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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월 14일 오전 10시 40분] 

나는 일터 대문 밖을 벗어날 수 없는 휴게시간, 야간 위기 상황 등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입소자가 생활하는 2층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야간대기시간(24:00~6:00)을 포함하여 주 51시간을 쉼터에서 머물고 일하면서, 연차도 없이 월급 100만 원을 받았다. 출근하면 총 17시간 동안을 쉼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노동조건이었다. 보통 매주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 격일로 근무하면서 오후 5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10시 퇴근했다.  

'노동조건개선요구를 할 거면, 그만둬도 좋다, 불편하니 다시는 그런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 시설장의 말이었다.

나는 시설장에게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도 또 마지막 근무일까지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 3일을 같이 생활하던 아이들과 하루 아침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시설장은 이번에 재계약을 하면 내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니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고,  '나이가 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차별 발언도 하였다.

A쉼터는 야간 실무자가 없으면 시설장을 포함한 5인이 주 7일, 24시간을 쉬는 날 없이 근무해야 한다. 쉼터는 모 기업에서 숙직지정후원금을 받아 7년 간 야간 실무자를 고용하였다. 나와 같은 조건에서 1년에서 3년을 일한 야간 실무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일하고 있었고, 계속 일하고 싶으나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한 나는 해고가 되었다.

시설장은 면담 과정에서 '처음에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냐?' '왜 처음에 합의한 것을 바꾸려고 하냐?' '기관은 노동조합을 개입시키는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말을 강조하고 반복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자 하는 일터를 지키려면
 

'월급 100만 원이 많이 적어요?''야간 취침시간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요' 2019년 9월 면접시 면접관이었던 실장과 시설장에게 들었던 말이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내가 찾던 빈곤 청소년 관련 일터였기에 합격 통보를 받고 기뻤다. 나는 정규직 직원들과 동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동료가 되지 못했고 15개월 만에 계약만료통보를 받았다. 

나의 노동조건개선요구에 실장은 '7년 간 숙직 실무자를 고용했는데 (내가) 월급을 제일 많이 받는 거다.' '그 전 숙직 실무자는 (오전) 10시 퇴근인데 (낮)12시에도 퇴근하고 그랬다'라고 다그쳤고, 해고 통보 과정에서 시설장은 (내가 무급으로) '근무시간 외 시간을 내어주는 것을 어려워 하니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과 같이 갈 것'이라고 했다. 

야간실무자 구인공고에 보면 '치료회복프로그램 선택적 참여'라고 되어 있다. 무슨 뜻일까? 야간 실무자가 캠프 등 치료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지만 임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청소년 쉼터에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관인 시설장은 '야간 실무자들이 여행삼아 자기 차 끌고 캠프에 오고 그런다'고 했다. 구직자인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일하려면 무급으로 캠프에 참여하라는 사전 지시였다. 

한 야간 실무자는 '여행을 가려면 자기 돈 내고 가야 하는데, 캠프를 가면 돈을 안 들이고도 갈 수 있어서 좋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3년 간 월 1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그들의 동료가 되지 못한 것은 노동조건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고, 최후의 수단으로 노동조합의 면담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내가 저임금에 더한 무급노동을 거부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업무배제,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관리자의 무시와 차별에도 관리자들의 마음에 들도록 기분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새날을 열고자 했던 초창기 멤버들인 그들의 선배와 만남의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선배들은 국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시기에 모든 활동가들이 역할과 직무에 상관없이 적은 활동비를 똑같이 나누었다고 했다. 야간에 청소년들을 만나는 실무자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적어도 야간에 청소년들을 돌보는 업무에 대해 차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의 후배 관리자들은 야간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정규직 직원들이 감당하기 힘들었던 야간 실무를 '노예임금으로 메꾸어줄 사람'을 고용했던 것이고, 야간 노동 외 무급노동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1년 세출 4억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시설장에게 '(나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주면 정규직 직원들이 감당하는 게 늘어나는 건 분명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참했다. 법인은 법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조건개선을 요구하는 내게 '지금 비정규직을 없애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놀랐다.  

A쉼터의 운영 법인인 (재)B재단은 200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시설장 임명도 안 하고,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운영 법인이 시설 운영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재)B재단 사회복지시설 운영 인가를 취소해야 하고, 서울시와 여성가족부는 7년 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생계비 이하의 노예임금을 지급한 A쉼터의 국가보조금을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해고된 나는 지방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난 4월 27일부터 서울 광화문 빌딩 B교단과 서울시청 앞 1인 시위를 14일 현재 20일째 진행하고 있다. 어디까지 가야 침해되었던 내 권리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일터로 돌아가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나는 지금 감독기관들이 사용자를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추궁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미루는 현실에 서 있을 뿐이다.

* A쉼터측은 <오마이뉴스>에 류허미라씨가 숙직 실무자로 주3일 근무한 것은 맞지만 계약만료가 이루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류허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노동청 시정명령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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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짜 사용자, #(, #국가 책임, #청소년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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