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 SBS

 
SBS 인기 예능 <런닝맨>과 1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배우 이광수가 13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했다.  

지난 4월 소속사를 통해 전한 것처럼 원년멤버 이광수는 5월 24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런닝맨>과 작별을 고했다. 교통사고 여파에 따른 재활 등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냈던 이광수는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하여 최근에 방영된 방송들에선 이광수에 집중된 각종 미션을 부여하며 재미와 웃음을 선사했다.  

​이는 예정된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런닝맨>다운 방식이기도 했다. <런닝맨>은 '하: 하나의 새 멤버를 선택한다면, 차:차태현 또는 차은우' 같은 말장난으로 하차 2행시를 거침없이 내뱉는가 하면 조기 퇴근 미션 성공으로 녹화 시작 2시간 만에 이광수를 귀가시키는 등 그를 당황시키며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13일 소개된 마지막 촬영만큼은 프로그램 출연진 및 제작진 모두에게 쉽지 않은 순간이 되었다.

마지막 녹화를 열흘 앞두고 제작진과 오랜만에 사전 미팅에 나선 이광수는 덤덤하게 멤버들과 쌓은 추억들을 더듬어 나갔다. 그가 첫 녹화가 진행되었던 SBS 옥상을 비롯해서 수시로 촬영이 진행되던 한강 둔치, LP바 등 각종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장소를 떠올림과 동시에 삼겹살, 닭칼국수 등 추억의 음식을 이야기하는 동안 <런닝맨>의 11년 희로애락을 함께 한 시청자들 머리 속에서도 해당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온갖 미션 성공 상품...알고보니 이광수가 마련한 마지막 선물

 
 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 SBS

 
이번 녹화의 주제는 '이광수 교화'(?)였다. 그동안 이광수가 방송 속에서 저지른 기물파손, 폭행, 사기 등에 실제 형량을 부여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제작진은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자문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이광수는 무려 1050년형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예능 범죄자가 됐다. 이에 멤버들은 그를 도와 형량을 줄이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날 방송에선 '이광수 고별편'에 걸맞은 엄청난 선물도 등장했다. 그런데 여기엔 비밀이 숨어 있었다. 각 코스별로 등장한 상품은 사실 멤버들을 위해 이광수가 직접 마련한 것들이었다. 이광수는 멤버 각자의 기호에 맞춰 후드티, 스피커, 가방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했고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한 그와 멤버들 노력에 힘입어 촬영 종료 12분을 앞두고 극적으로 미션에 성공했다. 이날 만큼은 누가 1등을 차지하고 벌칙을 받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모든 게임이 종료된 직후 <런닝맨> 멤버들은 각자의 소감을 빼곡히 적은 편지를 이광수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를 읽던 이광수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무덤덤해 할 것 같았던 송지효, 양세찬 등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함께 흐느끼면서 오랜 기간 호흡을 함께 맞춘 가족 같은 동료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눈물 쏟은 이광수와 멤버들, 그리고 시청자들​

 
 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지난 13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이날 방송을 끝으로 이광수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 SBS

 
이광수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또 죄송합니다. 또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담은 소감을 말했고, 마지막 <런닝맨> 촬영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를 보내면서 유재석은 "광수가 떠난 이후에도 열심히 달리겠다. 함께 해준 우리 광수 정말 고맙고 즐거웠고 행복했다"며 멤버들을 대표해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제가 런닝맨을 유치원 때부터 봤는데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네요…항상 일요일 저녁마다 절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11년 동안 한회도 안 빼고 다봤는데 광수형 진짜 너무 고생했어요.  영화 개봉하면 꼭 <런닝맨>에 게스트로 나와줘요 ㅠㅠ"

"역대급 많이 울었다... 드라마 보면서도 이렇게 많이 울진 않았던 거 같은데..."


마음이 무겁고 아쉬움이 드는 건 멤버들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작별 준비에 임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준 이광수의 눈물을 지켜보면서 느낀 감정을 <런닝맨> 열성팬들은 네이버TV, 유튜브 등 동영상 댓글을 통해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배신기린, 이지브러더즈 등 다양한 애칭 속에 11년 동안 일요일 저녁을 책임져준 이광수는 우리들의 친구이자 형, 오빠, 동생이었다. 이날 BGM으로 사용된 '이젠 안녕'(015B)의 노랫말처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닐 것이다.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이지 않겠는가? 이제 그를 매주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상관없이 대중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배우로서 멋진 모습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런닝맨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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