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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당연 수순으로 집단면역과 보복 소비 등 경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9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여행안전권역, 일명 '트래블 버블'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리는 코로나로 항공여행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반면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해외여행은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일상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역당국이 접종률을 높이고, 그에 따른 경제와 일상성 회복에 관심을 갖는 부분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 백신을 예약했고, 접종했으며, 접종 후에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만 뉴스의 초점이 되다 보면 접종 접근성이 취약한 이들의 소외와 배제는 필연입니다.

이주민들도 동등하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닷새 연속 400명대를 기록한 21일 오전 서울 금천구청 앞에 마련된 외국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금천구청 앞에 마련된 외국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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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먼저 접종해서 마스크 벗고, 해외여행도 가는데, 접종도 못하고 국내여행조차도 엄두를 못내는 처지에 있는 이들 또한 사회 구성원입니다. 상대적 박탈감마저 서러운데, 백신 접종마저 뒷전이라면 공평과 정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백신 접종과 그 후속조치 등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만 65세로 6월 3일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대상자였던 동포 K씨는 6월 2일에야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핸드폰으로도 예약 안내를 받았지만 예약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안내문 지연 발송은 주소지 등록 문제였습니다. K씨는 다행히도 이주노동자지원단체 지원을 받아 마감일을 넘기지 않고 예약했지만, 누구든지 실직 등으로 주소지 이전이 있을 경우 대체 연락처가 없어서 백신 접종 안내 등에서 배제 혹은 소외될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체 접종 기회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배제가 될 수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일반인들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좀 더 섬세한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 감염병 대확산 방지를 위해 건강권 보장 및 차별 금지는 기본적이고 필수 불가결합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국적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에게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모든 이주민은 국민과 동등하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과 그로 인한 정보 노출로 생길 수 있는 단속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미등록 합법화와 같은 적극적인 당근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등록자들이 단속이 두려워서 백신 접종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합니다. 법무부가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합법화를 약속했지만 정보 노출과 벌금 등의 문제로 당사자들의 호응이 거의 없는 선례에서 방역 당국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체류 자격과 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에게 백신 접종 및 재난지원금 등 지급에 있어서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적절한 치료를 받고, 예방책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을 어떻게 할까요? 인터넷 예약? 본인 명의로 핸드폰을 개설하지 못한 사람은 본인인증 절차에 걸리고, 설령 본인 명의라 해도 접속을 시도해 보면 "해당 서비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뜰 때면 안 되는가 보다, 하고 포기하고 맙니다.

그럼 어렵게 예약한 후에 예방접종센터가 운영 중인 시간에 자유롭게 접종하러 갈 수 있을까요? 농업이주노동자들은 월 2회 토요일 휴무가 전부인데, 해 떨어질 때까지 노동을 강요받습니다. 고용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접종시간은 물론이고 접종일자마저 스스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접종 후에 발열과 같은 경증발현이 일어나도 적절한 대처를 하기보다 업무 투입을 강요받을 수 있는 게 이주노동자 현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이해한다면 행정기관은 최소한 시골 지역, 농업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 등은 예방접종센터 무료셔틀 운영을 검토해야 합니다. '그거 몇 명이나 된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지역 어르신들 교통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셔틀 운영을 하는 게 지역방역에 유익합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백신 접종은 어떻게 할까요? 보건소에 여권 갖고 가면 관리번호를 부여하고 예약해 준다고 합니다. 간단한 문제 같지만 이 또한 변수가 많습니다. 보건소 예방접종센터는 운영 시간이 평일 9시부터 3시까지요, 주말에는 그마저 운영하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들 중에 그 시간에 예약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주민도 한국사회 구성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재와 같은 백신 예방접종 참여가 이뤄지고 방역 수칙이 유지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7월 중순 이후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 총리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관계자들은 예방접종 속도와 그 성과에 따른 일상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덩달아 많은 이들이 집단면역과 보복소비를 이야기하며 경제와 일상성 회복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과정의 사회적 논의, 접종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아니 그러한 두려움조차 사치인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역이 나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유념한다면 언어 문제로 예약 절차를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자들이 어떻게 차별 없이 접종이 가능함을 설명하며, 동참을 유도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등, 살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 달에 두 번 휴무하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언제 어떻게 접종 예약을 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 방역 과정에서 공적 마스크 배분을 시작으로 재난지원금과 행정명령 등에서 드러난 이주민 차별과 배제는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빠른 일상성 회복을 원한다면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역 수칙이 예방접종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역은 상호 신뢰와 연대에서 나옵니다. 이주민도 한국사회 구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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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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