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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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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청이 풀뿌리 주간 지역신문인 <은평시민신문>을 마을기업 제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평시민신문>과 시민언론단체는 은평구가 비판 보도를 해온 특정 언론에 대한 보복 행정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은평구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아래 <은평시민신문>)이 마을기업 사업 신청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서울시에 마을기업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마을기업 지정취소는 서울시 심의를 거쳐 행정안전부에서 최종 결정한다.

마을기업 지정취소 신청... 은평구청장 "지역신문과 전쟁"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1월 은평구에 마을기업 지정 신청을 했고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은평시민신문>을 마을기업으로 지정했다. 행정안전부는 또 <은평시민신문>이 제출한 '신문사 공간을 확장해 공유 스튜디오를 만든 뒤 지역 내 장애인·노인 등 미디어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지원사업을 하겠다'는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공공성·공동체성·지역성이 크다고 보고 5000만 원(자부담 1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행안부가 내려보낸 사업비 지출을 계속 보류했다. 이어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은평시민신문>이 신청한 이사회 회의록의 서명 필체가 기존 서명과 다르고,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개최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했다"며 "허위서류로 마을기업 보조금을 지급받으려 한 정황이 드러나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오히려 은평구청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은평구가 처음부터 <은평시민신문>의 마을기업 지정을 취소시키기로 작정하고 표적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편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 3일 열린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임시회의에서 <은평시민신문>과의 갈등을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저희 은평에 지역신문과 갈등이 좀 있다.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 자체가 잘못되고 있어서 저희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 지역 신문이 저희를 굉장히 괴롭히는 상황으로 거기와 지금 전쟁을 하고 있다. 조만간 결정이 날 것 같으니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언론중재위 조정 불이행 이유로 약정체결 기한 연장

행안부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2개월 이내에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2월 23일 지정됐으니 늦어도 4월 말까지 협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 측에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다가 3월 31일 서울시에 <은평시민신문>에 대해서만 60일간 '마을기업 약정체결 기한 연장 신청'을 제기한다. 연장 사유에는 "마을기업 선정 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조서 불이행 등으로 인한 공공성 부분에 대한 법률 검토 필요"라고 썼다.

마을기업의 공공성과는 무관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이행 여부를 들고 나선 것이다. 관련 조정의 신청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은평구청이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0월 운전직 공무원이 새벽 5시 30분에 강남에 사는 부구청장을 데리러 가고 부구청장이 항상 같은 운전원을 배치받고 출퇴근 하는 것은 과도한 의전에다 특권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은평구는 부구청장 전용 차량 운전직 공무원의 차량 운행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남짓으로, 과도한 의전이나 과잉 노동을 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언론중재위는 <은평시민신문>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조정 합의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지난 10월 지면과 인터넷판에 반론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지면의 경우 반론보도문 중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문구가 편집디자인 과정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2주 뒤에 발행한 신문에 다시 '반론 보도'를 한 차례 더 게재했다.

그런데 은평구는 '언론중재위 조정에 의한 반론 보도'라는 중요한 사실을 누락, 조정사항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지연손해금 650만 원에 대한 채권추심을 신청했다. 결국 은평구가 <은평시민신문>이 650만 원을 내지 않고 있는 일을 무리하게 공공성 침해로 연결해 마을기업 선정을 취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정정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공성 결함?

은평구는 또 지난달 말에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은평시민신문> 측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여러 번 정정보도 요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정보도'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 측이 정정보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공공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 기사에서 '운전직 공무원이 관내 출장을 나갈 경우 별도의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보면 '운전직 공무원 출장비 지급 여부를 놓고 은평구청과 법제처 지침이 충돌하고 있다'며 '현재 출장비 지급에 문제가 되는 점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낭비되는 예산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라는 기사에 은평구청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한편에서 나온다.

은평구의원 "보복적 행정으로 인한 행정력 남용" 우려

은평구가 <은평시민신문>을 경찰에 고발한 이번 건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장은 "<은평시민신문>이 신청한 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닌 자부담을 포함한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 미디어 지원사업"이라며 "이사회 결의를 통한 지역사회를 위한 공익사업에 서명의 필체를 문제 삼아 대단한 비리가 있는 양 침소봉대로 보복 행정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은평구는 최근 3년간 감사보고서와 조합원 명부, 올해 총회 자료 등 무리한 요구에 이어 사업 포기 요구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마을기업 지정을 취소할 만한 거리를 찾지 못하자 이사회의 서명 필체를 문제 삼아 신문사 전체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매도했다"라고 덧붙였다.

은평구의회 정준호 의원(재무건설위원장)은 지난 11일 행정사무 감사에서 "현재까지 지정된 마을기업 8곳은 문제가 없는가"라는 말로 <은평시민신문>에 대해서만 집중 조사를 벌인 이유를 캐물었다. 이어 "보복적 행정으로 인한 과잉 행정력 남용이라면 굉장히 개탄할 만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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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진위는 수사기관이 밝힐 것"

은평구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은평시민신문>을 표적으로 삼아 거리를 찾기엔 너무 바쁘고 그럴 수도 없다"며 "본질은 확인된 내용이 수사기관에 의뢰할 정도로 사안이 중하냐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의 마을기업 지정 요건을 보면  마을기업 선정 시 조합원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전체 동의를 얻었는지 의문이 들고, 이사회 회의록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진위는 수사기관에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평구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는 "'은평시민시민이 본인들의 과오는 간과한 채 '은평구청이 비판 보도한 언론사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은평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은평구청, #은평시민신문,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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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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