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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도시는 영화의 배경으로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배우, 감독, 영화제를 후원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람객들이 한데 모이는 축제의 장 '영화제'를 통해 브랜딩되기도 한다.
 도시는 영화의 배경으로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배우, 감독, 영화제를 후원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람객들이 한데 모이는 축제의 장 "영화제"를 통해 브랜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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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브랜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문화와 예술 분야는 도시 브랜딩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종합예술인 영화산업은 특색 없던 도시에 개성 있는 스토리를 입혀 도시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가 함께 가 줄래?"


풋풋한 스무살 사랑에 대한 기억을 그려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피렌체(Firenze)'. 과거를 품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 피렌체였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뉴질랜드 북섬(北島) 와이카토 지방자치구역에 있는 소도시 '마타마타(Matamata)'는 <반지의 제왕>의 호빗마을로 유명해졌다. 영화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의 촬영지이자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된 홍콩의 '익청(益昌)맨션'은 여행객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하는 관광사진 촬영의 명소가 됐다.
 
193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 1946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시작된 칸 영화제, 1951년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면서 시작된 베를린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린다. 이들 영화제는 축제의 장을 넘어 도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193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 1946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시작된 칸 영화제, 1951년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면서 시작된 베를린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린다. 이들 영화제는 축제의 장을 넘어 도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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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영화의 배경으로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배우, 감독, 영화제를 후원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람객들이 한데 모이는 축제의 장 '영화제'를 통해 브랜딩되기도 한다.

193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Venice Film Festival), 1946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시작된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1951년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면서 시작된 베를린 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린다. 이들 영화제는 축제의 장을 넘어 도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국제 행사를 치르는 칸(Cannes)은 지리·기후적 장점으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과 영화제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찾아온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초호화 호텔과 대형 요트 등에서 크고 작은 축제에 참가하며 도시에 천문학적인 수입을 안겨준다.

영화제 기간 동안 칸 영화제 외에 '칸 필름마켓'이 열린다. 영화사들은 마켓부스 참가비 및 시설 사용료, 광고료 등으로 작게는 몇 백만 원, 크게는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쓴다. 영화제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식적인 영화제 참가자, 취재진, 영화산업 관계자를 추산하면 6만 여명에 이른다.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 불어넣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전주국제영화제(Jiff) 등이 있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전주국제영화제(Jiff) 등이 있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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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전주국제영화제(Jiff) 등이 있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이다. 

BIFF는 '우리나라, 그것도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겠어?'라는 의구심을 받으며 첫발을 뗏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여러 도시에 다양한 영화제가 생기는 시발점이 됐다.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BIFF의 상징성이며, BIFF는 현재 아시아에서 최대 비경쟁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부대행사로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이 열려 영화 산업의 장을 넓히고 있다.

BIFF는 부산 남포동 일대에 BIFF 광장이 조성되면서 쇠락해가는 원도심이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부산 영화촬영 스튜디오, 영상산업 벤처센터, 부산 아시아 영화학교, 부산 영화의 전당 등 기반시설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진행했다. 2017년 기준 부산의 영화·영상 교육기관은 15개 학교로 7000여 명이 재학하고 있고, 17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이 졸업한 뒤에 부산 내에서 갈 곳이 없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다. 다양한 인프라 조성과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부산에는 영화·영상 산업은 없고, 축제만 있는 도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제를 통해 도시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외부에 내 도시를 자랑할 수 있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또한, 나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화합하고 연대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외양이 화려한, 혹은 경제적 이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한 영화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화제가 도시브랜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해항도시 DNA 가진 인천의 '디아스포라 영화제(DIAFF)'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이라는 전통을 120년 넘게 지켜온 인천 중구 경동 <애관극장>.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이라는 전통을 120년 넘게 지켜온 인천 중구 경동 <애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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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다양한 사람들이 나고드는 해항(海港)도시의 DNA를 갖고 있다. 낯설음의 합. 그로 인해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환대와 연대의식이다.

환대의 시작, 낯설지만 환대하면 대화가 시작되고 갈등이 줄어든다. 여기서 시작한, 인천만이 할 수 있는 영화제가 '디아스포라 영화제(DIAFF)'다.

디아스포라(그리스어: διασπορά)는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한다.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간에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자어로는 '파종(播種)' 또는 '이산(離散)'이라고도 한다. 유목이나 난민과는 다르다.

디아스포라란 낱말은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잡은 집단에만 써왔다. 그러나 인천이 말하는 디아스포라는 '난민'을 포함한 각종 소수자의 개념까지 포괄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의 공존 시대를 지향한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디아스포라의 개념이 확장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DIAFF는 2013년 11월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DIAFF를 주관하는 인천영상위원회는 인천문화재단 내 한 부서로 존재하다 2013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출범 준비를 하던 2012년도 조직의 출범과 함께 '영화'를 매개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모델을 찾고자 했다. 

작지만 '인천'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항구와 공항 등 개항도시, 한국 최초 '이민자의 도시'라는 정체성과 맞닿은 '디아스포라'를 발견하고 영화제를 기획했다. 그렇기에 DIAFF는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외부의 손님을 맞이하는 것보다 내부 손님 간 대화와 화합의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DIAFF는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무지개다리사업' 실적평가에서 5년 연속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의 대표 모델로,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낯설음에 대한 환대로 시작된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이 경영난에 허덕이며 겨우 존명(存命)하고 있는 지금, 인천의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발전, 산업단지와 문화콘텐츠의 균형 발전을 이야기할 때이다. 그 대조를 이어줄 중심에 영화산업이 징검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도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많은 도시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나서고 있다. 도시가 가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가치들 사이에 균형을 찾는 도시브랜드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아시아의 영화 '빅 마켓'은 과연 어느 도시가 될까
 
파라다이스 시티는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개최했으며, 촬영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개최했으며, 촬영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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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메라가 사랑한 우리나라 도시는 어디일까?

주요 지방자치단체별 촬영 지원 편수를 살펴보면, 방송사가 모여 있는 서울을 제외하고, 2019년 195편, 2020년 138편의 드라마·영화 등의 촬영을 지원한 1위는 인천시다. 부산, 전주, 대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인천시는 제작사가 집중된 서울을 쉽게 오가는 장점이 있다. 도시가 품은 역사적 시간대가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영상물에 대한 촬영 지원 로케이션 장소로서 매력 넘치는 도시다.

인천시는 선사시대 유적부터 동양 최대 규모의 루지 등 레포츠 테마파크가 조성된 강화도, 근대 개항장과 제8부두 등이 있는 인천항, 월미테마파크 등 레트로 관광지,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미래도시 이미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건축물, 동북아 최대 복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와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영종도 등 4개 권역의 도시 자산이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개최했으며, 촬영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복합 엔터테인먼트 영종도 스튜디오와, 그와 대조적인 매력을 지닌 중구·계양구 일대에 근대 개항장에 영화산업을 위한 스튜디오가 만들어진다면 막강한 소프트웨어인 영상콘텐츠를 입힐 수 있다. 시민에게는 관광지, 영상인에게는 세트장을 제공하게 된다.

영화 관련 콘텐츠와 하드웨어는 신도심과 원도심의 균형발전 전략이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늘려낼 수 있는 산업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입되는 스탑오버(stopover) 관광객의 유입과 그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게 할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유럽에 칸 영화제와 칸 필름마켓이 있다면 아시아의 '빅 마켓'은 과연 어느 도시가 될까.

도시의 경쟁구조가 새롭게 짜여지고 있다. 힘의 싸움이 아닌 문화적, 차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도시의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도시브랜드의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떠한 차별적 경쟁점을 가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태그:#도시브랜드, #영화제, #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디아스포라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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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시 및 국가 등 장소브랜드 관련 글을 기고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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