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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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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에게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쉽지 않다. 산업재해 책임을 최고책임자에게 물을 수 있는 규정이 까다로운 탓이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아래 재해기업법)은 노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재해를 당했을 때도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재해기업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 조치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해기업법이 일찍 시행됐다면, 17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하거나 다친 건물 붕괴 사고의 책임을 정몽규 회장에게도 물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해기업법 시행됐어도 처벌 쉽지 않다

하지만 재해기업법이 시행됐더라도 정 회장은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  재해기업법은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해기업법 9조를 보면, 의무안전조치의 대상을 다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으로 한정했다. 붕괴된 건물은 다중이용시설도 아니고 공중교통수단도 아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자체가 적용되기 어렵다. 손익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붕괴된 건물은 중대재해법 상 안전조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라며 "재해기업법이 시행됐더라도, 사업주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빠져나갈 구멍은 또 있다. 중대재해법은 책임자의 범위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노동계는 '최고경영책임자'로 대상을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경영계 의견 등이 반영돼 '경영책임자 등'으로 대상이 넓어졌다. 즉 회장이나 사장 등 최고결정권자가 아닌 안전관리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형태로 '꼬리자르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재해기업처벌법에 적시된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법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정해야 법의 허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에 경영책임자 범위 엄격하게 규정해야 실효성"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 매몰된 버스 살피는 구조대원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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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고와 관련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안전조치 대상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에서 시행하는 산업안전법은 일반 시민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를 제외한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시설 운영에 따른 위험의 종류와 효과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손익찬 변호사는 "영국은 일반 대중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업주가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주의 의무 조치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청업체와 지자체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번 사고는 재개발사업지 철거 업무를 현대산업개발이 A 하청업체에 맡겼는데, 이 경우 원청업체와 지자체도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진 활동가도 "붕괴 사고는 발주처나 관할 지자체의 책임도 크다"면서 "하청업체가 낸 사고의 경우, 원청·관할 지자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시행령 등에서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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