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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4.2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9년 4월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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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측 변호인이 재판장을 질타하고 정해진 재판 기일마저 뒤흔드는 이례적 장면이 펼쳐졌다. 피고인이 재판부에 '법리적 의견'을 설명하고 나서는 모습도 벌어졌다. 재판장은 거꾸로 피고인 측에 "협조해달라",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사법농단 혐의의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다. 

기세등등 피고인, 호소하는 재판장... 멈춰버린 재판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공판은 사실상 파행이었다. 예정됐던 증거서류 조사는 단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임 전 차장 측에서 조사가 예정됐던 증거들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개진한 데 이어 증거 조사 방식 변경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증거 서류 일체를 법정에서 낭독할 것을 요구했다. 임 전 차장 측에 따르면 제출된 증거자료만 '한 트럭'에 달한다.

임 전 차장 재판부는 통상의 재판 진행 방식과 마찬가지로 증거 서류를 조사할 때 '요지'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일부 필요한 부분은 실물 화상기를 띄워 검찰이 증거 일부를 낭독하도록 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이에 반발하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가 증거 서류 전부를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라며 "낭독할 각오가 없으면 (증거에서) 빼달라", "만일 실질적인 증거 서류 낭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번 이의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들의 근거는 형사소송법(형소법) 292조 1항이다.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증거서류를 조사하는 때에는 신청인이 이를 낭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윤종섭 재판장은 같은 형소법 292조 3항을 들어 반박했다.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제 1항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윤 재판장은 "형소법은 증거서류에 대한 2차적, 보완적 조사방식을 규정해 재판장으로 하여금 적절하게 증거조사 방법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라며 "법원은 그동안 증거서류의 핵심 내용을 고지하며 효율적인 증거서류 조사를 해왔고, 변호인의 진술 기회를 보장하며 피고인의 유리한 부분을 부각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출된 증거 서류 일체를 법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으로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윤 재판장은 "증거서류 내용이 방대하거나 쟁점과 관련없는 내용이 섞인 경우에도 증거서류 내용을 모두 낭독하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재판장으로서 이 사건 서증조사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조사로 진행되도록 소송을 지휘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반발했다. 이들은 "저희가 1시간 30분 변론을 진행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서로 합쳐 총 3시간 가량을 사용해 왔다. 의견 진술을 충분히 해왔다"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은 이같은 변론 절차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지, 서증 낭독을 통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덧붙여 "서증낭독이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건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 입장은 변함없었다. 임 전 차장 본인도 여기에 직접 가세했다.

그는 재판 도중 자신의 과거 법관 시절 경험담을 언급하면서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한 '법리적 의견'을 전달했다. 경험칙상 '증거 일체를 법정서 낭독'할 것을 요구하는 변호인의 주장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고인 측 변호사가 재판부를 질타하고 피고인이 재판부에게 법리적 의견을 직접 전하는 일체의 행위는 피고인이 '고위직 법관 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속된 항의와 압박.... "절차 수정 안 하면 계속 이의제기하고 문제 삼겠다"

임 전 차장 측의 계속된 반발에 윤 재판장이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윤 재판장은 "재판부가 형소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서증조사를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라며 "서증조사가 재판장이 고지한 내용대로 진행되도록 (중략) 재고해달라. 협조해달라"고 재차 말했다.

그럼에도 의견이 좁혀지질 않자, 재판부가 중재안을 제시했다. 윤 재판장은 "차회 기일까지 의견서 형태로 부동의하는 증거들을 특정하고, 각 증거별 부동의 사유도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향후 재판 기일을 다시 정할 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이마저도 반대했다. 임 전 차장 측 임정수 변호사는 "증거 부동의 사유를 의견서로 정리해서 제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혹시나 제가 써서 제출한다면, 그것은 재판장이 하라고 해서 한 거지 제 뜻과 다르다고 아시면 되겠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그는 '법꾸라지, 법 불신' 등의 표현을 섞어가며 재판부를 향한 강한 반감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이에 윤 재판장이 "부동의 사유를 밝혀주시면 좋겠다고 권고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임 변호사는 재차 맞받았다. 그는 "이 의견서를 제가 기한에 맞춰서 낼 보장은 없다"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형소법 292조 1항과 대등한 정도의 증거조사 방식이 아니면 저는 계속 이의제기하고 문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예정됐던 증거 서류 조사는 임 전 차장 측의 항의로 미뤄졌다. 9월 말까지 예정됐던 공판들은 '증거 부동의' 의견으로 인해 다음 공판 기일인 28일부터 일정이 조정될 전망이다. 이날 재판을 끝마친 임 전 차장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웃는 모습으로 법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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