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포스터

다큐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2017)은 불편한 도발을 합니다. 육식이 암, 당뇨,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육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합니다. 뜬금없고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닙니다. 세계 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5년 10월 26일, 소시지, 햄, 핫도그 같은 '가공육'을 먹으면 담배나 석면, 플루토늄처럼 암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며 이들 식품을 1군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는 2군 발암물질로 각각 분류하였습니다. 

2019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순위에서 암이 158.2명으로 1위이고, 이어 심장질환(60.4명), 뇌혈관질환(42명), 자살(26.9명), 당뇨병(15.8명)입니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암 사망률은 27.5%이고 전년 대비 2.5% 증가하였습니다. 같은 해 건강보험통계연보에 의하면 건강보험 암 진료비(공단부담금+본인부담금)가 8조 3538억 원(169만 명)에 달였고 매년 12%씩 느는 추세에 있습니다. 여기에 간접 비용까지 계산하면 매년 수십 조원의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들어갑니다. 

대체 왜 이럴까요? 다큐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에선 지나친 '육고기, 유제품 소비' 때문이라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채식으로 식생활만 바꿔도 암, 당뇨, 심장질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각종 연구 결과와 여러 의학박사(Neal Barnard, Caldwell Esselstyn Jr, Michael A. Klaper, Susan Levin, Paul Porras, Milton Mills....) 인터뷰로 밝혀 줍니다. 종교적 이유나 동물보호 차원에서 채식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암, 당뇨, 심장질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채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 다큐로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우유 섭취 뒤 아토피가 생겨 고생한 적 있는데 우유를 끊자 사라진 적 있습니다. 지금껏 내 체질이 그런가 보다고 막연히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다큐는 우유 단백질 자체가 '알레르기'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 다큐에 따르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유당불내증'(소장에서 우유에 함유된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여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고 그중 아시아인은 95%가 이런 증상을 갖고 있답니다. 이처럼 인체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는 음식을 먹는 건 낙농업계 배만 불리는 격이라고 다큐는 지적합니다. 
  
채식으로 더 건강해졌다는 운동선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의 한 장면

▲ 채식으로 더 건강해졌다는 운동선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근력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나 노동자들은 채식만으론 체력 유지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다큐는 근력이 강한 코끼리, 코뿔소, 고릴라도 초식동물임을 상기시킵니다. 이어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운동선수들조차 채식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몇몇 운동선수 사례로 알려줍니다. 
 
다큐 내용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들도 있습니다. 가령 아이들이 즐겨 먹는 '치즈'는 "응고된 소의 고름 덩어리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치즈는 천식을 유발하고 인체에 아주 해롭다고 알려줍니다. 우유나 달걀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소개됩니다. 우유는 유기농 우유나 일반 우유 모두 인체에 해롭긴 마찬가지랍니다. 여드름, 습진, 변비, 위산 역류, 철분 부족, 빈혈, 전립선암, 유방암, 골다공증 등의 질병이 모두 우유나 유제품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우유 자체가 호르몬 덩어리이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유 단백질이 혈류에 유입되면 인체는 우유 단백질 항체를 형성하여 췌장을 공격하고 파괴한다고도 알려줍니다. 애초 우유는 송아지 음식이므로 인체가 잘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다큐는 달걀 노른자에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성 심장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달걀의 콜레스테롤 함유량은 쇠고기 89mg, 닭고기 85mg에 이어 많다고 합니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질환과 뇌일혈 등의 질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미국의학협회(1972), 세계보건기구(1977), 미국 농무부/보건부(1980) 등 여러 연구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기농을 포함한 모든 달걀이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기에 피해야 할 음식이란 사실은 여태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가공육, 우유, 계란 등이 인체에 해롭단 사실이 이미 드러났음에도 오늘날 왜 많은 사람이 이런 음식이 건강에 좋은 줄 알고 소비하는 걸까요? 이 다큐는 관련 업계의 홍보와 전문가들의 침묵이 톡톡히 한 몫한다고 알려줍니다. 가령 미국 농무부는 5년마다 한 번씩 미국인에게 좋은 식단을 발표한답니다. 그런데 후원사에 이름을 올린 곳들은 유제품 가공 업체들입니다. 심장협회나 당뇨협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 단체는 병의 원인이 육식 위주 식습관에 있음을 알려주지 않고 변죽만 울린답니다.
 
미국 식단협회 후원사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의 한 장면

▲ 미국 식단협회 후원사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의 한 장면 ⓒ 넷플릭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저는 거리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면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했다가 일부 참석자에게 비난을 받은 적 있습니다. 허나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육류 소비만 크게 줄여도 '광우병' 같은 무서운 질병도 생겨나지 않을 거고 암과 당뇨, 심장질환도 크게 줄어들 것이며 환경 오염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소 사육 중에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대량 축산으로 땅과 수질이 오염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육류 소비를 줄이면 인류가 직면한 지금의 식량 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다큐는 그런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기 보다는 당장 자신의 몸 건강을 위해서라도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라고 권합니다. 
 
이미 육식에 익숙한 사람이 당장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란 금연 만큼이나 무척 힘든 일입니다. 제 생각에는 육식을 아예 중단하기 보다는 조금씩 줄여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공장식 대량사육으로 얻은 육고기가 아닌 고기라면 어쩌다 한 번씩 먹는 것도 크게 나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유익한 내용을 담은 다큐지만, 채식주의에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 의견은 전혀 없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우유 달걀 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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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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