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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보이차(普洱茶)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16년 가을 무렵이었다. 당시 무예를 가르쳐주시던 스승님께서 보이차를 권한 게 시작이었다.

스승님께서는 우리가 검(劍)을 휘두르는 동안 구석에 앉아 조용히 보이차를 내리다가 찻물이 다 끓으면 꼭 불러서 한 잔씩 권하셨다. 그러면서 보이차의 효능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셨다.

물론 그전에도 보이차를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일상적으로 마시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승님의 권유와 수련 전후로 한 잔씩 마시는 보이차의 향과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보이차를 찾기 시작했다.
   
 보이차의 일종인 '90년대 초반 파달청병'
 보이차의 일종인 "90년대 초반 파달청병"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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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커피를 멀리하게 되었다. 한때 <오마이뉴스>에 커피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커피예찬론'을 펼쳤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남이 사주는 커피 아니면 입에 잘 대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에 1L 이상 꼭 보이차를 마신다. 하루라도 차를 마시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다. 저녁에 약속이 생겨 집에 늦게 들어갈라치면 "아이고, 오늘은 집에 가서 차 마실 시간도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보이차의 향과 맛에 빠져들수록 더 깊이 알고픈 마음에 2년 전에는 정식으로 차예사(茶睿士)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보이차를 마시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

<생활 속의 보이차>는 나처럼 일상에서 보이차를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SNS에서 보이차 동호회를 운영하는 저자가 동호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여 묶어냈다. 그래서 차에 관한 각종 이론을 나열한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라 가벼운 수필에 가깝다. 부제도 '보이차로 몸과 마음이 치유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생활 속의 보이차> 책 표지
 <생활 속의 보이차> 책 표지
ⓒ 메이드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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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달고 살다가 뒤늦게 보이차의 세계에 빠져든 직장인, 업무상 잦은 음주로 인해 숙취에 시달렸으나 보이차를 마시면서 고통에서 해방된 직장인, 온 가족이 보이차를 물처럼 끓여 마시는 집, 보이차를 마시면서 고질병이 개선된 이 등등... 각종 이론의 나열보다도 실제 일상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겪은 이들의 경험담이 오히려 보이차의 효능을 생생히 전달해준다.
 
"처음 마실 때 좋았던 건 배에 전해진 따뜻함이다. 찻잔에 계속 채워지는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몸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해지고 '어, 이 느낌은 뭐지?' 자문하는 나를 발견하니까. 며칠 후 보이차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좋았던 건 내 코가 느낀 찻잎의 신선함이다. 커피와는 다른 향기를 맡으며 '어, 이 느낌은 또 뭐지?' 하는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윈난성에서 발원해 아시아를 정복한 찻잎의 원시적 생명력을 호흡할 수 있다." - 6쪽

'차를 마시는 것은 하늘과 땅과 별과 바람과 흙을 마시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윈난성 대지의 기운을 받아 자라난 차나무,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엽해 보이차로 가공하는 인부들의 손길,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찻잎을 우려내는 나의 손길이 더해져 차 한 잔이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나는 보이차를 마시면서 찻물이 내 몸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 찻잎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땅과 비, 태양 그리고 차를 가공하는 현지인들의 마음까지. 그래서 차를 마시는 행위는 자연 그 자체와 호흡하는 과정이다. 그들과의 말 없는 대화가 참 즐겁다.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밖에 나가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우울증이다. 이런 우울증 해소에 보이차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도 있다.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자가격리 기간은 불안과 답답한 기분이 때때로 몰려드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들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차 자체가 몸에 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면서 매력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힘들 때 차를 마시면서 힐링이 되는 것들이, 요즘 세상에서는 몸만큼 정신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32쪽

책은 보이차의 세계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을 위한 꿀팁들도 소개하고 있다. '보이차 살 때 바가지 쓰지 않는 법', '보이차를 고르는 기준', '어떤 곳에서 구입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들은 초보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 또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이기도 하다.

특히나 중국의 보이차는 워낙 가짜가 많고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한 뒤에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 저자 역시 전문가가 아닌 이상에야 "웬만하면 중국에 가서 보이차를 직접 사지 마라"고 권장한다.
 
"여러분들은 중화권에 여행을 가서 보이차는 사지 마시길 바라며, 정말로 자기가 보이차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많이 마셔봤고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때, 그때 구매하시길 권하며 자신 없으면 공구할 때 또는 지유명차나 대익이나 개인 찻집에 가서 마셔보고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 76쪽
 
 개완으로 찻잎을 우리는 과정
 개완으로 찻잎을 우리는 과정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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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로 얻고자 하는 가치들

내 삶의 좌우명 중 하나가 바로 '이차정심 이무건신(以茶靜心 以武健身: 차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예로써 몸을 튼튼히 한다)'이다.

나는 중국무술의 일종인 형의권(形意拳)을 수련하고 있다. 내가권(內家拳)의 일종인 형의권은 선천지기(先天之氣: 태어날 때 부여받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의 회복을 추구하는 무술이다. 이는 몸의 복원력을 회복시켜주는 보이차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보이차를 마시고 삼체식(三體式: 형의권의 기본 자세)을 서면 차의 기운이 등줄기를 따라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기혈순환이 원활히 이뤄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차를 마시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다름 아닌 '하심대인(下心待人: 마음을 내리고 사람을 대하다)'의 미덕이다.
 
"차를 마시는 생활은 억지적 통제력을 온유한 통제력으로 바꾸어준다. 차 마시는 생활은 자기 성찰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과 사물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 뿐 아니라, 그 몸뚱이를 따뜻하게 만들어 온유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박현,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中
 
 기자가 직접 차를 내리는 모습
 기자가 직접 차를 내리는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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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형의권을 수련하는 것도, 보이차를 마시는 것도 모두 나의 근본적 기질을 변화시키기 위함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차를 마신다.

이 유익한 음료를 더 많은 이들이 맛보고 각자의 삶에서 긍정적인 효능을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 보이차 한 잔이 따스한 위로가 되기를.

덧붙이는 글 | <생활 속의 보이차>, 김찬호 저, 메이드마인드, 2021. /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gabeci)에도 게재합니다.


생활 속의 보이차 - 보이차로 몸과 마음이 치유된 사람들의 이야기

김찬호 (지은이), 메이드마인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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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 聖文神武를 꿈꾸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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