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개막 이후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5위라는 순위가 두산 베어스에게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 년간 FA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팀 전력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에 한계가 왔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한 팀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9일 롯데전도 그랬다. 두산은 9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14-8로 승리를 거뒀다.

4월 25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 이후 오랜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타선이 시원하게 터졌다. 특히 하루에만 5개의 홈런이 쏟아지면서 롯데 마운드를 폭격했다. 두산이 한 경기에 5홈런을 기록한 것은 2018년 9월 12일 사직 롯데전 이후 2년 6개월여 만이다.
 
 54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 박세혁

54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 박세혁 ⓒ 두산 베어스

 
부상자 연이어 복귀, 강팀 증명한 선수들의 활약

이번 사직 원정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우선 8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엔트리에서 말소된 안권수를 대신해 주전 외야수 박건우가 콜업됐다. 그동안 공백을 잘 메워준 김인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

이튿날에는 무려 5명의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졌고, 또 다른 5명의 선수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박세혁이었다. 4월 16일 LG 트윈스전에서 얼굴에 공을 맞고 수술을 받은 박세혁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고, 곧바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분위기가 살아난 두산 타선은 연이틀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다. 8일 경기에서 크게 패배했지만, 8회 초에만 5득점을 기록하면서 타자들 입장에서는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흐름이 그대로 9일 경기까지 이어졌다. 1회 초 양석환의 선제 3점포를 시작으로 2회 초 두 점을 더 보태면서 롯데 선발 스트레일리 공략에 성공했다. 두산 선발 이영하가 다소 부진하면서 한때 롯데가 역전에 성공했지만, 7회 초 호세 페르난데스의 결승 3점포를 포함해 5득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여기에 허리 통증을 털어내고 5일 만에 주전으로 나선 허경민이 8회 초 쐐기 솔로포를 더했고, 9회 초에는 박건우의 1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54일 만에 선발 포수로 출전한 박세혁 역시 첫 타석에 안타를 뽑아냈고, 안정감 있는 리드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내야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신인 안재석

내야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신인 안재석 ⓒ 두산 베어스

 
여전히 두꺼운 선수층, 호시탐탐 선두권 노리는 두산

물론 부상 선수들이 모두 돌아온 상황은 아니다.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이적해 순조롭게 시즌을 소화하던 내야수 박계범이 아직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마운드 쪽에서는 외국인 투수 로켓이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9일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래도 우승을 경험한 주전 포수가 돌아온 첫 경기에서 대량 득점으로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여기에 두산이 아직 선두권 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켜볼 만하다.

9일 경기 승리로 5위 자리를 지킨 두산은 1위에 올라선 LG와 2경기 차로, 2위권 팀들과는 불과 1경기 차로 쫓고 있다. 언젠가 깨질 것 같던 5개 이상 구단의 선두 경쟁은 6월 중순을 향하는 이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다. 길게 보면 1위 LG와 4.5경기 차인 7위 키움 히어로즈에게도 선두권으로 향할 기회가 열린 상황이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고 도쿄올림픽을 거치고 나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 면에서 순위권 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형들과 함께 자리를 다툴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인 '신예' 안재석의 등장처럼, 두산의 화수분이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지난 52경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은 92경기 역시 두산이 믿는 것은, 탄탄한 선수층에서 발휘되는 '화수분 야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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