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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1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년하례회 기념 사진.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예관 신규식 선생이다.
 1921년 1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년하례회 기념 사진.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예관 신규식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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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신규식의 「향후 우리의 책임」이란 제목의 창간사는 이 시기 한국 지식인 독립운동 지도자로서의 식견과 역사관 그리고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담긴, 보기 드문 대논설이다.

창간사는 서언에 이어 (1)민족자결을 발휘한다. (2)독립과 평등을 주장한다. (3)국제적인 우호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4)세계문화를 받아들인다. (5)광복의 실상을 알린다 라는 소제목으로 짜여진다. 

서두에서 민족의 독립성을 함껏 제시한다.

"우리 한민족은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독립된 민족으로 굳세고 과감하며 일찍부터 백절불굴의 특징을 지녔다. 설사 동방의 도이치 일본이 제멋대로 협박을 가해온다 해도 한국인은 예전처럼 용맹스럽게 전진하며 분투할 것이다."

이어지는 대목도 중요하여 소개한다. 

여러 민족의 생존 원칙대로 우리 한국 역시 남에게 지배당할 이유가 없다. 또 장차 평화가 실현된 뒤로는 민족자결주의야말로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원칙이 될 것이다. 이러한 즉, 우리 한국인이 또 어찌 생존원칙을 위반하고 세계의 정의를 등질 수 있겠는가. 더욱이 세계에서 우리의 지위란 발칸반도 문제와 대등하다. 만일 우리 한국이 일본에게 유린당하게 되면 극동의 문제는 더욱 혼란스러워져 비단 중국의 멸망 위기라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열강의 기회 균등이라는 정세마저 여지없이 깨지고 마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신규식은 여기서 1919년 3ㆍ1혁명의 역사성을 제기하고, 반성하지 않고 자행하는 일제의 잔학상을 질타한다. 

작년 3월에 독립을 선포하자 세계인들이 비로소 우리 민족의 정신이 망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도 일본은 식민지 정책을 조금도 거두어들이지 않고 여전히 폭력적인 방법으로 잔학하게 구니 인도주의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우리 한국인은 죽지 않고 한층 더 분발하였다. 앞사람이 넘어지면 뒷사람이 그 뒤를 이어나가고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민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정의를 위해, 정당한 진리를 위해 싸웠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더라도 살아서 항복하는 날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우리 한국 독립혁명의 슬픈 역사이며 또 세계가 우리를 지목하는 이유이다. 기세가 들불처럼 퍼져나가자 우방국의 인사들이 우리를 돕고자 나서니 어떤 이는 양으로, 어떤 이는 음으로 독립을 지지하고 도와주었다. 그들의 진심어린 동정은 우리를 감동시켜 더 분발하게 하였다. 본 잡지는 이런 상황에 부응하고자 탄생한 것이다. 발행 첫머리에 향후 우리의 책임을 명시한다.
 
예관 신규식 선생.
 예관 신규식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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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섯 가지 항목의 창간사에서 제시한 주요 내용을 차례로 살펴본다. 

민족자결을 발휘한다.

민족이 존재하면 국가가 비록 망했더라도 아직 망한 것이 아니지만 민족이 사라지면 국가가 비록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관건은 패권국가의 압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이 자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파미르고원에 올라가 좌우를 돌아보면 광활한 평원이 펼쳐지는데 우리와 그들 중 누가 영웅인가? 러시아 민족은 자결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국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만 민족은 자결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다른 나라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벨기에 민족은 자결을 알았기 때문에 옛 제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헝가리 민족은 자결을 알았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평등ㆍ자유ㆍ박애 세 가지를 표방하는 국가는 민족의 결집된 의견을 져버리는 악수는 결코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을 단위로 국가의 경계를 구획 짓는다면 세계는 영원히 평화로울 것이다. 이리하여 설령 대동주의로 먼저 국가제일주의를 타파하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과도기에는 민족자결을 자치(自治)를 실행하는 방안으로 삼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신규식, #신규식평전, #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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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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