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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의 새벽, 동트기 직전 새들의 합창은 어떤 오케스트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이들은 단 하루도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아요. 지휘자가 없어도 언제나 그렇듯 조화롭고 완벽합니다. 암컷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곡조를 뽐내는 수컷의 지저귐으로 귀가 한껏 호사를 누리는 시기입니다. 

새소리 가득하던 5월의 어느 주말, 뒷산에 오르려 막 집을 나서던 차였어요. '츳츳' 어디선가 오목눈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겨우내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들이 어느덧 쑥 자란 잎으로 숲을 뒤덮고 있어 오목눈이를 찾는 일은 숨바꼭질하듯 어려웠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귀로, 눈으로 좇으며 감각이 한껏 예민해질 즈음, 오목눈이 한 마리가 빠르게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들었어요. 그리곤 쌍안경으로 좇다가 맞닥뜨린 풍경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오목눈이가 앉은 곳에 무려 8마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새끼 오목눈이들이 우거진 나뭇가지 위에 서로 몸을 다다닥 붙여 나란히 앉아있는 거예요. 

어미가 품어 부화한 새끼들이 어느새 부쩍 자라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거지요. 아직 나는 게 서툰 새끼들은 둥지 근처 나뭇가지 위에서 어미가 가져올 먹이를 기다리는 듯했어요. 어미는 애벌레로 보이는 먹이를 새끼들 입에 넣어주고는 부리나케 다시 날아갔습니다. 금세 어디선가 또 애벌레를 물어올 테지요. 

행여 인간이 지켜본다는 걸 알고 경계할까 싶어 얼른 자리를 떴어요. 자리를 뜨며 제 마음 안에는 여러 감상이 교차했습니다. 저 많은 새끼의 먹이를 구하러 다니느라 어미 새는 얼마나 고단할까, 애잔한 마음이 들었어요.

유리 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가 하루에만 2만 마리라고 하는데, 만약 어미 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새끼들은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하지만 부정한 생각을 얼른 털어버리고 모두 무탈하게 이소(離巢)➊하길 기원했어요. 
  
토양침식 막고 숲속 생태계 지키다 
 
 도심 속 유리 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새는 하루 2만 마리에 달한다
 도심 속 유리 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새는 하루 2만 마리에 달한다
ⓒ 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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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애벌레가 공중에서 줄을 타고 대롱거리며 땅으로 내려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들은 애벌레 발생이 정점일 때를 맞춰 새끼를 낳아 기릅니다. 톱니바퀴가 척척 맞물려 움직이는 듯한 이 조화로움은 오랜 진화의 흔적입니다. 애벌레들은 잎을 갉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성충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새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지요. 

숲길을 조금 더 걷다가 박새도 만나고 동고비와 쇠딱따구리도 만났어요. 모두 숲의 일원입니다. 밤이 되면 날개를 펼치는 소쩍새와 솔부엉이, 바닥을 푹신한 융단으로 뒤덮는 이끼며 고사리도, 하늘을 향해 솟은 떡갈나무도 숲의 일부입니다. 나무뿌리가 뻗어 내려간 땅속 또한 숲의 한 부분이지요. 

나무와 다른 식물을 서로 연결해주는 흙 속 네트워크를 '월드와이드웹(www)'에 빗대어 '우드와이드웹'이라고 부르는데, 땅속뿌리 주변에 있는 균류들로 연결돼 있어요. 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나무들끼리 물, 탄소, 질소 등 영양소와 미네랄을 주고받는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생을 다하고 죽은 나무에서 버섯이 자라면, 그 버섯을 먹기 위해 고오람왕버섯벌레, 구슬무당거저리 등이 몰려옵니다. 이처럼 오묘한 생명의 순환이 쉼 없이 벌어지는 곳이 숲입니다. 

인간이 먹는 것의 95%는 흙에서 나옵니다. 1년에 1ha(헥타르) 당 약 1t의 표토(表土)➋가 만들어지는데, 동시에 같은 면적당 13.5t의 흙이 바람과 물에 쓸려간다고 합니다.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10~30배 빠른 속도로 흙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홍수 등에 의한 토양침식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토양침식을 막을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식물을 심는 거예요. 식물의 뿌리 주변에 서식하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토양의 물 흡수량을 늘려줄 뿐만 아니라 토양이 침식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물질을 만들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숲 보전해야 
 
 2008년 과학저널 〈네이처〉는 100년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결과를 실었다
 2008년 과학저널 〈네이처〉는 100년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결과를 실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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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산림청은 30년 이상 된 '늙은 나무'가 탄소 흡수력이 급격히 떨어져 온실가스 감축에 방해가 된다면서 숲을 벌목하고, 그 자리에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30년 이상 된 산림면적은 전체 산림면적의 72%나 차지합니다. 산림청 계획대로라면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벌채가 이뤄질 겁니다. 

이러한 산림청의 주장과 달리, 이미 2008년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100년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Biomass)➌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시기는 300년 이상 된 숲이라고 말합니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국립수목원은 크고 오래된 나무가 오히려 높은 탄소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립수목원은 '큰 나무가 산림생태계의 고유성, 자연성, 역사성을 담보하는 소중한 산림자산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도 했어요.

왜 산림청은 이 연구 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걸까요? '늙은 나무'를 학살한 자리에 심은 어린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가 흙을 껴안고 이웃 나무들과 네트워크를 이룰 때까지 토양은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요? 그 숲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던 새며 동물들은 어디로 밀려나야 하는 걸까요? 

설령 산림청 주장대로 30년 이상 된 나무의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면, 그런 숲은 사라져야 마땅한 걸까요? 우듬지➍에서부터 땅속까지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숲을 어떻게 단지 탄소흡수력이라는 잣대로만 판단하고 통째 날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인류 문명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는 기후위기야말로 우리의 욕망을 극대화하며 자연을 약탈한 대가인데, 그걸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자연을 유린하겠다는 이 발상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➊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
➋ 토양의 상부 2~8인치를 덮고 있는 흙으로, 겉흙이라고도 한다. 
➌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체와 이들을 식량으로 하는 동물, 미생물 등 생물유기체의 총칭.
➍ 나무의 꼭대기 줄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원형 님은 환경생태작가입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등을 썼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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