큰 불상인 하사창동 철조 석가여래좌상이다. 

진품은 중앙박물관에 있지만 장인의 솜씨로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해설사 얘기로는 이 불상을 전시실 내부로 들이기 위해 박물관이 완공되기 전 어렵게 운반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만하다. 불교 관련 유적이 많은 하남답게 풍부한 유물들을 이 전시실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행정중심지로서의 하남의 위상을 살필 수 있는 곳 
 
하남역사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는 그 시절 옛 풍경 하남역사박물관에는 고대 역사 유물 말고도 예전 하남의 모습을 재현한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은 흥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하남역사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는 그 시절 옛 풍경 하남역사박물관에는 고대 역사 유물 말고도 예전 하남의 모습을 재현한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은 흥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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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층으로 내려가면 예전 광주향교가 위치했던 행정중심지로서의 하남의 위상과 한양의 배후 지역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왕래와 물류 유통이 활발했던 흔적들을 두루 살필 수가 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수많은 초상화를 보며 하남이란 지역을 단순히 서울의 위성도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겠구나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하남의 역사 전시는 근대 관련으로 이어지는데 어르신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아이들은 신기함을 맛보게 해주면서 세대 간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훌륭한 박물관을 만나게 되니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단순히 구색만 갖춰 놓은 먼지만 쌓인 박물관이 아니라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체계적으로 역사와 스토리를 녹여낸 박물관이 전국 각지에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남의 유적은 대체적으로 춘궁동 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에 숨어있는 두 개의 석탑도 볼 수 있고, 신비로운 마애불과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향교도 있다. 하지만 나의 첫 출발지는 하남 위례성이라 추정되는 신비로운 이성산성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도 생소한 지명이라 탐사에 다소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각오도 단단히 했다. 이런 웬걸? 깔끔하고 잘 정비된 주차장은 물론이고 안내판도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이제 이성산성으로 올라가 초기 백제의 역사를 더듬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남 이성산성은 춘궁동 이성산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계곡을 감싸면서 돌로 쌓은 삼국시대 산성이라 할 수 있다. 이성산성이 주목을 받은 계기는 1986년부터다. 연차적인 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성문지, 저수지와 좀처럼 보기 힘든 건물 양식인 다각형, 장방형 건물지가 드러났고 거기서 목간, 요고, 쇠말, 조각품, 벼루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이성산성의 육방형 건물지 이성산성은 하남위례성의 추정지라 여길 만큼 풍부한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 지금도 건물지가 남아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 이성산성의 육방형 건물지 이성산성은 하남위례성의 추정지라 여길 만큼 풍부한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 지금도 건물지가 남아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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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대체적으로 잘 닦여있어서 편안한 이성산성 탐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산의 비탈을 따라 성벽이 둘러싸여 있어서 경사가 꽤나 급하다. 때는 여름이라 풀도 무성하게 자라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물이 고여있는 저수지와 건물터를 보면서 예전 성터와 삼국시대의 생활상에 대해 나름 추측할 수 있어 좋았다. 답사하기 이전에 하남역사박물관을 먼저 둘러봤던 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이성산성을 탐방하다 보면 어느새 이성산의 정상부에 다다르게 되고, 그 앞에 펼쳐지는 멋진 전망을 보너스처럼 만끽할 수 있다. 바로 앞에는 거대한 중부고속도로와 함께 수많은 차량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물류가 지나가는 주요 지점들을 살펴보며 고대의 이성 산성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을 해본다. 
 
이성산성에서 바라본 하남의 풍경 이성산성의 정상부에 오르면 밑에는 중부고속도로와 하남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투가 펼쳐졌을까 추측해 볼 수 있었다.
▲ 이성산성에서 바라본 하남의 풍경 이성산성의 정상부에 오르면 밑에는 중부고속도로와 하남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투가 펼쳐졌을까 추측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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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물산들이 이성산성을 거쳐 남한산성을 지나 남쪽으로 지나갔을지도 모르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리고 조망이 무엇보다 훌륭했기에 이 성을 탐내려고 삼국의 국가들끼리 수많은 혈투가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성산성에서 시작된 하남의 역사 탐방은 맞은편에 위치한 동사지로 이어진다. 동사지로 가기 위해서는 낚시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춘궁 저수지를 지나 외각 순환도로의 굴다리를 건너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속에 고개만 빼끔 내밀고 있는 두 기의 석탑이 보일 것이다.

뒤편에 새롭게 재건된 동사가 있지만 나의 관심은 오로지 쓸쓸한 폐사지다. 건물도 오래전 불에 타 없어지고, 스님들도 불자들도 더 이상 찾지 않는 외로운 탑만 남아 있는 곳. 혼자만의 상념을 즐길 수 있기에 다른 절보다도 절터를 다니는 것을 선호했던 나다.

동사지에서는 '광주 동사(廣州桐寺)'라고 써진 기와는 물론 금동불상과 도자기, 동으로 만든 불 기류 등이 출토되면서 고려시대까지 동사가 상당히 번영했음을 짐작게 한다. 현재도 동사지 일대는 발굴 조사로 인해 좀처럼 절터로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하남의 동사지 삼층, 오층석탑 하남에는 고려시대 무척 번성했던 동사의 터가 남아있다. 각기 다른 양식의 석탑은 그 당시 하남의 번영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 하남의 동사지 삼층, 오층석탑 하남에는 고려시대 무척 번성했던 동사의 터가 남아있다. 각기 다른 양식의 석탑은 그 당시 하남의 번영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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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면에는 초석만이 남겨진 금당터가 보인다. 금당의 규모는 정면 7칸 측면 6칸의 2층 불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경주의 황룡사 금당에 필적한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의 저수지까지 이 일대가 동사의 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 근방에서 멀지 않은 여러 불교 유적지와 묶어 생각해본다면 예전 하남은 골짜기마다 사찰들이 있던 불교가 번성했던 도시가 아니지 않았을까? 금당터 바로 뒤에는 폐사지의 자랑거리인 보물 12, 13호인 동사지 삼층, 오층 석탑을 마주하게 된다.

크기도 양식도 다른 두 기의 석탑을 나란히 보기란 쉽지 않은데 어떤 사연에서 그리되었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둘 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이지만 하나는 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을 취하고 있고, 오층 석탑은 충청도 지역에서 접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전 동사는 수많은 지방에서 흘러온 사람들의 종교적 안식처로서 기능했고, 나아가 동사가 있는 하남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도시로서 번성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제 그 여정은 곧바로 광주향교로 이어진다. 교산동의 너른 들판에 자리한 광주향교는 지금은 하남시에 속해있지만 과거 읍치가 남한산성으로 옮겨가기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가 중심지였다. 그런 연륜을 알려주듯 주변에는 수량이 사오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자리를 뻗고 위엄 있게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었다.

하마비라 적힌 곳에서 담장을 돌아 들어가면 격식을 갖춘 향교의 정문이 보인다. 몇 번 개보수를 거쳤지만 명륜당을 비롯해 동재, 서재 뒤편에 제사를 지내는 제향 공간까지 완벽하게 남아있었다. 
 
광주향교의 풍경 하남은 예전 광주의 읍치로서 번영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향교를 통해 예전의 하남을 떠올려 본다.
▲ 광주향교의 풍경 하남은 예전 광주의 읍치로서 번영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향교를 통해 예전의 하남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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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제향 공간은 굳게 문이 잠긴 채 들어가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광주향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서원, 향교 대부분이 그렇다. 예절학교 등 각종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활용방안을 높이기 위해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 밖에도 조금 더 깊숙이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교산동 마애 약사불과 그 앞에 온조왕이 마셨다는 온조왕 샘도 있다고 하니 답사 여행의 하루 코스로서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길에 교산동 주민들이 붙여놓은 현수막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이 일대에 3기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것인데, 훌륭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교산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살짝 불안감이 생긴다.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신도시 조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나 한번 훼손된 경관은 돌이키기 어렵다. 보존과 개발 두 마리 토끼 개발을 얻기 위한 자구책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유산을 돌아보며 역사문화도시 하남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다. 우리가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면 서울에서 가까운 여행지가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며, 하남 편을 마무리 짓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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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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