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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시끄럽다. GTX라는 공룡이 도시를 넘어 경기도 전체를 집어삼킬 듯하다. 원래 취지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도심과 도심 사이를 중간 정착역 없이 가는 획기적인 교통수단이었지만 점점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복잡한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그렇다 해도 확실히 GTX가 개통되면 우리 삶은 엄청난 변화를 맞을 것 같다. 동탄신도시에서 코엑스까지 단 몇십 분 만에 오갈 수 있게 되면 좀 더 저녁이 있는 삶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이번에 소개할 하남시는 GTX 개통과 상관없이 서울에 가까운 이점을 철저하게 누리고 있는 도시라 할 수 있다. 이제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가볍게 잠실, 강남까지 환승을 거쳐 갈 수 있으며,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스타필드에 가서 쇼핑, 외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영남 지방으로 쉽게 내려갈 수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시민보다 빠르게 강원도를 오갈 수 있으니 삶의 질을 누리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이런 게 전부라면 하남 편을 따로 내면서까지 다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껏 해야 예전 미사리 유원지의 자취나 더듬으면서 남한산성의 별책부록 같은 이야기만 후일담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다녀온 하남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 못지않게 역사적인 이야기가 풍부하고, 의외로 유적도 많았다.

하남이라는 지명은 이제 친숙해졌지만 그 이름의 유래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원래 광주에 속해 있던 하남은 1989년 시로 승격되면서 백제의 옛 도성인 '하남 위례성'에서 그 명칭을 따왔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서 자료도 희미하고 그 실체를 알기 어려운 백제의 초기 시대, 특히 수도였던 위례성의 위치가 어디였는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그나마 서울 송파지역의 몽촌토성, 풍납토성이 유력한 후보지로 여겨지지만 바로 여기 하남의 이성산성으로 비정하는 학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성산성의 위치 자체가 한강을 내려다보는 요충지이기도 하고, 여기서 발굴된 유물 중에 백제의 것들도 꽤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남은 읍치가 남한산성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광주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도 광주향교가 하남에 남아있고, 수령이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향교의 품격을 더해준다. 또한 고려시대 하남은 고려 성종 때 지방행정의 요충지에 설치한 12목 중 광주목이 있기도 하고 고려 수도인 개경으로 들어가는 중요 관문이었다.

특히 고려시대는 불교가 융성한 시기라서 하남에는 화려한 불교문화가 꽃을 피우기도 했다. 하남의 덕풍천을 중심으로 금암산과 이성산 사이의 계곡에는 불교 관련 다양한 유적을 지금도 만나 볼 수 있다. 
 
하남 경정공원에서 바라본 경정장의 물길 하남의 경정장은 전국에서 가장 크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경정선수들은 물론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 하남 경정공원에서 바라본 경정장의 물길 하남의 경정장은 전국에서 가장 크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경정선수들은 물론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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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하남의 여행지 중에 우리가 먼저 찾아가 볼 곳은 다름 아닌 미사리다. 지금까지 하남의 역사를 설명하다가 생뚱맞게 미사리?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지만 하남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선사시대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 유적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미사리 선사유적이다.

아름다운 물결과 모래로 이루어진 섬이란 뜻을 지닌 미사 지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강에 있는 여러 섬 중의 하나였다. 남북 4Km 동서 1.5Km의 타원형 섬으로 모래를 채취하던 한가로운 섬이었으나 1980년대 한강 유역 종합개발 사업과 올림픽 조정경기장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어르신 중에는 조정 경기장을 지나 라이브 카페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미사리를 떠올리는 분도 꽤 있을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암사동 선사주거지 유적의 규모를 능가하는 미사리 선사유적은 대부분이 흙에 덮여 그 자취를 찾아보긴 힘들다. 하지만 하남역사박물관에 가면 출토품 대부분을 접할 수 있다길래 미사리 일대를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현재 미사리 구역의 대부분은 조정경기장과 경정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 근교에서 부지가 넓고, 도로도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흔치 않은 장소라 그런지 하남 지역에 사는 초보운전자들은 도로연수를 하기 위해 경정공원을 방문하기도 한단다(현재는 도로연수를 금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차박족의 성지라 알려져서 그런지 캠핑카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사실 경정이라는 종목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였다. 주차장에서 한강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면 이윽고 거대한 또 하나의 물길이 보인다.

그 물길 위에서 많은 경정보트들이 신호에 맞춰서 일사불란하게 노를 젓고 있는 광경이 무척 신기해 보였다. 얼마나 수많은 연습을 했을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능력과 조건이 전부 다르기에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비슷하게 맞추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 물길의 끝엔 관중석 있는 경기장이 보였고 그 너머로 미사리의 아파트촌과 빌딩 숲이 아른거린다.
 
하남의 역사적인 유물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는 하남역사박물관 하남역사박물관은 하남의 역사적인 유물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다. 시립박물관 중에서 수준높은 컬렉션과 전시기법을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 하남의 역사적인 유물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는 하남역사박물관 하남역사박물관은 하남의 역사적인 유물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다. 시립박물관 중에서 수준높은 컬렉션과 전시기법을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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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 경기장은 현재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접근금지이지만 해가 지는 노을에 가면 물길에 반사된 석양이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하남의 역사를 알아보러 하남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한다.

하남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분포하는 곳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모여 있기에 거기서 나온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알리는 박물관이 필요했을 것이다. 총 3층으로 구성된 하남역사박물관은 내가 갔던 시립박물관 중에 제일 흥미로운 관람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무척 맘에 들었다.
 
하남역사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이성산성 vr  하남역사박물관의 전시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시실로 선사실에서 이성산성 출토실로 들어가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삼국시대 당시 이성산성을 가상 관람하는 형태로 마치 놀이기구 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 하남역사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이성산성 vr  하남역사박물관의 전시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시실로 선사실에서 이성산성 출토실로 들어가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삼국시대 당시 이성산성을 가상 관람하는 형태로 마치 놀이기구 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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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올라가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층을 내려가며 관람하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미사리와 선사시대의 하남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토기와 돌도끼 등 미사리 일대에서 출토된 엄청난 양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의 대표 유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구석기시대 및 고려, 조선시대까지 모든 시대의 유구 와 유물이 집약되어 있어 예전부터 지금까지 미사리 일대가 정말 살기 좋은 동네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들 예전 백제의 위례성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로 이성산성은 우리나라 고대사의 중요한 장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유물중에 장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요고도 전시되어 있었다.
▲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들 예전 백제의 위례성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로 이성산성은 우리나라 고대사의 중요한 장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유물중에 장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요고도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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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를 지나 자동문을 통과하면 이 박물관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이성산성 설감관이 나타난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 들어가게 되면 사방이 캄캄해지더니 AR기법을 이용해 삼국시대 당시의 이성산성으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 박물관을 지루해하는 어린애들도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흥미롭게 역사를 배워갈 수 있다. 영상이 끝나고 반대편의 문이 열리며 이성산성에서 발굴된 주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유물이 많았지만 통일신라시대의 토기와 고대 타악기의 일종인 요고의 실물을 직접 두 눈으로 친견한다. 장구의 원형으로 고구려 벽화 그림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다가 이번에 이성산성에서 최초로 출토된 귀한 유물인 것이다. 이 박물관 단순한 시립박물관이라 보기 어렵다. 다음 지면에서 박물관을 계속 돌아보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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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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