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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편집자말]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는 인생에서 가장 해로운 중독 세 가지로 헤로인, 탄수화물 그리고 월급을 꼽는다. 월급. 월급이라... 생각해보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아니, 과하게 동의했다. 나도 모르게 기다리게 되고,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며, (월급날이) 지나고 나면 허망함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기다린다. 무엇보다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이 상황과 느낌이 월급은 중독이라는 의견에 격하게 공감하게 만든다.
 
월급은 과연 중독인가?
 월급은 과연 중독인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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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식 시장의 지난 몇 번의 폭락장이 또다시 떠오른다. '그때 과감하게 질렀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기회를 놓친 것만 같고 그래서 이렇게 월급쟁이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고개를 든 아쉬움 옆에 어느새 후회가 찾아와 거들고 난리다.

그런데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니 머리도 좀 아프고 살짝 우울해진다. 월급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이 생활을 10년 넘게 해왔다고 생각하니 어째 허무하다. 대출 갚고 카드값 갚고 대출 갚고... 제대로 즐긴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중독씩이라니.

이래선 안 된다. 이럴 땐, 격한 감정이입보단 합리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바꿀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 매몰되면 생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애초에 월급이 반드시 끊어야만 하는 나쁜 것인가?"

"어서 빨리 월급의 노예에서 벗어나세요!", "회사는 당신의 미래를 책임 져 주지 않습니다!" 마치 당장에라도 줄이거나 끊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이런 말에 휘둘리다 보면 별 걱정 없이 편안했던 삶에 작은 파고가 일기 시작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유연한 사고를 일깨우고 미래를 준비하면 그만인데, 부정적인 표현에 대한 지나친 공감은 현재의 상황을 문제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찌 보면 문제라 여긴 상황을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이 한탕을 선호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월급 인생의 함의

월급 인생을 적잖이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자산 상승의 시기이다 보니 더 심한 것 같다. 0%대 은행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들며 가지고만 있었어도 비싸졌을 자산들에 대한 극찬이 넘쳐난다.

나도 언젠간 월급 받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꼭 그렇게 할 거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나쁜 것이어서가 아니다. 더 좋은 것을 위해 다른 곳으로 가려는 거다. 직장생활을 '어서 벗어나야 하는 굴레'라고 바라보는 관점이 불편한 이유다.
  
월급은 성취다.
 월급은 성취다.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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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기 좋은 시대이고 다양한 직업군이 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이 대다수인 것은 그것이 쉬워서도 그들이 안일해서도 아니다. 그 자체도 성취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월급이란 것은 미래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제법 확실한 방법이다. 월급을 쉽게 보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지속성과 안정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대부분은 그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월급 받는 직장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안전함에 몸담고 있는 것도 꽤 괜찮은 전략이다. 삶은 기본적으로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실력을 키워 내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월급에 길들여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대단한 경제적 성공이나 단기간에 이룬 성취가 회자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이야기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일찍 경제독립을 이루고 싶다. 다만 직장이 족쇄라는 생각만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은 조그마한 나는 그저 험난한 인생에 맞서기 위해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잠시 머물고 있다. 최소한 당장 회사 실적을 걱정하지 않고도 내년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고 휴일엔 오롯이 삶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경쟁력이다. 그 경쟁력을 잘 살려 성장하다가, 울타리를 넘을 계획이다.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월급은 시간 제한이 있는 화수분과 같다. 어느 정도는 예측가능한 시기 동안 꾸준히 돈을 만들어 내는 화수분. 비록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하지만, 대체로 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꽤나 편안한 돈이다. 그리고 지속성이 있는 돈은 리스크가 있는 투자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월급 받는 직장인이 주식 투자에 유리한 한 가지 국면이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하루 만에 월급을 벌었을 때, 한 달 꼬박 일해 번 돈이 시시해 보인 적이 있었다. 주식만 잘하면 더 잘 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몇 달치 월급을 하루 만에 잃어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주식을 잘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과 그럼에도 다음 달 월급은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주식보다 확실하게 잘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번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제 월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도 될 것 같다. 뭐가 좋을까. 상추. 그래, 어느 샌가 자라있는, 어느 정도의 정성만 들이면 긴 시간 키워 먹을 수 있는 상추. 월급을 그렇게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겠지만, 일 년 내내 먹을 것이 있다는 마음 한 켠의 든든함은 삶을 조금은 유유자적하게 만들 수 있다.

"월급은 상추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든든해진다.
▲ 월급은 상추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든든해진다.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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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억지스러우면서도 가볍고 친환경적이라 마음에 든다. 성취와 어감이 비슷한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중독보단 훨씬 낫다. 월급을 하찮게 여겼더니 삶이 하찮아지더라. 그래서 월급 받고 있는 모두에게 월급은 나름의 성취이고 든든함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게 아니라도 괜찮아'라는 마음과 '다음'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월급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법 확실하고 강력한 도구다. 가끔 이를 떠올리며 주가의 등락도 회사 생활의 고단함도 무탈하게 견뎌내길 바라본다. 부디 오늘도 가능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상추를 키우시길. 그리고 든든함 속에서 편안하시길. 오늘도 출근하는 한 개미가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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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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