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급에서 챔피언 아데산야의 입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데일의 힐라리버 아레나에서 열린 UFC 263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3위 마빈 베토리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지난 3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얀 블라코비치에게 도전했다가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를 당했던 아데산야는 마들급으로 돌아와 3차 방어전에서 베토리를 가볍게 제압하며 여전히 미들급에서는 적수가 없는 최강임을 증명했다.

한편 앞서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는 랭킹 1위 브랜든 모레노가 챔피언 데이비슨 피게레도를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며 새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모레노는 멕시코 국적을 가진 파이터 중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UFC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멕시코 격투계는 물론이고 멕시코 국적의 스타 파이터가 필요했던 UFC에도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차전에서 피게레도(왼쪽)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모레노는 6개월 후 2차전에서 확실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1차전에서 피게레도(왼쪽)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모레노는 6개월 후 2차전에서 확실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 UFC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멕시코 국적의 스타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까운 이웃나라다. 실제로 미국에는 많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고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멕시코 국민들은 스포츠 경기에 대단히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다. 당연히 UFC 입장에서는 멕시코를 중요 시장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다분했다. 하지만 UFC의 바람과 달리 멕시코의 '격투영웅'은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는 멕시코 혈통으로는 처음으로 UFC 정상에 오른 파이터로 멕시코 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케인 역시 자신의 혈통을 자랑스러워하며 멕시코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입장하곤 했다. 하지만 케인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미국인으로 완벽한 멕시코 선수라고 할 수 없었다(데니스강이나 벤슨 헨더슨을 한국인으로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페더급의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멕시코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순수 멕시코인이다. 지난 2018년 '코리안좀비' 정찬성을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버저비터 KO승으로 꺾으며 주가를 올린 로드리게스는 멕시코 국적의 선수 중 가장 타이틀에 가깝게 접근한 선수다. 하지만 페더급에는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비롯해 맥스 할러웨이, 브라이언 오르테가 등 강자들이 즐비해 좀처럼 로드리게스의 차례가 오지 않고 있다.

여성 파이터 중에서는 여성 밴텀급 4위에 올라 있는 이레나 알다나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밴텀급 챔피언은 밴텀급과 페더급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역대 최강의 여성 파이터로 불리는 '암사자' 아만다 누네즈다. 작년 10월 생애 첫 메인이벤트 출전에서 밴텀급 2위 홀리 홈에게 판정으로 패한 알다나가 당장 타이틀샷을 얻게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멕시코 국적의 파이터들이 좀처럼 UFC에서 한 체급의 정상급 파이터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993년생의 젊은 파이터 모레노가 플라이급에서 급부상했다. 모레노는 170cm, 57kg의 경량급임에도 73.7%의 피니시율(3KO11서브미션)을 자랑하는 화끈한 파이터다. 하지만 멕시코의 격투팬들이 모레노를 유난히 아끼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UFC 퇴출이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챔피언에 등극한 감동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멕시코 챔피언 탄생, 플라이급도 뜨거워진다

여느 선수들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체육관에 등록했다가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빠진 모레노는 2011년 멕시코의 작은 단체에서 프로 파이터로 데뷔했다. 데뷔 후 7경기에서 4승3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던 모레노는 2013년부터 기량이 급상승해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같은 기간 WFF라는 단체에서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라 3차 방어까지 성공한 모레노는 2016년 10월 UFC에 입성했다.

UFC 진출 후 3연승을 달리며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독주하던 플라이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모레노는 서지오 페티스와 알렉산드레 판토자에게 연패를 당하며 UFC에서 퇴출됐다. 만약 여기서 모레노가 좌절하거나 자포자기했다면 현재 멕시코 최초의 UFC 챔피언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레노는 2019년6월 LFA라는 단체에서 마이켈 페레즈를 4라운드 KO로 꺾고 한 경기 만에 UFC에 재입성했다.

UFC 복귀전 무승부 이후 다시 3연승을 달린 모레노는 챔피언 피게레도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작년 12월 UFC 256대회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5라운드 내내 타격과 그라운드를 오가며 엄청난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도전자였던 모레노는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피게레도와 무승부를 기록한 모레노에게는 재대결을 요구할 명분이 있었고 결국 두 선수는 UFC263대회에서 2차전이 성사됐다.

6개월의 시간 동안 기량이 정체돼 있던 챔피언 피게레도와 달리 젊은 모레노의 기량은 한층 성장해 있었다. 모레노는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그라운드에서 챔피언을 지치게 만들었고 3라운드 중반 그라운드 상황에서 피게레도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를 걸었다. 피게레도는 한 차례 모레노의 서브미션에서 벗어났지만 모레노는 피게레도의 목을 한 번 더 강하게 조였고 버티던 피게레도도 끝내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론 기다리던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모레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내 조국 멕시코와 멕시코 국민들에게 승리를 바친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애리조나의 관중들도 뜨거운 기립 박수로 모레노의 챔피언 등극을 축하했다. 히스패닉 격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피니시율 70%가 넘는 만27세 젊은 챔피언의 등장으로 UFC의 대표적인 비인기 체급이었던 UFC 플라이급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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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63 플라이급 타이틀전 브랜든 모레노 멕시칸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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