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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의 얼굴에 멍이 많이 들었어요. 저희가 때려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꼭 좀 (경찰에)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5일 오후, 전화가 울렸다. 시설 관계자는 "아들이 의식이 없는 상태다. 병원으로 오라"면서 '아들의 멍자국'을 언급했다. 응급실에서 아들을 본 아버지가 휘청했다. 아들의 양쪽 눈, 이마는 멍투성이었다. 손목과 옆구리, 무릎과 발바닥 등에도 멍과 곪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 한 달 전쯤, 어린이날을 앞두고 만난 아들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흔적이었다. 

다음 날인 6일, 전라남도 화순경찰서가 아들의 사망사건을 수사한다고 발표했다. '의문의 화순 장애시설', '온몸 멍든 채 사망한 10대 장애인'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경찰은 5일 오후 3시 20분께 화순군 동면에 소재한 A장애인시설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B(19)군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화순군 동면에 소재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는 B군의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서 B군 몸의 상처를 보고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내부에 CCTV 없어... 국과수에 부검 의뢰 
   
 지난 5월 4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B군의 얼굴은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지난 5월 4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B군의 얼굴은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 유가족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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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시설의 관찰일지. 시설은 지난 5월 27일 처음 B군 눈에 멍이들었다고 기록했다.
 A시설의 관찰일지. 시설은 지난 5월 27일 처음 B군 눈에 멍이들었다고 기록했다.
ⓒ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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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B군의 아버지 등 유가족은 "A시설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벌어진 게 아닐까 싶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어린이날 전날(5월 4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 아이를 보러 갔어요. 아이가 중증 장애인인데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다보니 자주 넘어지는 편이긴 해요. 한쪽 눈이 붓기는 했지만 멍자국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런데 죽다니요. 아이를 맡긴 내가 죄인이죠. 다 내 잘못인 거 같아요."

B군의 아버지 C(55)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 둘과 딸 둘의 아버지인 그는 "B의 동생도 발달장애인인데, 식당일을 하는 아내와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2~3곳의 시설을 알아보고 가장 괜찮아 보이는 A시설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B군은 2020년 2월 A시설에 입소했다.

이후 가족들은 1~2달에 한 번 B군을 보러갔다. B군은 19살이었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아빠, 배고파, 밥' 정도였다. 한 문장을 완성해 말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새로 산 모자를 씌워주고, 잔디밭에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아들과 시간을 보낸 C씨는 150cm로 왜소한 체격의 아들을 꼭 안아주며 "다음 달에 또 올게"라고 말했다. 다음 만남이 병원일 줄은, 숨을 거둔 아들의 몸을 붙잡고 울게 될 줄은 몰랐다.

"시설 관계자들은 우리 아이가 넘어져서 상처가 생겼다고 해요. 그런데 언제 어디서 넘어졌는지는 자기들도 모른대요. 그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워요. 애기 양쪽 손목, 무릎, 발 뒤꿈치에 똑같은 상처가 있어요. 아이를 묶어놓은 게 아니라면, 이게 말이 됩니까."

A시설 내부에는 CCTV가 없어 유가족은 B군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시설 밖에 있던 CCTV를 통해 B군이 사망 전날(4일) 오전, 종사자와 함께 시설 안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서 흐릿한 모습이라 몸의 상처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A시설의 B군 관찰일지에는 4일 "며칠 동안 (B군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고, 자해를 심하게 한다"고 적혀 있었다. 관찰일지에 따르면, 시설은 지난 5월 27일 처음 B군 눈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5월 26일까지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니 취침시간에 다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아침 식사시간에 오른쪽 눈썹부위 멍이 더 부어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취침시간에 안 자고 돌아다니다 다친 부위를 더 다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었다. 5월~6월 사이 관찰일지에는 얼굴 외에 B군의 몸에 난 상처를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

"시설 관계자들은 우리 아이를 직접 목욕시켰다면서도 몸에 상처가 난 줄은 몰랐다고만 합디다. 눈에 멍든걸 보고 왜 병원도 안데려갔냐고 물었더니 연고를 발라줬다고 하더라고요. 왜 가족에게 아이가 다친걸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하니 그냥 안했대요."

A시설은 홈페이지에 시설의 목표를 "장애인을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총체적인 서비스 활동을 해 나감"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촉탁의진료 등 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A시설 입소 후 아이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별다른 치료를 받은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A시설은 물리적 폭행이나 학대는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B군 몸에 난 멍자국을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1차 부검에서 B군이 외인사(외부 원인으로 사망한 것)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다만, B군 몸에 있던 상처는 외부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경찰은 국과수 정밀 분석을 토대로 학대와 자해 여부 등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거주시설의 고질적 문제 드러나"
 
 장애인단체는 B군의 죽음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는 B군의 죽음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전남 장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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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는 B군의 죽음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남장차연)는 10일 화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순군에 장애인 거주시설은 법인 1곳과 개인 2곳 등 총 3곳밖에 없는데, 최근 2곳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장애인 사망사건과 학대가 발생했다"라면서 "이래도 거주시설이 장애인에게 안전한 공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학대로 최종 인정된 945건 중 21%인 198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피해 장애인 거주지(310건·32.8%)였고, 장애인 복지시설(295건·31.2%), 학대행위자 거주지(79건·8.4%), 직장·일터(76건·8.0%), 교육기관(41건·4.3%) 순이었다. 그 외는 의료기관·사회복지관련시설·종교시설(144건·15.3%)등에서 발생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생한 학대(222건)의 86.5%(192건)는 시설 종사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동거인 등을 포함한 타인의 학대는 12.2%(27건) ▲가족·친인척은 1.4%(3건)이었다.

서미화 전남장차연 상임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2018~2019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 실태조사에서 화순군의 모든 시설에서 문제 정황이 발생했다. 일부 시설장은 (장애인 학대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화순군과 전라남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군의 죽음은 전라남도와 화순군의 방치 속에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했다. 

B군의 죽음 이후, 지자체는 장애인 거주시설 36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전라남도와 화순군은 "B군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사를 한다"면서 "전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 인권조사 전문가 등 민·관 합동 70여명을 투입한다"라고 밝혔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시설 거주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설 종사자와 거주인이 분리된 채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라면서 "조사단은 진술 일정 등을 시설과 공유하지 않고 언제든지 찾아가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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