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강자와 지역의 맹주가 맞붙는다.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대진표가 강릉고등학교와 대구고등학교로 확정된 가운데, 두 학교 모두 황금사자상을 들어올린 경험이 없어 어느 팀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릉고등학교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20년 고교야구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김진욱(현 롯데 자이언츠) 없이도 큰 대회에서 호성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대구고등학교 역시 '임팩트가 있는 1차 지명급 선수가 있어야만 전국대회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시선을 무너뜨리며 고르게 잘하는 선수들로도 결승에 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두 학교 중 어느 학교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대결이다.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두 학교의 대결은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결승전에 앞서 이번 대회에서 두 학교가 걸어온 길, 두 학교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각오를 담았다. 

'지민 듀오' 견인차, 우승 DNA 각인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바탕으로 결승까지 진출한 강릉고 선수들.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바탕으로 결승까지 진출한 강릉고 선수들. ⓒ 박장식

 
강릉고는 지난해 위력투를 바탕으로 황금사자기 준우승, 대통령배 우승을 이끈 김진욱이 프로로 진출한 후 올해 전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곤 했다. 하지만 올해도 황금사자기 결승에 진출하며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강릉고는 1회전에서부터 서울디자인고, 경기고교, 인천고등학교 등 쟁쟁한 학교를 누르고 4강까지 올랐다. 투타에서의 고른 활약이 볼거리였다. 그 중 최지민과 엄지민, '지민 듀오'가 4강전까지의 모든 경기에 등판하며 마운드의 시작과 허리를 책임졌고, 김세민, 차동영 등 야수도 공수주에서 활약했다.

'지민 듀오'의 활약은 지난 12일 유신고와의 4강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엄지민 선수가 68구, 최지민 선수가 60구를 책임지며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었다. 두 선수의 위력투와 김세민의 결승타를 바탕으로 상대의 타선을 막은 강릉고는 2년 연속 황금사자기 결승 진출, 3년 연속 전국대회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선수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른 강릉고는 9회까지 앞서 나갔지만, 상대로 만난 김해고의 막판 집중력을 뿌리치지 못하며 역전을 당해 눈앞까지 온 황금사자상을 놓쳤다. 물론 그 해 강릉고는 이어 열린 대통령배 우승으로 황금사자기의 아픔을 씻는 데 성공했다.

강릉고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번에는 준우승 기록은 없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명장' 최재호 감독 역시 선수들을 총출동시킬 계획이다.

'스타' 없지만, 모두가 잘 해왔다
 
 경남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대구고등학교 선수들이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경남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대구고등학교 선수들이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박장식

 
대구고등학교가 결승의 고지까지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당장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도 그런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지명감'이 많기는 하지만 큰 주목을 받을만큼 두드러지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 대회 아직 출전기록이 없는 이재명, '이도류' 전영준, 리드오프 이재웅 정도가 그나마 하마평에 올랐다. 

이런 평각가 무색하게 대구고은 '언더독의 기적'을 써내린 것도 모자라 결승까지 올랐다. 올라오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공주고와 백송고를 잇달아 꺾었지만, 세 번째 상대가 모든 경기를 콜드승으로 끝낸 기록을 지녔던 서울컨벤션고등학교였다. 대구고는 서울컨벤션고를 상대로 신승을 거두고 4강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어 준결승에서는 황금사자기 초대 우승학교였던 경남고등학교를 만나 막판 활극을 펼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2-3으로 경남고에 밀리던 8회 말, 실책 등으로 상대의 집중력이 깨진 틈을 타 무려 다섯 점의 빅 이닝을 만들며 역전승을 이뤘다. '이도류' 전영준이 투타에서 펼친 활약 역시 야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고등학교의 황금사자기 최고기록은 1979년과 2018년에 올린 준우승이다. 대통령배, 봉황대기 등 다른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많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그렇지 못했다. 얄궃게도 손경호 감독은 1979년에는 선수로, 2018년에는 감독으로 준우승을 거둔 아픔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 역시 우승 DNA를 지니고 있다. 2019년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1학년 선수들이 3학년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42년 전, 그리고 3년 전 선배들이 우승의 문턱에서 느꼈던 한을 2003년, 2004년, 그리고 2005년생의 젊은 선수들이 깰 수 있을 지 주목할 만하다.

"개인보다 위대한 팀"... "두 번의 아쉬움은 없다"
 
 이제는 운명의 황금사자기 결승이 펼쳐지는 목동야구장.

이제는 운명의 황금사자기 결승이 펼쳐지는 목동야구장. ⓒ 박장식

 
대구고등학교 손경호 감독은 "우리는 개인보다 위대한 팀"이라며 결승 진출에 대해 "아이들이 골고루 잘 해준 덕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전영준이나 이재웅 같은 선수들도 우수하게 활약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야구에 분위기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극적인 승리 덕분에 자신감을 찾았다. 정말 잘 해주었다"라며 웃었다.

손 감독은 주목을 받았으나 이번 대회 등판이 많지 않은 이재명 선수에 대해 "부상 회복이 늦었다. 최근 등판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컨디션 조절이 잘 되면 결승전에도 등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대회가 많이 남았기에 준비가 덜 된 선수를 올리기보다는 컨디션을 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018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6번째 결승을 겪는다. 선수들이 선배의 좋은 DNA를 계속 받는 것 같다"라며 "강릉고와 경기를 해도 밀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 기대해보겠다"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강릉고등학교에서는 이번 대회 공수주에서 활약을 펼친 김세민 선수를 만났다. 김 선수는 이번 대회 활약에 대해 "집중을 하면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상대팀과 승부가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득점 때 개인적으로도 짜릿하고, 벤치에서도 좋아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쑥쓰러운 듯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황금사자기 결승에 진출하는 소감은 어떨까. "한 게임 한 게임 이기자는 생각으로 결승전까지 왔다. 아직 황금사자기 우승이 없는 만큼 꼭 우승을 거두고 싶다"라던 김 선수는 "두 번째 결승전에서는 아쉬움 없이 경기해서 꼭 우승기를 휘날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두 학교는 14일 오후 6시 30분 운명의 결승전을 펼친다.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 밤, 프로야구보다 더욱 간절한 선수들이 프로 못지않은 전력으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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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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