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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우 씨
 박효우 씨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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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아들 혼자 남게 되는데 그게 걱정이에요. 우리 아들 때문에 눈 감기 어려울 거 같아요. 내가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다 가고 싶어요."

박효우씨는 지체·지적장애를 가진 막내아들 박천규(48)씨를 돌보는 노부(老父)다. 올해로 84살인 그의 눈가 주름에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이 담겨 있다.

남 부러울 것 없었던 삶

25살에 결혼한 박효우씨는 슬하에 아들 4명을 낳아 길렀다. 그러나 둘째 아들이 20대 꽃다운 나이에 뇌종양 판정을 받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에 현재는 아들 셋만 남아 있다. 

둘째 아들이 사망하자, 아내는 꽤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바로 조치를 취했으나 후유증으로 10년간 의식 없이 요양병원에 누워있다, 지난 2016년 아들 곁으로 떠났다. 

대신 타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큰아들과 셋째 아들이 자주 집에 찾아와 그와 막내아들을 살뜰히 챙겨주고 있다. 박씨는 "명문대를 졸업한 듬직한 아들들이 있어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둘째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뒤늦게 알게 된 아들의 장애

막내아들 박천규씨는 선천적으로 지적·지체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박효우씨와 아내는 아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다 3~4세부터 신체 발육이 더디고 말을 못하는 것을 보고 장애를 의심하게 됐고, 검진 결과 뒤늦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에게 장애가 있어도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평택에 위치한 장애인 교육시설에 아들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설에 적응하지 못한 아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교육을 받지 못해 아들이 아직도 말도 잘 못하는 것 같다"며 "대화가 어려워 아들이 아픈 것도 뒤늦게 알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살아 있었을 때에는 같이 교회에 가거나 집 밖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버지 박효우씨는 아들을 포기한 적이 없다. 지난 48년 동안 자신의 모든 인생을 아들을 위해 살았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동네에서 이웃사촌으로 지내 온 곽두용 전 당진동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아들을 위해 이렇게 헌신하는 아버지는 요즘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아들에 대한 사랑이 변함이 없어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본받아야 할 정도로 정말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것만으로도 다행"

여든이 넘은 나이 탓인지 최근엔 몸이 좋지 않다는 박효우 씨는 "최근 허리가 아파 입원을 했었다"며 "그래도 내가 움직일만 하니 요양보호사 없이 아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을 요양시설에 보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게 용기가 안 나요. 제 업이라고 생각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들을 돌볼 겁니다. 그래도 아들이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기쁩니다."

한편 그는 9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자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찍이 생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성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평면 거산리 이장, 노인회 총무, 노인회 회장까지 맡아 마을을 위해 봉사했다. 고단하고 바쁜 삶이었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힘이 됐다고.  

박효우씨는 "주민들의 권유로 마을에서 직책을 맡아 일했는데 그때가 가장 즐거웠고 보람도 컸다"며 "최근에는 다 내려놓은 상태인데다, 코로나19로 이웃들도 잘 만나지 못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헛헛함을 느낄 때면 지역 후배들을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고 덧붙였다. 

"남은 여생 특별한 게 있겠어요?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이웃들과 인근 교회에서 반찬도 가져다주고, 세심하게 챙겨줘서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정 많은 이웃들이 너무 감사해요. 나는 해주는 게 없는데 이렇게까지 도움을 많이 받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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