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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충북지부는 10일 ‘강성호 교사 무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강성호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10일 ‘강성호 교사 무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강성호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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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대한민국 법정에서는 제자와 스승이 국가보안법 증인과 피고로 맞서야 했습니다. ……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스승은 '북침설 교사'라는 낙인이 찍힌 채 인권과 교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자 역시 스승을 고발했다는 멍에를 안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야만과 광기가 지배하던 군부독재 시절, 체제 유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짓밟혔던 저와 제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나라가 아직 양심이 살아있고, 아직도 정의가 다 죽지 않았으며, 아직도 진실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 강성호 교사 최후 진술문 중에서-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발령 석 달 만에 교단에서 내려와야 했고, 8개월간 감옥생활을 했으며, 10년 4개월 동안 학교 밖 교사로 지내야 했던 강성호 교사(청주 상당고·59).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오창섭 부장판사)가 지난해 1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진행한 강성호 교사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공판이 지난 10일 마무리됐다. 이날 검찰은 강 교사에게 1990년 대법원 확정 판결과 같은 형량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이날 강 교사는 지난 30여년의 세월을 회상이라도 하듯 울먹이며 미리 준비해온 최후진술문을 읽어 내려갔다. "해직교사였던 저를 만나 30년을 함께하며 한결같이 힘이 되어준 사랑하는 아내, 든든한 동지인 서유나 선생님"이라는 문구를 읽을 때는 말을 잇지 못했고 방청석에 앉아 있던 서씨도 흐느꼈다.

강성호 교사는 최후진술을 통해 "애초에 제 수업은 법정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로 재단할 내용이 아니었다. 장소, 방향, 비교를 나타내는 지시대명사를 가르치면서 일본 후지산과 백두산, 금강산 사진을 함께 보여주며 아름다운 북녘 산하를 가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고자 했다"며 "이런 수업을 좌경의식화교육으로 뒤집어씌운 당시 학교장 태도는 스스로 교육자이기를 포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태우 정권은 자주적인 교원노조를 결성하려던 선생님들을 체제전복세력이라며 교단에서 내쫒았다. 전교조 참교육을 북한 혁명전략에 동조하는 사상이라며 여론을 조작했다. 통일 의지를 심어주고자 했던 초임교사 수업을 좌경의식화교육이라며 전교조 와해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강성호 교사는 1989년 5월 24일 첫 발령 학교인 제천 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다 경찰에 강제 연행돼 수감됐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다", "북한은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당시 학생 6명의 증언이 증거로 채택됐고 1990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재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강성호 교사에게 북한 찬양교육을 받았다는 학생 중 두 명은 정작 해당 수업에 결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학생이 진술서를 쓸 때 간단하게 쓰면 자세하게 쓰라고 경찰이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 교사 변호인 측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그동안 이어졌던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북침설 교육을 들었다는 일부 학생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고, 당시 안기부(국정원의 전신)가 전교조 와해에 개입했다는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자료('과거와 대화, 미래와 성찰')를 들며 강성호 교사는 공안당국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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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교조 충북지부는 '강성호 교사 무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성호 교사 사건의 본질은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교장이 교사를 법정에 세워서 수업내용의 진위여부를 다투는 가장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재판부는 군부 독재정권이 남긴 야만과 광기의 유산을 청산해야 하는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강성호 교사에 대해 무죄구형과 무죄판결을 내릴 것을 강력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심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2일 오후 2시 청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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