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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술녀 글로벌 한복 패션쇼에서 가수 조권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7cm나 되는 꽃신을 신고 한복 치마 위에 도포를 입고 런웨이를 걸었다.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사뿐사뿐 걷는 그는 한 마리의 나비였다. 파격이고 도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산책할 때도 빼놓지 않을 만큼 조권의 하이힐 사랑은 유명하다. 하늘거리는 도포 아래로 보이는 빨간 치마는 전혀 어색함 없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드레스를 좋아하는 왕자
 
 책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책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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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드레스메이커>는 세바스찬 왕자와 그의 재봉사 프랜시스의 이야기다. 세바스찬은 밤이면 가발을 쓰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담을 넘는다. 왕자의 삶이 싫어서 벌이는 일탈이 아니라 드레스를 입었을 때 온전한 자신이 되어 빛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패션쇼에 나온 조권은 세바스찬 왕자였다. 독특한 드레스를 입은 왕자와 치마에 꽃신을 신은 조권, 그 둘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인다. 남자와 드레스는 이질적이라 생각했던 내가 머쓱해진다. 어쩌면 편견이란 대단히 고집스럽게 한쪽으로 편향되었다기보다 당연시 여겼던 몸에 밴 생각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만 가능했어. 그들이 다 결정했지. 무엇을 입으면 우스꽝스러운지는 이제 내가 결정하고 싶어."
- 51쪽,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어떤 옷을 입을지는 내가 결정하겠다는 세바스찬은 당찬 소년이다. 하지만 왕위를 물려받아야 할 왕자라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채워진 일상은 빈틈없고 무겁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내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아는 것은 산더미에서 잃어버린 보석을 찾는 것과 같다. 게다가 어렵사리 찾은 보석을 빛이 나도록 갈고 닦는 것은 또 가시밭길이다. 개성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과 평가는 여전히 두렵다. 그래서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가는 세바스찬을 응원하게 된다.

우정은 편견을 깬다
 
"당신보다도 더 당신 같았어요. 너무나. 많이. 멋졌어요."
"있잖아. 나도 그걸 느꼈어! 네가 만든 드레스를 입으면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아."
- 78쪽,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디자이너가 되고픈 재봉사 프랜시스는 타고난 감각으로 특별한 드레스를 만든다. 세바스찬이 꿈꾸는 바를 눈앞에 실현해낸다. 그리고 왕자는 그 드레스를 입고 최고의 모델이 되어 디자이너를 세상에 알린다. 둘은 서로에게 꼭 맞는 똑딱이 단추 같다. 신분을 넘어선 우정은 편견의 견고한 담을 넘었다. 상명하달이 당연한 관계가 친구가 되었고 왕자는 갑옷이 아닌 드레스를 입는다.

진한 우정은 존재의 가치를 빛내고 다른 이들까지 설득하는 힘을 발휘한다. 아들의 취향을 알게 된 왕은 아들이 인생이 다 망가진 듯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해주는 친구를 보고 모든 게 다 괜찮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모델로 런웨이에 선다.

치마를 입은 남자

최근 스페인 카스티야의 초등학교 교사인 마누엘 오르테가(37)와 보라 벨라스케스(36)는 치마를 입고 교단에 섰다. 한 남학생이 여성적 이미지의 옷을 입었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을 보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옷에는 젠더의 구별이 없고 남자 어린이가 요리놀이를, 여자 어린이가 축구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생각과 그 실천은 산교육이자 참교육이다.

언제부터 치마가 여성의 전유물이었을까. 고대 로마 군대는 짧은 치마를 입었고 스코틀랜드의 민족의상인 킬트도 남성들이 입는 치마다. 중국 남성 전통 의상 창파오도 옆이 트인 원피스의 형태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발레광이었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45도 각도로 각선미를 뽐내는 그의 초상화는 태양처럼 화려하다. 오늘의 편견이 한때는 일상이었고 자랑이었다.

편견은 차별을 낳고 나와 타인을 분리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려버려 아집의 틀에 가두기도 한다. 편견은 살아온 생활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똬리를 튼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세바스찬과 프랜시스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부드럽게 나의 편견을 지적한다. 그리고 우정은 우리를 지켜준다고, 마음을 열어도 괜찮다고 건강하게 안심시킨다.

이 책은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너스 상'에서 최고의 작가·아티스트, 최고의 청소년 책 2관왕을 수상한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의 형식을 따르지만, 서사에 집중한 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져서 그런지 이야기가 술술 흘러간다. 그림도 건너뜀 없이 친절하다. 왕자와 디자이너의 이야기라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다. 낯섦과 공포로 편견이 심해진 코로나 시대에 나누고 싶은 훈훈한 이야기이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 왕 (지은이), 김지은 (옮긴이), 비룡소(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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