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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미만 영·유아의 경우 호흡기가 제대로 발달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흡 곤란 시 스스로 마스크를 벗지 못할 위험이 있어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다."

위는 영·유아의 마스크 착용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제 8개월이 된 아기를 가진 우리 부부의 고민은 항상 이 마스크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달에 두어 번의 접종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영아기인 6개월 때까지 어쩔 수 없이 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씌웠다. 필자의 아기 말고도 접종을 찾은 아기들은 아니나 다를까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더더구나 이곳은 병원 아니던가?

마스크를 처음 씌우던 날에 아기가 답답해 울던 모습에 우리 부부는 꽤 진땀을 흘려야 했다. 아래는 마스크를 씌우는 것에 대한 대안들을 찾아보았던 '마스크 유목민'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8개월 아기의 마스크 체험기이다.

마스크의 대체품을 찾아서 
 
아이가 두 달에서 세 달에 접어가던 시점에 병원에서 잠시 씌운 마스크
▲ 일회용 마스크 아이가 두 달에서 세 달에 접어가던 시점에 병원에서 잠시 씌운 마스크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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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마스크보다 안전하면서도 아이에게 편할 마스크를 찾아야 했다. 맘카페의 사용 후기 글들, 블로거들이 흔히들 '내 돈 내 산'(내가 직접 돈을 주고 산 물건) 등의 반응을 살폈다.

특정 상표의 면 마스크에 관한 글이 많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상품을 바로 결제했다. 그렇게 아기는 때때로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때마다 면 마스크와 친구가 되었다.

6개월이 지나자 변수가 찾아왔다. 아기가 마스크를 스스로 벗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아뿔싸. 한 사람이 안고 있다면 한 사람은 계속 마스크를 씌워 줘야 했다.
방법을 갈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비말 유모차 덮개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유모차에 비말 차단 덮개를 씌웠다. 더워할까 봐 유모차용 선풍기도 달아줬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플라스틱 너머의 풍경과 답답한 유모차 안의 공기를 아이는 견디기 힘든지 자주 울어 댔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검색에 열중한 결과 코로나 마스크 모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마스크처럼 귀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쓰는 제품이었다.

비말을 차단하기 위해 창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얼굴을 감싸주고 나머지 부분들은 오픈된 형태였고 게다가 시원한 재질과 추위를 막아줄 제품도 존재했다. 부부는 신세계를 만났다며 기뻐했다.

걸리는 것은 아이가 모자를 쓰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 모자는 외출 시에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험이 드물었던 아기는 모자를 쓰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택배 도착 후 우리는 또 공황 상태를 맞았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아이는 모자를 쓰자마자 울었고 기껏 씌워 줘도 집어 던지기 일쑤였다.

'코로나 커버'. 유모차 커버랑 비슷하지만, 아이를 안았을 때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비말에 안전하고 통풍이 잘된다고 익히 들었기에 많이 기대했던 아이템이다. 이 또한 계절 상품이 존재해서 4계절을 사용할 수 있어 더욱이 기대가 컸다. 하지만 또 변수가 일어났다.

우리 아기는 열이 많은 편이다. 아기를 오래 안게 되면 열이 내려가지 않으며 땀이 찬다. 아기는 더위를 더 느끼게 되어서인지 사용을 꺼렸다. 게다가 계절이 6월이 되면서 날씨가 가파르게 더워졌다

서늘할 때 한두 번 잠깐 사용 후에 날씨가 부쩍 더워졌기에 더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사용했던 제품 중에는 성과가 있었던 편. 만약 가을쯤에도 아기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쓰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아이의 무게가 사용 여부의 관건이지 싶다.

'아기 띠 가드'. 지금 우리 부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얼마 전에 발견한 아이템인데 지금은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한 펀딩 사이트에서 성공적으로 1차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제품이다.

홍보 문구에서 1만112건의 누적 리뷰 수가 있다고 명시할 만큼 많은 엄마·아빠들이 선택했다고 해서 펀딩에 참여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이것까지 실패한다면 또다시 무한대로 위의 방법들을 돌려막기를 하거나 다시 마스크로 돌아가는 방법뿐이다.

아기가 3개월 차부터 마스크를 씌웠다. 마스크를 씌우지 말라고 하는 정부의 권고도 수긍했지만,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 게 저 작은 아이를 총기 없이 전선에 내보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출퇴근 시에 마스크를 쓴 모습의 아빠를 아기가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멘다. 아이 앞의 모든 세상의 사람들이 얼굴의 반을 가리고 다니는 이 희한한 상황이 아이에게 예쁘게 기억될 리 없다는 생각을 하면 속상하다. 

필자는 코로나 세대 고군분투 육아기를 쓰고 있다. 어쩌면 이 마스크에 대한 단상의 시작이 지금까지 육아기를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잠깐 외출을 앞둔 주말, 아이의 마스크를 챙긴다. 아이가 울 거라는 생각에 아찔하지만 어쩌겠는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하루빨리 이 코로나가 종식되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의 마스크를 고민하며 육아에 매진하고 계실 모든 부모와 아기들에게 진정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태그:#코로나 , #아기, #마스크, #코로나커버, #아기띠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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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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