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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넓은 고을 광주, 삼국시대부터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고장인 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광주와 연고를 두고 있다. 지금부터 그 대표적인 인물과 역사를 찾아 광주의 골짜기 구석구석을 돌려고 한다.

광주의 넓이는 조선시대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산지가 많고 계곡마다 다른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기에 많은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광주와 인연을 지닌 인물들이 많지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인 허난설헌의 묘와 독립운동가이자 광복 후 국회의장을 역임한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가보려고 한다.

곤지암에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토마토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풍경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비닐하우스를 재배하는 농가마다 앞쪽엔 매대를 구비하고 있어서 오가는 사람마다 토마토를 구입하는 광경도 심상치 않게 목격한다. 광주의 퇴촌면이 토마토로 유명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서 머지않은 팔당호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기에 다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 크다.

최근까지 토마토 축제를 열기도 했었던 퇴촌의 토마토는 맛이 진하고 더욱 달콤새콤하게 느껴진다. 토마토는 몸에 좋은 채소여서 그냥 먹어도 좋고, 계란을 푼 국에 토마토를 썰어 넣은 토마토 계란국으로 먹으면 한 끼는 그냥 해결되니 광주에 오신 김에 한번 구입해 보길 바란다. 

신익희 선생과 문인 허난설헌의 업적을 되새기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신익희 선생의 생가가 광주에 자리잡고 있다. 신익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 요인이었고, 우리나라 초대 국회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신익희 선생의 생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신익희 선생의 생가가 광주에 자리잡고 있다. 신익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 요인이었고, 우리나라 초대 국회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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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넘어 계곡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고, 단정하게 꾸며진 마을의 안쪽에 꽤 규모가 커 보이는 기와집이 나타난다. 이전부터 대한민국 초대 국회의장을 지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수많은 파편 중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사람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잘 모른다.

원래 신익희 선생의 생가는 지금 위치로부터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으나 홍수 피해로 인하여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대문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신익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우선 그의 조상은 역시 광주에 묫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는 신립 장군이라 한다. 선생은 장군의 10대손으로 알려져 있다. 신익희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내무차장을 맡았으며 후에 통합 임시정부의 헌법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현재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국민당을 결성하고 최고의원에 취임하는 등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국민대의 설립자이자 초대 학장이기도 하다. 집의 앞뜰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있고, 생가 뒤편으로 올라가면 그가 생전에 남긴 말씀들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그의 인생을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안동김씨 선산에 함께 잠들어 있는 허난설헌은 조선시대를 대표 하는 문인으로 유명하다.
▲ 허난설헌의 묘 전경 안동김씨 선산에 함께 잠들어 있는 허난설헌은 조선시대를 대표 하는 문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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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천을 건너고 조금 골짜기 깊숙이 들어가 보면 중부고속도로의 쌩쌩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보는 장소에 허난설헌의 묘가 있다. 사실 허난설헌 하면 먼저 떠올리는 동네는 광주가 아니라 강릉이다.

초당두부로 유명한 마을에서 숲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그가 유년시절에 보냈던 생가가 아직 남아있고, 지금도 여러 설화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안동 김씨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고, 죽음 이후에도 안동 김씨 선산에 함께 묻혀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허난설헌의 묘는 원래 다른 위치에 있었으나 중부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이장으로 인해 현재의 자리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묘역은 허난설헌의 가족들과 후손들의 묘가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잘 정돈된 묘역 중에서 어디가 허난설헌의 묘인지 처음엔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후세 문인들이 이정표처럼 세운 시비와 어린 나이에 죽은 그의 두 아이의 묘가 함께 있는 곳을 찾다 보면 그곳이 허난설헌의 묘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여성이 사회적 활동을 하기 힘든 조선시대에 태어나 뛰어난 문장력과 재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녀의 일생은 비극으로 흘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은 시, 문장은 지금도 남아 현재까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녀의 못 다 이룬 꿈을 내세에서라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이제 광주의 깊숙한 계곡, 앵자봉과 관산 사이에 자리 잡은 한국 천주교회 발상지라 칭하는 천진암으로 갈 것이다.

사실 천진암은 한번 문이 닫혀서 못 들어간 적이 있었다. 천진암으로 향하는 길은 광주에서도 유명한 피서지로 계곡을 따라 많은 식당과 펜션들이 이어진다. 마침 허기가 졌던 나는 계곡가에 자리 잡은 한 식당으로 들어가 닭갈비를 먹느라 문이 닫히는 시간을 까먹은 것이다.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는 천진암성지는 현재 100년의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성당을 건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초기 천주교 전래가 이루어졌던 천진암성지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는 천진암성지는 현재 100년의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성당을 건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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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시도 끝에 거대한 천진암 성지로의 입장을 허락받았다. 천진암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조그마한 불교 암자였다. 하지만 이벽, 정약종,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등 5인의 선비가 주도해서 모인 강학에서 천주교를 배우고, 종교로 받아들인 한국 가톨릭의 발상지라고 여겨지고 있어, 거대한 성지를 조성해 놓았다.

물론 현재의 장소가 아니라는 의견도 다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는 깊숙한 계곡에 넓은 터를 가지고 있으니 평범했던 곳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천진암 입구에서 성지까지 올라가는 길은 상당한 급경사를 자랑한다.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골고다 언덕이 연상될 정도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당 천진암 대성당, 볼 수 있을까 
 
현재는 초등학교가 들어선 광주 분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도자기를 운영하던 마지막 분원이었다.
▲ 광주 분원 터의 풍경 현재는 초등학교가 들어선 광주 분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도자기를 운영하던 마지막 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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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올라간 끝에 자랑스러운 태극기와 바티칸 국기가 나란히 보이고, 이 산자락과 어울리지 않는 축구 운동장 4배 크기의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1979년부터 계획이 시작되어 2079년에 완공된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당 천진암 대성당의 터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가진 않은 듯 하지만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제 천진암을 나와 마지막 목적지인 분원 도자 자료관과 팔당댐 물안개공원으로 향한다. 
 
광주 역시 한강이 흘러가 팔당호로 흐르는 고장이기도 하다. 양평, 남양주에서 보는 한강의 풍경과 색다른 맛이 있다.
▲ 팔당 물안개 공원 광주 역시 한강이 흘러가 팔당호로 흐르는 고장이기도 하다. 양평, 남양주에서 보는 한강의 풍경과 색다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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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가장 북쪽 끝에 있는 남종면에는 남양주나 양평에서 봤던 한강의 모습 이상으로 강변의 경치가 수려하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한강 변에는 평일에도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여기는 나름 한가함이 느껴진다.

조선왕실의 마지막 분원의 터와 한강이 일렁이는 물안개공원을 마지막으로 길고 길었던 광주 탐사를 마무리한다. 다음 여행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함께 펼쳐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태그:#경기도, #경기도 여행, #광주, #광주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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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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