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준석 후보의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이 확정됐다. 합산 득표율 43.8%로 2위 나경원 후보(37.14%)와는 약 6% 격차였다(관련 기사: 37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시대... 득표율 43.82%).
  
'30대 국민의힘 당대표'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이준석의 당선은 단순한 젊은 정치인의 등장이 아니라고 본다. 야권 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고, 대선구도 설정의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기존의 '청년정치' 담론을 종결시킬 마침표가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몇 년 간 이준석은 여러 비판을 받았지만, 대부분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준석 돌풍' 원인 뭘까... 경쟁 확대해 정치에도 도입하자는 그

내가 보는 '이준석 돌풍'의 핵심 원인은 '공정한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준석은 교육, 젠더, 이민, 불평등, 당 운영, 대선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들을 그의 책 제목처럼 '공정한 경쟁'이라는 하나의 논리로 꿰뚫는다.

그는 청년층이 겪고 있는 경쟁을 완화시키는 대신, 오히려 이를 확대해 '의원 자격 시험'이나 '대선 후보 2:2 토론 배틀' 등을 정치까지 도입하겠다고 주장한다. 기성정치인과 청년정치인 간, 남녀 간의, 수험생 간의, 취준생들 간의 공정한 경쟁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라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현 2030 청년층이 바라는 것이 '기회의 사다리'이라는 점에서 이준석의 약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이준석의 등장은, 기존 정치지형까지 바꿔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대선 출마 나이제한에 대한 인식'이다. 6월 2일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출마자 나이 제한 개정'에 대한 공감응답률은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높게 나타났고,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 지지층보다 높게 나타났다(정당별로는 '국민의힘 62.7% > 민주당 36.1%', 이념성향별로는 '보수 54.7% > 진보 46.0%'). 본래 정치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층이 거의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전벽해의 상황이다. 

[관련 기사]
'대통령 나이 제한 낮추자' 20대 62.8% "공감" http://omn.kr/1tm4m
'이준석 바람' 타고... '나이가 무기'인 헌법, 바뀔까 http://omn.kr/1tpjy 

두 번째는 '20대 청년층의 국민의힘 지지'다. 이준석 대표 출마 직전에 발표된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20대 지지율이 18%였다. 이후 이준석 돌풍이 전국을 휩쓴 이후 6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23%까지 상승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 속에서도 20대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은, 나는 '이준석 효과' 이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국민의힘의 20대 지지율 상승은 국민의힘이 60대 이상 고령층의 지지만 받는 '꼰대정당' 이미지를 넘어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준석 역시 이를 인지하고,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인 4050을 '2030과 60대 이상'을 규합해 포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에게 큰 리스크로 다가갈 것이다. 

세 번째는 탄핵의 강을 건너며 당의 체질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얼버무렸다.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구·경북·60대 이상'이라는 핵심 지지층을 잃어버리고, 탄핵을 부정하면 중도 확장에 제한이 있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이번엔 다른 것 같다. 그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들을 보면 이준석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보인 것으로 나온다.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대선승리를 이뤄내자는 이준석 주장에, 마치 당원들이 손을 들어주는 듯한 그림이다(관련 기사: "대구·경북이 이준석 품으면, 윤석열 위축되지 않을 것"). 이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없다면, 민주당에게 내년 대선과 지선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지난 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후보.
 지난 3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후보.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준석으로 인한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더 준비돼 있으리라 기대한다.

먼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작년까지 탄핵과 선을 긋지 못하고 태극기 부대에 끌려다니면서 비호감 정당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중도화 전략에 힘입어 조금씩 체질을 바꿔갔고 결국 '합리적 보수' 이미지인 이준석 후보가 당선되기까지 이르렀다.

이는 전에 비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에 대한 걸림돌이 줄어들어든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반문재인'-'공정'을 기치로 내건 윤 전 총장이 기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 '그 나물에 그 밥'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보수가 결집하게 되면 국민의당 역시, 외톨이로 남아있기보다 보수결집에 힘을 모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준석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이 어떻게 보수결집을 이뤄낼지가 내년 대선 승부의 주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준석 당대표의 한계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2011년 12월, 총선을 대비한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임명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2011년 12월, 총선을 대비한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임명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이준석에게도 빈틈은 있다. 일단, '당 비판'과 '당 운영'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준석의 허니문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그가 당대표가 되고서도 지금과 같은 톤으로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그의 발언들은 지지층에게 속 시원한 발언으로 다가왔으나, 일견 가벼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거대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가벼운 언행은 자제해야 할 텐데, 이 지점에서 상당한 딜레마를 경험할 수도 있다. 어찌됐건 그의 주장이 당내 반발에 부딪힐 때마다 '다시 과거로 회귀하나'라는 말은 꼬리표처럼 붙을 것이고, 부담감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그의 핵심 이념 중 하나인 '능력주의'에도 빈틈이 있다. 이준석이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그러나 세습과 대물림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묵인한다. '한 날 한 시에 같은 규칙으로 경쟁한다(시험을 친다)'는 것은 얼핏 보면 공정한 경쟁처럼 보여도, 사실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경제력과 역량으로 인해 경쟁이 끝나버릴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가 공교육 강화라는 보완책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현실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공정에 대한 청년층의 열망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소환한 것들 중 하나가가 '능력주의'인 만큼, 눈 앞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새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 지점에 대해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는 불평등까지 온전히 세습하는 '불평등 세습사회'가 될 것이다.

어찌됐건 '헌정사상 최초 30대 원내교섭단체 당대표'라는 업적은 국민의힘이 먼저 달성했다. 한편 치열한 혁신 경쟁을 펼쳐야 할 더불어민주당에선 상대적으로 혁신이 더딘 느낌이다. 이번 이준석 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새로운 혁신과 대안을 내놓으며 국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세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사기관 리얼미터 / 오마이뉴스 조사의뢰 / 2021년 6월 1일
2. 조사기관 한국갤럽 / 6월 1주차 정례 조사 / 2021년 6월 1일~3일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청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 언저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