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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가게
 과일가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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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대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이 새롭게 장사를 시작한 우리동네 과일가게에 갔다. 예전부터 다소 비싸다는 생각으로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과일가게가 새 단장을 한 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들러보았다.

들어가자마자 기분좋게 인사를 하는 청년 2명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집 강아지의 등장에도 전혀 불쾌한 내색을 하지 않고 자신도 강아지를 키운다면서 오히려 반겨주었다.

'오... 친절한 청년들이다.'

나는 인사와 친절을 그 가게의 첫인상으로 매우 중요하게 보는 고객인데, 일단 합격이다.

나는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사과'를 물어보았다. '사과'를 찾는 질문 한가지에도 긴 설명을 해주었다.

"요즘 사과를 사면 다 맛이 별론데, 여기 사과는 맛있어요?"
"정말 맛있어요. 저희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아요. 지금 나와있는 사과가 전부이고요. 정말 한번 드셔보시면 알 거예요. 저도 제가 직접 가서 먹어보고 가져오거든요. 비싸긴 해도 맛은 최고일 겁니다. 동네 분들이 맛있다고 하는데, 드셔보시고 정말 고객님도 꼭 말해주세요."


확신에 찬 청년의 설명, 5개에 1만5000원 하는 사과가 비싸긴해도 주인 청년의 말을 믿고 사과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주인 청년은 기존에 없던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서 구입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드리니 아무 때나 쓰라고도 했다. 그리고 계산대 위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고객을 위한 서비스 사탕도 올려놓는 세심한 센스를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사과의 맛! 그 맛에 따라 주인 청년의 친절과 진심이 고객에게는 사실이 되는 것이다. 집에 와서 반신반의하며 깎아서 먹어보니 사과는 정말 상큼하고 달았다. 성공! 홈쇼핑을 통해 샀던 비교적 저렴했던 사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맛이었다. 굿, 이제부터 이 가게를 잘 이용해봐야겠다.

터진 귤 하나, 청년의 믿음직스러운 행동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과 미용실에 들러 과일가게를 다시 찾게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요새 몇 차례 찾았던 '귤'이 박스채 너무 탐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귤을 살까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와. 귤이 나오는구나, 이거 우리나라 거예요? 얼마예요?"
"네, 제주도산이에요. 4만5000원이에요."
"와 비싸네요."
"비싸도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있어서 저희도 갖다놓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하도 찾아서요. 그럼 세일 안 되나요?"
"하하.. 그럼 4만 원에 해드릴께요. 사실 저희도 하도 비싸게 나오니까 많이 빼드리긴 어려워요. 그리고 다른 과일도 하나 사시니 제가 해드릴 수 있고요."
"네, 그럼 한 박스 주세요."


청년은 내가 고른 귤과 골드키위를 계산대로 가지고 가서 봉지에 담았다. 그런데 귤상자 깊숙이 귤 하나가 터져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머 귤 하나가 터졌네요."
"네, 그럼 잠시만요. 제가 이곳으로 좀 나가겠습니다."


그는 계산대를 나와 과일이 진열된 쪽으로 나오더니 "저는 하나가 이렇게 되면 이렇게 2개를 넣어드립니다" 하고 좋은 귤 2개를 골라 직접 넣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별건 아니지만 참 친절하고 뭔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훌륭하시네요. 행동하는 양심. 하하"

그리고 청년은 계산대에 찍힌 귤 박스의 실제 가격 "4만5000원"을 보라고 직접 알려주면서 "그럼 제가 이 가격을 4만 원으로 지금 고치겠습니다" 하고 다시 눌러서 가격을 수정하였다. 계산대 화면의 귤 한 박스의 가격이 즉시 4만5000원에서 4만 원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자신의 말에 대한 사실관계를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솔직히 나는 마트가 아닌 작은 상점들에서 주인들과 가격흥정을 하게 되면 약간의 의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의심마저도 확실히 불식시키는 그 주인 청년이 왠지 믿음이 가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청년은 서비스 과일을 주고 싶었는지 내가 혼자 중얼거렸던 말을 듣고선 말했다.

"따님이 포도를 좋아해요? 그럼 저기 작은 포도 가져오시겠어요?"

그 포도의 이름은 델라웨어 포도라고 했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서 암 예방에 탁월해서 본인도 자주 먹는다며 드셔보라고 서비스로 넣어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미리 씻어놓은 델라웨어 포도를 주며 한번 드셔보시라고 했다. 참으로 적극적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서비스를 통해 호감도를 높여 다시 가게를 찾도록 하는 비법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세상 모든 청년 CEO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공무원으로만 살아온 나에게 '장사'는 상당히 고단수의 업무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학생들의 특징을 늘 관찰하고 파악해서 그게 맞는 지도와 교육을 하는 교사이지만, 장사는 고객의 특징을 파악하면서도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유지가 되는 것이니 참 어려울 것이라고 느낀다.

요즘 '청년 세대'라는 말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롭게 오픈한 청년들의 과일가게' 홍보용 지지대를 보았을 때부터 왠지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취업과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이 시대, 험난한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성공 경험을 주어야 할 것 같다. 나도 나름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랬었다.

청년이 운영하는 과일가게의 귤 맛은 과연 어떨까? 기대를 가득 품고서 깐 귤을 입에 넣어 과즙을 느낀 순간 감탄이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말에 따르면 "중독성 있는 맛, 또 먹고 싶은, 정말 맛있는 귤"이란다. 내가 먹어봐도 정말 달고 좋은 품질의 귤이다. 비싸도 결코 후회가 되지 않는 맛이다.

서비스로 준 델라웨어 포도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달디단 과일처럼 과일가게 청년들의 미래도 달았으면 좋겠다. 청년의 과일가게의 고객으로서, 그리고 시대정신을 지닌 40대 시민으로서 세상 모든 청년 CEO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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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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