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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주식 투자에서 저지른 많은 실수를 고백해왔다. 무턱대고 매수한 급등주, 맞출 수 있을 거라며 시도한 단기거래, 허황된 뜬구름 위로 대책 없이 쌓아올린 레버리지 등 무모함의 끄트머리에서 놀며 적지 않은 사고를 쳤다. 깎아지는 절벽의 끝은 아찔했음에도 애써 무시했던 것은 '설마'라는 마음에서였다.

떡도 먹어본 놈이 더 잘 먹는다고 회가 거듭될수록 더 크게 해먹었다. 수십만 원,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실수가 거듭될수록 분명 배우는 게 있었는데 이상하게 반복해서 사고를 쳤다. 매 순간이 데자뷔. 몸에 배인 습관과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감성은 느낌 투자에 너무나 적합했다. 아... 불안함의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나. 과연 이 답 없는 인간에게 방법은 없는 걸까?  

투자에서의 블랙박스
자꾸만 실수를 반복하는 나란 인간. 어쩌나...
 자꾸만 실수를 반복하는 나란 인간. 어쩌나...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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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엔 블랙박스라는 아주 중요한 장치가 있다. 운행 중에 발생한 대부분의 이벤트를 기록하는 장치로, 사고 시 상황 정보를 유지함으로써 비행 중 상황을 재현해 원인을 규명하는데 쓰인다. 사고가 나면 생존자가 있기 어려운 이유로 아주 튼튼하게 만든 기록 장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추락사고가 발생했던 1950년대에 개발되어 60년대에 장착이 의무화된 블랙박스는 많은 사건 사고에서 원인을 규명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에 달리는 블랙박스가 이를 차용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들은 이의 유용함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테다.

하지만 항공기에서의 블랙박스는 아주 중요한 목적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바로 사고의 재발 방지다.

"항공 분야의 모든 지식, 규칙, 절차는 누군가 어디선가 추락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설리 기장의 말마따나, 매번의 추락은 미래의 비행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의 갖가지 비행술은 지난 사고로부터의 배움인 거다.

그러니까 블랙박스는 원인 규명과 함께 이를 분석하여 다음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더 큰 목적을 가진다. 동일한 사고로 또 다른 안타까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로부터 배운 모든 것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노력. 그 노력의 결실이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비행 기록 장치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투자일지다. 매매뿐만 아니라 그 이유와 계획을 적어두는 투자의 기록. 이 기록을 통해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어이없는 짓을 반복하는 내겐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노력, 투자일지가 필요했다.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블랙박스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식 투자에 있어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것이 투자일지라는 것도. 그럼에도 실천하지 않은 것은 '예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뭐 달라지겠냐는 생각은 지나치게 가벼워 생각 속에 제대로 내려앉은 적이 없었다.

투자일지를 권유하던 많은 사람들의 얘기에도 그 효과를 모르니 귀찮음이 앞섰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질문과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대답이 결국 나를 책상으로 이끌었고 떠밀리 듯 몇 자라도 끄적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별 기대 없던 기록의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느낌으로 움직였던 탓에 거래 내역을 봐도 무슨 연유로 사고팔았는지 몰랐던 종목들이 제법 분명하게 제 역할과 스토리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기록은 지난 내 결정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 아직도 유효한지에 대한 판단을 가능케 했다. 기억의 왜곡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라 의지할 것이 못되지만, 기록은 '빼박'이란 기본 속성으로 가당찮은 '과오의 미화'까지 차단했다.

별 기대 없던 기록의 효과

내가 쓰는 투자일지란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꼼꼼하지도 않고 매번 적지도 않는다. 그저 이 종목이 좋아 보인다. 이유는 이렇다. 얼마 정도 사야겠다. 정도의 투자 아이디어를 적은 간단한 메모 형식의 글이 다다. 간혹 관심이 커지거나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 참고용으로 내용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되도록 간략히 하려고 한다. 공을 들인 완벽함이 아니라 대충이라도 꾸준함이 목표이기에 그렇다.

이전엔 절대 이길 수 없었던 날뛰던 마음을 차분해진 머리가 거뜬히 제압했다. 실로 편안한 상태. 이게 중요하다. 언제나 이성이 갈피를 못 잡고 마음을 따를 때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투자일지를 적고 난 후부터 원치 않게 제자리를 맴돌거나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일이 줄었다. 내 앞에 '글'이라는 형태로 드러나 있는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이 방황할 여지를 많이 줄여 준 덕분이다.

잘못된 길을 갈 수는 있다. 사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잘못된 길이 더 많은 미로를 헤매고 있더라도 언제든 온 길을 되짚어 돌아나올 수만 있다면 내딛는 발걸음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테다. 잘못되었을 때 어디 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든든한 것이다.  
내가 또 그러면 개미가 아니다 내가...
▲ 그랬었지... 이젠 그러지 말자.. 내가 또 그러면 개미가 아니다 내가...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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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같은 시험에서 매번 같은 답안을 작성한 것은 제대로 채점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틀렸는지 알 수 없는데 어찌 답을 바꿀 수 있겠나. 지금 받는 50점이라도 유지하려면 안전(?)하게 똑같은 답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채점된 오답지를 받아들고 재시험을 치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록 문제도 어렵고 무수히 많은 해답과 오답이 있는 다지선다형 시험이지만, 무엇이 해답에 가깝고 무엇이 확실한 오답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투자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블랙박스를 장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로부터 배우고, 버리고, 강화하고, 개선해서 다함께 사고를 줄였으면 좋겠다. 나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런 저사양 블랙박스도 도움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효과를 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고백하자면 이 글도 내 블랙박스 기록의 하나다. 요즘 바쁘단 핑계로 몇 자 적는 것에 소홀해지려는 나를 이렇게 붙들어 맨다. 남들에겐 꼭 적으라고 해놓고 고민했다니... 다행히 염치는 있는지 얼굴이 제법 달아오른다. 이번에도 역시, 기록의 '빼박' 기능이 여지없이 잘 작동하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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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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