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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교..교..육이요?"

'시민기자 교육'으로 강연을 해줄 수 있냐는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팀 편집기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누가 누구를 교육한다는 것인가? 게다가 나는 태어나 다른 사람 앞에서 강연한 경험이 전혀 없는데! 편집기자는 시민기자로 출발해서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경험을 '사는이야기'를 쓰는 다른 시민기자들에게 말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4월에 출간한 책 <나이 들면 즐거운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가운데 3분의 2(27개 꼭지 중 17개)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 이런 제안을 한 것 같았다. 

잠시 망설였으나 다른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쓰거나 책을 출간하는 데 혹시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온라인 서점 100자평에 독자가 남겨준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다시 질문하는 저자의 성실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내 생애 첫 강연 <질문으로 기사 쓰는 법>을 준비했다.

나의 첫 강연 '질문으로 기사 쓰는 법'
 
태어나 처음으로 만들어본 PPT.
 태어나 처음으로 만들어본 PPT.
ⓒ 전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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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시한 '질문으로 기사 쓰는 법' 첫 번째는 '당연한 것에 던지는 질문'으로 기사 쓰기다. 책의 첫 글이자 오마이뉴스 기사였던 '흰머리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염색에 관한 글이다. 하루는 뿌리염색을 하다가 '왜 염색이 당연하지?'라는 질문에서 글이 시작됐다.

자료조사를 해보니 일본에서도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는 여성들에 관한 책 <고잉그레이>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SNS도 검색해 봤다. '고잉 그레이'라는 단어로 2만 4천여 장의 사진이 검색되었다. 과연 흰머리는 전 세계 여성의 관심사구나 싶었다. 그렇게 염색을 포함한 미용관습이 어떻게 여성의 건강과 돈, 에너지를 빼앗는지에 대한 기사 '고잉 그레이- 나는 그렇게 뿌염을 멈추었다'를 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나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나에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기사 쓰기다. 책의 두 번째 글인 '보디 토크를 멈춰볼까요?' 역시 오마이뉴스 기사 '나이 오십, 더는 쌍수에 흔들리지 않겠다'가 바탕이 된 글이다. 친한 친구가 한 모임에 가면 피부과 시술, 티 안 나는 성형시술, 다이어트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좋은데 넌 왜 안 하냐'며 강요를 해서 힘들다고 했다.

'나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니까, 외꺼풀인 나는 쌍꺼풀 수술하면 예뻐지겠다는 얘기를 대학 입학 때부터 오십이 된 지금까지 듣고 있었다. 마침 러네이 엥겔른의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쉽게 떠올랐을 것이다.

이렇게 질문은 어느 날 내 머리에서 '반짝!' 하고 나왔다기보다는 평소에 책을 읽을 읽고 대화와 사유를 통해 작은 균열이 일어나다가 어떤 상황과 만났을 때 '쩍!' 하고 갈라져 나왔다. 물꼬가 트여 새로운 생각의 흐름이 생길 때 글이 시작된다고 시민기자들에게 말했다. 
 
줌으로 한 첫 강연을 무사히 마쳤다.
 줌으로 한 첫 강연을 무사히 마쳤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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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타인에게 관심을 둘 때 생기는 질문'으로 기사 쓰기다. 나는 친정어머니와 같이 산다. 친정어머니는 내가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엄마는 왜 불안해하실까?" 질문이 생겼고, 어머니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친정어머니의 어머니인 나의 외할머니는 아기를 받아주는 조산사, 산파였다. 외할머니가 아기 받으러 가면 (진통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언제 돌아올지 몰라 어머니는 항상 불안했다 한다. 그때마다 장녀인 어머니는 동생을 돌보거나 살림 등 엄마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의 몸에 새겨진 불안감이 나에게 투사됐구나 싶었다. 더불어 돌아가신 외할머니 삶이 궁금해졌다. 옛 기억을 더듬어 외할머니 삶을 글로 써서 책에 실었는데 뜻하지 않게 반응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질문하고 착안해서 글쓰기'이다. 작년 오마이뉴스 20주년 공모 '나의 스무 살' 때 '꽃'에 관한 기사를 썼다. 책 편집자는 책의 호흡은 기사나 칼럼의 호흡과 다르니 기사에 살을 찌워달라는, 즉 내용을 보강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꽃에 대해 아는 것이 한정적이라 미국에 있는 플로리스트 친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루는 꽃이 시들면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친구는 꽃이 시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꽃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화병에서 꽃을 빼지 않는다고 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과정이 사람의 '나이듦' 특히 '완경'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즈음 꽃시장에 다녀온 것과 연결해서 완경에 관한 기사 '완경이 왔다... 나를 마음껏 칭찬하고 싶다'를 썼다.

글쓰기 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료조사와 취재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고, 스스로 질문을 하는 것.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고, 스스로 질문을 하는 것.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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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타인에게 관심을 두자.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자. 거기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기사를 써보자며 '질문으로 기사쓰는 법' 강연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갑자기 질문을 받자 초보 강연자인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했지만, 열심히 답변했다. 의외였던 것은, 나는 방송작가였기 때문에 글쓰기 전에 자료조사나 취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시민기자들은 그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자료조사는 정보의 정확성을 재확인하고, 내가 쓰려는 글을 누군가 먼저 쓰지 않았나 검토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기자들의 우호적인 환대 덕분에 첫 강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고, 스스로 질문을 하는 것.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 시민기자들의 기사쓰기에 도움을 주려고 한 말이었는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번 나의 첫 강연은 '앞으로 계속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곁에 있는 시민기자들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시간이었을지도.

태그:#시민기자, #첫강연, #질문으로기사쓰기, #나이들면즐거운일이없을줄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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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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