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 강백수문화사


문학과 음악의 요정.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강백수의 소개말이다. 2008년 계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하고, 2010년 <노래, 강을 건너다>로 가수로 데뷔한 강백수는 '타임머신'이란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발표한 이 노래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는데, 최근에 달린 댓글이 이 곡의 매력을 잘 말해준다. 

"이무진 님이 듣고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런 명곡을 이제야 듣네요. 왈칵 눈물이... 가사가 현실적이고 직선적인데 담백한 느낌에 더 와 닿아요."

이렇듯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함을 보이는 강백수는 시와 노래 외에도 산문집 <서툰 말> <사축일기> <몸이 달다>를 쓰기도 했다. 강백수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이며, 1인 기획사 강백수문화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 2월 정규 3집 앨범 <헛것>을 발표한 가수 강백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쓰다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 강백수문화사

 
본명은 강민구다. 그럼 강백수란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걸까. 한양대 국문학과 학부 시절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그에게 교수님이 "저 녀석 마치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백수광부 같구나"라고 말한 데서 따왔단다. 다른 의미도 있다. 사회에서 인디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이 백수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걸 비꼬고 싶어 '백수'라고 지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논문을 쓰고 있다는 그의 이러한 이력 또한 눈길을 끈다. 왜 국어국문학을 택해 '끝까지' 공부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내가 쓰는 시나 글들에 깊이를 담아내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까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지금 하고 싶은 건 대중가요 가사를 문학의 영역으로 가져와서 연구하고 싶다. 문학과 대중가요를 접목한 학문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때문에 박사 논문도 '대중가요 가사'를 주제로 쓰고 있다. 나중에는 자신만의 작사 이론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는 "시도 음악으로부터 파생된 예술 장르니까, 시와 음악이 절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데서 출발했기 때문에 동시에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앨범 <서툰 말> <설은> <헛것>을 발표한 강백수는 그렇다면 곡을 만들 때 가사를 어떤 식으로 쓸까. 이 물음에 그는 "일상생활에서 가져온다. 대화에서 특히 소재를 많이 가져오는 편"이라고 답했다. 가령 친구들을 만나면 30대 중반이 된 만큼 부쩍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러면 미혼인 그는 '결혼은 해야 할까'라는 본인 생각과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는 식이다.  

"서사 중심으로 가사를 쓴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면들을 포착해서 쓴다. 사소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데 사실 개인한테는 마냥 사소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사건이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큰 일이 아닐 수 있지만 개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니까.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싶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 앨범 <헛것>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이에 강백수는 "우리가 중요한 가치라고 믿고 사는 것들, 이를 테면 사회적인 성공이나 아니면 연인과의 사랑, 그런 것들이 문득 허무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허무해지는 순간들을 엮어낸 게 <헛것>이다"라며 "열심히 사는데 내가 왜 열심히 살지? 공허해지는 순간이 있잖나. 열심히 사랑했는데 그 사랑은 다 어디 간 거지? 하며 공허해지는 순간을 노래했다"고 소개했다. 
 
작년 8월 시집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문학수첩)을 출간하기도 한 그의 노래를 두고 혹자는 '강백수의 음악은 진심어린 농담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긍정하며, 그렇다면 가장 진심어린 농담인 곡을 꼽아달라는 부탁에도 답했다. 그는 "싱글앨범 중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노래가 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말인데, 그 말에 사회 여러 가지 부조리한 것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을 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견뎌야만 하는 삶이 들어있는 것 같아 그런 부분을 꼬집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신문에 칼럼도 연재하는 강백수는 칼럼 역시도 시나 가사를 쓰듯이 쓴다. 가령, 부동산 이슈가 있으면 이렇게 해결해야한다는 글을 쓰기 보다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씀으로써 사회 문제를 '보여주려고' 한다.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 강백수문화사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 강백수문화사


강백수의 노래들을 공통적으로 꿰뚫는 것을 꼽아달라는 부탁에 그는 간결하게 "생활"이라고 대답했다. 생활 속에서 하루를 채우게 되는 감정들,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는 주제보다는 소재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의 노래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꼽자면 '애틋함'이다. 앞서 언급한 '사람에 대한 연민'과 상통하는 바였다.

"저의 노랫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 애틋하다. 누구나 자기의 인생이니까 열심히 살아가지만 처음 사는 인생이니까 서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측은함 같은 게 들어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하는 모든 노력들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하는 행위인 것 같다. 나도 그런 편이고. 결핍이 있어서,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 시를 쓰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노래를 발표하고 그런 것 같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 다 짠한 게 있다." 


그의 대표곡 '타임머신'도 어쩌면 결핍으로 만들어졌다. 대학 학부생 때 회장직도 맡아 바쁘게 살았던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슴에 생긴 커다란 빈자리를 다른 사람들로 메꾸려 했던 것 같다. '타임머신'을 쓰고는 애써서 그 자리를 메우려 하지 않았던 것 같고"라고 했다. 

그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을까. 이에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 그는 "특히 내 주변 세대, 현재로 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같은 세대들과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세대가 느끼는 정서들을 대변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강백수 음악을 듣는 세대가 있어서, 그 세대를 이해하는 데 강백수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그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단다.

그렇다면 같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가 있을지 물었다. 이에 강백수는 "다들 인생에서 가장 '빡센'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는 분명히 구조적인 허점이 있고 그 허점들 때문에 우리들이 느끼는 고단함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백수다운 담담한 위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분명 '공감'에 기반한 가수로 보인다. 댓글 중 "내 얘긴 줄..."이라는 피드백을 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강백수는 그야말로 사람들 안에서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며 함께 울면서 노래하고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힘들 때 그에게 필요한 사람은 세 종류인 것 같다. 하나는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 하나는 같이 힘들어해줄 수 있는 사람, 하나는 그 힘듦을 잊어버리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셋 중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같이 힘들어해주는 것'이다. 같이 힘들어 해주는 것과 힘듦을 잊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게 대중가수의 영역인 것 같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건 정치하시는 분들이 잘해야 하고. 가수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 중에 저는 같이 아파하는 것에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끝으로 그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다음처럼 답했다. 역시나 조곤조곤 진중한 말투였다. 

"어떤 시기를 버텨내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맙고. 계속 같이 버텨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강백수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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