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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나콘텐츠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
 코바나콘텐츠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
ⓒ 코바나콘텐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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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13일부터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야수파 걸작전'이 열렸다. 프랑스 트루아 현대미술관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전시를 주관한 곳은 코바나콘텐츠였다. 코바나콘텐츠는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49)씨가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해온 전시기획업체다. 

주관사인 코바나콘텐츠는 개막 전에 티켓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얼리버드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얼리버드 행사 기간의 안내문에 올라온 협찬사는 4곳(게임빌, 컴투스, 신라스테이, 제이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제작된 포스터에 올라온 협찬사는 총 17곳이었다. 협찬사가 13곳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협찬사에는 LG전자, GS칼텍스, 우리금융그룹, 우리카드, 우리은행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시회가 열리기 전부터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발탁될 것이 유력했고, 전시가 열리고 있던 같은 해 6월 17일 윤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전시회 협찬사가 늘어난 데는 이러한 인사 상황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당시 윤 후보자측은 "해당 전시회 협찬은 대부분 주최사인 언론사와 협찬사 사이 계약으로 윤 후보자의 배우자 회사와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부인이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임스앤데이빗엔터테인먼트 → 맨인카우스 → 코바나콘텐츠
 
코바나콘텐츠의 등기부등본 중 일부.
 코바나콘텐츠의 등기부등본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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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대표는 명일여고(서울)과 경기대 예술대 서양화과(수원)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와 국민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씨가 대체로 학업에 집중한 시기는 대학에 입학한 1991년부터 박사학위를 취득한 2007년까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는 줄곧 '코바나콘텐츠'라는 전시기획업체를 운영해왔다. 이보다 앞서 2004년에 'H.Co,.Ltd'라는 회사에서 디지털콘텐츠 기획이사를 지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코바나콘텐츠는 지난 2007년에 설립된 업체다. 당시 업체명은 '제임스앤데이빗엔터테인먼트 코리아'(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였고, 대표는 위아무개였다. 이후 '맨인카우스', '맨인카후스'로 이름을 바꾸다 2009년 9월부터 '코바나콘텐츠'(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라는 이름을 써왔다. 김씨도 이때부터 등기부등본상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로 이름을 올린 시기가 지난 2008년 10월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이름을 바꾼 직후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3월 <동아비즈니스리뷰>와 한 인터뷰에서 "2007년 문화예술콘텐츠기업 코바나콘텐츠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그를 인터뷰한 <CNB뉴스>는 2008년, 지난 2019년 6월 전시장에서 그를 만난 <여성조선>은 2007년에 코바나콘텐츠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사실들을 헤아릴 때 김씨가 등기부등본상에 코바나콘텐츠 이사로 이름을 올린 때는 지난 2009년이지만, 전신인 제임스앤데이빗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된 2007년부터 관여했거나 업체를 인수한 뒤 2009년 코바나콘텐츠로 이름을 바꿔서 운영해온 것으로 보인다.    

"코바나는 하와이의 '코나'와 쿠바의 '하바나' 합성어"    

그런데 김씨가 전시기획업체를 설립한 것은 그의 석사학위나 박사학위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학을 전공했다. 특히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사주, 궁합, 관상 등 '운세 콘텐츠'에 관한 것으로 미술전시나 공연 기획 등과는 거리가 멀다.   

김씨는 지난 2015년 3월 <동아비즈니스리뷰>와 한 인터뷰에서 코바나콘텐츠를 설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연스레 예술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단순히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을 넘어 문화사업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2007년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 코바나콘텐츠를 만들었다." 

지난 2019년 6월 전시장에서 김 대표를 만난 <여성조선>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남편이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전업주부만 할 수는 없다"라며 "윤석열의 부인이 아닌 김건희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코바나콘텐츠라는 업체명은 하와이의 '코나'와 쿠바의 '하바나'를 합성한 것이다. 코나는 하와이의 빅아일랜드섬에 있는 도시로 커피가 유명하고, 하바나는 쿠바의 수도로 모히토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소설가)가 유명하다.    

"코바나는 하와이의 코나와 쿠바의 하바나의 합성어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에서 따온 말이다.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직관적으로 두 도시를 떠올렸을 때 청명한 느낌이 든다.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문화적 기업이 되자'라는 생각에서 사명을 지었다. 문화가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가서는 안되고, 편하게 다가와 일상에서 숨쉴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2015년 3월 <동아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 중에서)

특히 김 대표는 코바나콘텐츠를 설립한 직후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를 부사장(상무)으로 영입했다. 김범수 아나운서는 SBS 아나운서 시절 '접속 무비월드'와 '금요컬처클럽'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바나콘텐츠 부사장으로 변신한 뒤에는 앤디 워홀전과 샤갈전, 마크 리부 사진전, 반 고흐전, 폴 고갱전 등에서 도슨트(Docent,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로 활약했다.  

2009년부터 '제작투자-특별후원'으로 전시업계 입문  
 
지난 2009년 코바나콘텐츠가 제작투자한 앤디 워홀전.
 지난 2009년 코바나콘텐츠가 제작투자한 앤디 워홀전.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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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나콘텐츠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문화예술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미술전시와 공연 기획·제작·투자, 아티스트 발굴과 홍보활동 지원, 출판, 문화레스토랑 운영 등이 사업영역에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코바나콘텐츠가 진행해온 사업을 보면 미술전시 기획·투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언론들은 코바나콘텐츠가 지난 2008년 까르띠에 소장품전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다고 보도했고, 코바나콘텐츠도 자신들이 참여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까르띠에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까르띠에 소장품전에서 코바나콘텐츠가 한 역할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후원사(삼성전자, 대한항공)에도 이름이 올라와 있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코바나콘텐츠는 김건희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09년부터 전시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0년, 2013년에는 각각 앤디 워홀전과 샤갈전, 폴 고갱전에 '제작투자사'와 '특별후원사'로, 2011년과 2012년에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반 고흐 전에 '주최사'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앤디 워홀전에는 <동아일보>와 MBC, 샤갈전에는 <한국일보>,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는 SBS와 <매일경제>, 반 고흐전과 폴 고갱전에는 <한국일보>(문화사업단)가 주관사나 주최사로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바나콘텐츠가 초기 전시업계에 자리를 잡는 데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김 대표도 "처음에는 언론사와 일을 많이 한 것도 긍정적이었다"라고 언론의 역할을 인정한 바 있다(2015년 3월 <동아비즈니스리뷰>와 한 인터뷰). 

<펜앤드마이크>는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된 직후인 지난 2019년 7월 4일에 쓴 기사에서 "코바나콘텐츠는 2010년 무렵 주요 상업전시에 후원, 또는 투자를 하면서 미술전시업계에 발을 들였다"라며 "이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시를 주관하기까지 한국일보 문화사업단으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2015년 '마크 로스코전'에 성공하며 업계에서 인정받아 
 
지난 2015년에 열린 마크 로스코전. 이 전시의 성공으로 코바나콘텐츠는 전시업계에서 인정받게 된다.
 지난 2015년에 열린 마크 로스코전. 이 전시의 성공으로 코바나콘텐츠는 전시업계에서 인정받게 된다.
ⓒ 코바나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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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나콘텐츠가 전시의 '주관사'로 본격 나선 것은 지난 2013년에 열린 필립 할스만 사진전과 피영전(Shaow Play)부터다. 코바나콘텐츠가 주관한 필립 할스만 사진전에서는 KBS미디어와 <위키트리>가 주최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15년 마크 로스코전, 2017년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2019년 야수파 걸작전('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에도 '주관사'로 참여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전과 야수파 걸작전에는 각각 <국민일보>와 <연합뉴스>가 참여했다. 

특히 추상표현주의의 세계적인 거장이자 '미국의 혼'으로 불리우는 마크 로스코전은 한국에 들여온 그의 작품 가치만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전시'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의 경우에도 조각과 회화, 드로잉, 판화 등 작품 120점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들의 평가액만 190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3개월 동안 2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마크 로스코전은 지난 2015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최다관람객상', '최우수작품상', '기자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바나콘텐츠가 이 단독전시를 성공시킴으로써 전시기획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소셜미디어 뉴스매체인 <위키트리>가 필립 할스만 사진전에는 주최사로, 마크 로스코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에는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 김 대표와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는 '월단회'라는 모임에서 함께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단회는 '매월 첫째날의 평'이란 뜻을 가진 '월단평(月旦評)'에서 따온 이름이다. 즉 매월 첫날에 모이는 문화예술계모임인 것이다. '한국문화예술계 최고의 마당발'로 통하는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 관장이 지난 2011년에 만든 모임이다. 월단회 회원들은 지난 2016년 '르 코르뷔지에전'을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

4월 4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월단회 측은 "부인 김건희씨의 참여가 논란이 된 2~3년 전부터 (김씨는) 모임에 발을 끊고 있다"라고 전하며 "월단회는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고급사교모임이 아니라 서울 서촌·북촌 지역에 사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교류모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바나콘텐츠는 '코바나보태닉'이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코바나보태닉은 전시회 때마다 커피잔과 엽서, 수첩 등 다양한 아트상품을 파는 회사다. 수익금의 일부는 야생동물협회와 유기견보호협회 등에 지원해오고 있다.

[관련기사]
'미대생' 윤석열 부인 박사 논문은 '사주·궁합·관상' http://omn.kr/1t0il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미대' 미스터리 http://omn.kr/1sub3

태그:#김건희, #코바나콘텐츠, #윤석열, #제임스앤데이빗엔터테인먼트, #월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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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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