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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폐쇄 후 남은 신발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손님 시장 폐쇄 후 남은 신발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손님
▲ 시장 폐쇄 후 남은 신발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손님 시장 폐쇄 후 남은 신발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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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5일장이 열린 지난 10일 오전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 근처 5일장에서 "원가보다 싸게 판다"며 신발을 팔고 있는 세 명의 여성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녀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5일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치고는 나이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연세가 많으신 것 같은데 노상에서 신발 장사를 하시느냐"며, 긴 장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원래 2만 5천원에 팔던 것인데, 7천원만 줘요" 하는 말에 얼른 지갑에서 돈을 꺼내 건네자, 거스름돈과 함께 "잘 신으시라"는 인사가 돌아 온다. 세 명이라고 해도 어르신들이 5일장을 다니며 팔기에는 좀 많아 보이는 듯하여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시장이 폐쇄 되기 전의 하동 제일시장의 풍경
 시장이 폐쇄 되기 전의 하동 제일시장의 풍경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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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은 이제 폐쇄되어 출입을 할 수 없다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은 이제 폐쇄되어 출입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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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파는 이들은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이웃인데 '하동 제일시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장사에 나섰다고 했다. 사연인즉, 시장 폐쇄로 일부 상인들은 근처의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다시 가게를 열었지만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았던 대흥신발 주인은 근처에서 다른 업종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  
 
 대흥신발에서 팔던 신발들
 대흥신발에서 팔던 신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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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신발에서 팔던 신발들은 유명 브랜드 신발이 아니라 농민이 일을 할 때 신는 장화나 털 장식이 달린 고무신 등 시골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들이니, 어쩌면 5일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적인 신발들이다.

가게 주인은 일을 하러 가야 하고, 신발을 팔기위해 사람을 쓰자니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을 자신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이에 가게 주인과 한동네에서 오랜 인연을 맺은 이웃들인 윤설자(79)씨와 김정숙(80)씨, 이명식(70)씨 등이 나선 거라고. 

"가게를 그만두고 비워야 한다고 해서 와봤더니 마대 자루 한 스무 개가 밖에 있더라고. 날이 더워지니 고무가 들러붙으면 전부 못 쓰게 될 것 같아서 우리끼리 의논했지. 그래서 장날에 신발을 팔게 된 거야."
 
 5일장을 찾은 사람들이 신발을 둘러보고 있다
 5일장을 찾은 사람들이 신발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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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자씨와 그 일행은 지난 5월 30일 여주 5일 장날에 자루에 담긴 신발을 꺼내 분류하고 장을 펼쳤다. 첫날에는 윤설자(79)씨와 김정숙(80)씨, 손효기(80)씨가 나섰고, 6월 5일 장날에는 이명식(70)씨가 합류했다.

그녀들의 신발 장사는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또 오래 전 한동안 이 마을 부녀회장을 지낸 또래의 문여희씨는 점심을 준비해 달려왔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저렴한 가격에 어떤 사람은 다가올 겨울에 신을 튼튼한 털신까지 마련하는 등 그녀들의 장은 활기를 띠었다.

"너무 고마웠어요. 그 형님들이 나서 주셔서 정말 돈이 아니라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한편으로는 이 더운 날 고생을 하시는데 제 손으로 점심을 만들어 드리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도 있고..."

대흥신발의 주인 지은순(64)씨는 그녀들이 내민 따듯한 손길에 최근의 어렵고 힘들었던 마음이 사라졌다.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의 터줏대감으로 동네 사람들에게는 사랑방이었고, 단골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동네 사람들이 기른 농산물은 물론이고 미역이나 김과 같은 해산물까지 팔던 대흥신발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을 통해 이웃의 정을 나누고 베풀던 아름다운 모습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신문인 <여주신문>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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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 사는 촌놈 입니다. 사람과 지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나의 관심사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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