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루거우차오(노구교)가 있다. 이 루거우차오는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인 1192년에 만들어진 다리다. 홍수로 훼손되었다가 청나라 강희제 때 다시 복원되었다. 이 다리의 난간에는 각각 다른 표정과 모습을 한 사자상 501기가 있다.

역사가 오래된 다리이다 보니 금, 원, 명, 청 네 개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사자들을 볼 수 있다. 새끼 사자나 등에 올라타서 장난치고 있는 사자 등을 모두 헤아려야 하고, 많이 훼손된 사자들은 다리가 아닌 기념관 및 정원에 보관된 것들도 많아 아마도 정확히 그 숫자를 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어로 '셀 수 없는 것'을 '루거우차오의 사자'라고 한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이 다리를 보고 이 세상에 어느 다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설명했으며, 서양에서는 이 다리를 '마르코 폴로의 다리'라고 부른다.
 
루거우차오의 사자
 루거우차오의 사자
ⓒ 조성래

관련사진보기

 
이 다리에 왜 이토록 긴 시간에 걸쳐 이렇게 많은 사자를 조각했을까? 1937년 이 곳에서 일어난 루거우차오 사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이 다리의 서쪽과 동쪽을 일본군과 중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7월 7일 야간훈련 중이던 일본군 중대에서 일본인 병사 1명이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것을 핑계로 일본군은 중국군이 주둔하던 지역에 수색할 것을 요청하였고, 중국군이 거절하자 전쟁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일본군의 자작극이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중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중일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군은 일본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려 8월 29일에 베이징이 함락되고, 그다음 날 텐진이 함락되었다.

즉 이 루거우차오는 수도였던 베이징을 수비하는 중요한 거점이었던 것이다. 이 중요한 곳을 용맹한 사자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사자를 조각한 것이다.

자금성 안 건물 앞쪽 사자 두 마리가 지키고 있다. 중국의 중요 건물의 입구는 대부분 사자 두 마리가 양쪽에서 지키고 있다. 이때의 사자는 우리가 아는 '동물' 사자가 아니라 용이나 봉황 같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성스러운' 사자다. 그래서 한쪽 다리에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여의주를 들고 있다.

두 마리 중 한쪽은 수컷이며 한쪽은 암컷이다. 암컷은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새끼의 목을 찌르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젖을 먹이는 것이다. 전설 속의 사자는 뭔가 남달라야 한다. 전설에 나오는 이 사자는 발톱에서 젖이 나와 새끼를 먹인다. 젖을 먹이면서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내보이며 여의주를 쥐고 있는 수컷과 함께 용맹하게 자금성을 지키고 있다. 
 
자금성의 사자
 자금성의 사자
ⓒ 조성래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여기저기 사자와 관련된 유산을 찾아볼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북청사자놀음이 그중 하나다.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남도 북청 지방에서 정월대보름에 사자탈을 쓰고 마을 곳곳과 집집마다 돌아다니면 춤을 추는 것이다. 모든 짐승의 왕인 사자가 온갖 잡귀와 나쁜 일을 쫓아내고 마을에 좋은 일들만 생기기를 바라는 큰 행사였다.

사자는 두려움이 없는 용맹함과 모든 동물의 왕으로서의 위엄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섭고 험상궂게 만든다기보다는 친근감 있게 만든다. 마치 친근한 동네 아저씨의 얼굴이랄까.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강한 힘을 가진 동물이 무섭게 생긴 것보다 친근하게 생긴 것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소원을 빌 때도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북청사자놀음
 북청사자놀음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국보 제60호 사자장식향로의 사자도 마찬가지다. 강아지처럼 웅크리고 앉아 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며, 꼬리를 세워 등에 붙이고 있다. 크고 동그랗게 뜬 눈동자와 향이 나오는 구멍인 벌린 입은 마치 함께 놀아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사자 역시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는 듯 여의주를 꽉 붙잡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사자는 불교에서 불법과 진리를 수호하는 신령스러운 동물이니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닥치는 모든 어려움을 다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청자사자장식향로
 청자사자장식향로
ⓒ 국립중앙박물관

관련사진보기

 
너무 강한 것은 부러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강한 것은 부드러움을 함께 아우를 때이다. 코로나 백신으로 벌써 몇 달째 사회적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옳다, 안정성이 없으니 접종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의견의 차이부터 여러 가지 백신들의 안정성 차이에 대한 의견, 백신의 수급에 대한 의견까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라는 똑같은 통계치를 가지고 자신의 입장에 맞게 해석하여 나와 다른 의견을 비판한다. 루거우차오의 사자가 다양한 모습을 지닌 것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강하게 나가며 전쟁을 해야 할 때와 부드럽게 협상을 해야 할 때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또한 우리 문화유산 사자들은 강력한 힘과 사람을 위로하는 친근함, 두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왔던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와 백신을 대하는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분들 모두 결국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비판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서로가 가진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보완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어떨까? 문화유산 속 사자의 모습을 보며 그런 아름다운 사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태그:#사자장식향로, #루거우차우, #사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