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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을 일컫는 '관혼상제'는 특유의 종교, 문화와 풍습이 녹아 있다. 그 중, 장례식은 기후, 생활환경과 함께 종교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문화다.

한국에서는 불교의 영향이 컸던 통일신라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장례식장은 절이었지만, 유교가 강했던 조선 시대에 접어들며 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부터 많은 것이 훼손되었다. 그 후, 전쟁, 산업화, 서구식 문화의 유입 및 상업성 등으로 전통 장례문화도 어느새 국적 불명으로 변질했다.  

나는 운 좋게 수십 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 종교와 문화의 장례 풍습을 경험했다.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시크교 등 주요 타 종교의 장례 풍습은 국내 외국인 250만인 세계화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에겐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기자말]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2002년)', 터번을 쓴 미스터 빔라가 구루 나낙의 형상화 앞에서 딸 제스 빔라에게 다짐받는다.

"구루 나낙에게 맹세할 수 있어?"
 
 <슈팅 라이크 베컴>은 스포츠 영화이자 소녀들의 성장영화로 재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스포츠 영화이자 소녀들의 성장영화로 재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 씨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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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종교의식이나 사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구루 나낙의 가르침을 따르는 시크교 교리다. 또, 구루 나낙은 모든 인간은 계급과 성별과 상관없이 평등하다며 카스트 제도를 반대했다.

시크교리는 15세기 당시 타 종교 풍습과 다르게 파격적이고 진보적이었다. 남녀평등과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시행했다. 결혼 지참금, 월경 금기, 여성 얼굴 가리개와 사티(남편이 죽으면 부인을 같이 화장하는 힌두교의 풍습) 등을 법으로 금지했다.

시크교도의 특징은 성(姓)이 없다. 모든 인간은 평등해 무조건 이름 뒤에 남자는 싱(사자), 여자는 카우르(공주)다. 예로, 시크교도 남자 이름은 칸와르 싱, 여자는 시라나 카우르. 영국에 사는 부자 시크교도 친구 싱의 자동차 번호판은 "SINGH"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싱'이라 부르는 실수를 자주 한다. 시크교도 유머에 펀자브의 시장에서 마주치는 남자 열에 아홉은 "싱", 나머지 한 명은 싱의 형제.

약 500년 전 인도 펀자브에서 일신교 사상으로 시작한 시크교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다음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종교다. 신도 수 대략 2천5백~3천만 명(2018년)으로 85%는 인도에 살고 있고, 15%는 북미, 영연방, 유럽 등에 흩어져 산다.

시크교의 신은 와헤구루(경이로운 신)뿐이다. 제1대 구루 나낙과 계승자 아홉 나낙은 시크교인들에게 와헤구루의 말씀을 전한다. 구루는 산스크리트어로 영적 인도자, 인정받은 전문가, 종교 지도자란 의미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특별한 분야의 전문가를 종종 구루라고 표현한다.

시크교인은 유일신이 그들은 인도하고 보호하며, 신 앞에 모두가 평등하고, 나은 삶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평생 남 자프나(항상 신을 생각하는 기도), 키트 카르나(정직한 노동의 대가), 반드 챠크나(타인을 위한 자선과 배려) 세 가지를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인도 시크교 최고위원회의 율법에 따라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르는 것은 시크교인만의 명예다. 독실한 시크교인은 신이 주신 머리카락과 수염을 평생 기른다. 그래서, 긴 머리카락과 수염이 시크교의 상징이 되며, 이발을 금지했다. 시크교인은 잠잘 때와 목욕할 때를 제외하곤 평생 머리카락을 가려야 한다. 17세기, 무굴 제국이 시크교인을 잡아 처형할 때도 머리카락과 수염을 깎아 이도교 행세를 하지 않았다.

시크교의 신은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 그래서, 예수나 무함마드처럼 인간의 삶을 살면 절대 신이 될 수 없다. 이슬람의 뜻은 아랍어로 평화, 신에게 복종이라면, 시크는 산스크리트어로 제자, 배우는 자란 뜻이다. 이슬람, 유대교와 기독교가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한 아브라함 종교라면, 시크교는 인도 아대륙의 펀자브에서 시작한 다르마 종교(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의 하나다.
 
 시크교인은 집 중앙에 구루 나낙의 형상화를 걸어 놓고 항상 기도하고, 가족 회의도 그 앞에서 한다. 편지가 오면 형상화 앞에 놓고 기도 후 개봉한다.
 시크교인은 집 중앙에 구루 나낙의 형상화를 걸어 놓고 항상 기도하고, 가족 회의도 그 앞에서 한다. 편지가 오면 형상화 앞에 놓고 기도 후 개봉한다.
ⓒ Si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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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에서 다스타르는 평등, 명예, 자부심, 용기, 숭고함, 경건 등 신앙의 규약이다. 또한, 시크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카락을 가리는 "신의 손"을 뜻한다. 펀자브어 다스타르는 원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했다. 페르시아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헝겊을 돌반드라고 불렀고, 그 단어가 영어에서 '터번'으로 변했다.

긴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정돈하고 이교도와 쉽게 구별하기 위해서 터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크교인은 평생 터번 착용과 다섯 K 의무를 지켜야 한다. 시크교가 시작된 지 2세기 후인 1699년부터 구루 고빈드 싱이 규정한 다섯 K는, 케시(이발 금지), 캉가(나무 빗), 카라(쇠 팔찌), 카체라(면 속옷), 키르판(호신용 칼)이다.

시크교인의 가장 궁극적인 소원은 자신의 영혼이 영원히 신과 합쳐지는 것이다. 시크교인은 구원받거나, 천국에 가거나, 부를 축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시크교인은 펀자브어를 사용하지만, 펀자브어 '최초의 책'인 그란트 사힙(시크교 경전)은 구르무키 문자로 쓰였다.

전통적으로 시크교인은 쿠르타(깃이 없는 무릎까지 오는 긴 상의)와 바지, 겨울에는 그 위에 초카(긴 외투)를 입는다. 성인 남자는 큰 터번, 파그리를 쓰지만, 청소년은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 그물, 파트카로 묶어 머리 중앙에 고정한다.

전에 푼잡지역 출장 중 우연히 시크교도 경호원이 거울 앞에 앉아 파그리 두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시크교도는 아침마다 경전을 외우며 파그리를 쓴다. 순면인 파그리는 길이 약 210cm, 너비 20cm로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제대로 쓰려면 약 10분 정도 걸린단다. 파그리 색깔엔 의미가 있다. 파란색은 군인, 오렌지색은 지혜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색은 검정이다. 화려하고 밝은색의 멋쟁이도 보인다. 

미국, 영연방 국가 등에서 터번을 쓴 시크교도 경찰, 공무원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홍콩 뒷골목 클럽 등 문지기도 터번을 쓴 시크교도가 많다. 시크교도는 성실하고 강인한 이미지로 경호, 경비 임무에 잘 어울린다. 같은 인도인인 힌두교인과 개념이 많이 다르다.

시크교인은 그란트 사힙을 숭배하지 않는 이교도와 결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 내 이야기고,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시크교도들은 이교도와 결혼도 하고 파그리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시크교는 타 종교처럼 금식하지 않는다. 독실한 시크교인은 알코올과 환각 물질을 금하고, 가족이 조리한 음식만 먹는다. 육체를 정갈하게 한다며 채식을 하지만, 소와 돼지고기 등 육식도 한다. 이슬람의 할랄, 유대교의 코셔처럼 시크교의 쟈트카도 최대한 고통이 없게 가축의 목을 단 칼에 잘라 도살한다.  

시크교인은 죽으면 화장을 한다. 화장 전, 시신 주위를 칸다와 꽃으로 장식한다. 칸다는 중앙에 양날 칼, 차크람(둥근 칼)과 양쪽에 키르판(휘어진 칼)을 장식한 시크교 상징이다. 화장 후 뼛가루를 강물에 뿌리고, 구르돠라(시크교 사원)에서 사하즈 파아트 보그(장례식)을 한다. 장례식엔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색의 옷을 입는다. 원칙적으로 흰색을 고집하지만, 요즘엔 검은색, 남색, 진회색 등도 허락하는 분위기다.

시크교 장례식은 그란트 사힙을 낭송하며 1시간 이내에 끝낸다. 시크교가 화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친환경 실천과 불필요하게 땅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덤, 비석 등 표식도 하지 않는다. 장례식 후 13일째 날 유가족이 모여 프레타 카르마(망자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윤회를 할 수 있게 제사)를 지낸다. 일주기 때, 망자의 명예로운 삶을 기리는 추도식을 한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문고 호수에서 발견된 문고 여인의 잔해가 현재까지 알려진 인류의 가장 오래된 화장 잔해다. 불에 탄 뼈 잔해를 탄소 측정해보니 종교적 화장의식의 역사는 약 4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매장, 화장, 조장(들판에 시체를 놓아 독수리가 먹고 하늘로 날아가면 영혼도 함께 하늘도 오른다) 등 종교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장례 풍습으로 변했다.

화장은 육신이 가스와 재 등으로 변해 자연으로 사라지는 친환경 장례절차다. 대부분의 국가는 체계적인 실내 화장장을 운영하지만, 인도와 네팔 등에서는 아직도 강변 등 노천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체계적인 실내 화장장을 운영하지만, 인도와 네팔 등에서는 아직도 강변 등 노천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체계적인 실내 화장장을 운영하지만, 인도와 네팔 등에서는 아직도 강변 등 노천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 Manfred So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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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시크교 구루 아르준 뎁 조티조트는 시크교 구루 중 최초 순교자다. 펀자브 출신인 그의 부친 4대 구루 람 다스는 처음으로 시크 다스반드(수입의 1/10를 헌금하는 십일조)를 구상해 실행했다. 그렇게 모은 헌금으로 구르돠라와 란가(종교,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사원 내 공동 주방)를 세우고 운영했다.  

1606년 펀자브를 침략한 무굴 황제가 구루 아르준 뎁을 죽이며, 시크교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그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가로지르는 라비강 유역 어딘가에서 처형됐을 것이란 추측뿐이다. 그래서, 시크교인들은 구루 아르준 뎁의 샤히디 디바스(타인을 위한 순교)를 공경한다.

시크교 최고위원회는 나낙샤히 달력을 통해 해마다 변하는 기념일 날짜를 정한다. 시크교인이 따르는 나낙샤히 달력은 구루 나낙이 태어난 서기 1469년에 시작한 1년이 12달인 열대 태양력으로, 새해 첫날은 양력 3월 14일이다.

선조 구루들의 언행, 찬양한 찬가 등을 모아 정리해 그란트 사힙을 집필한 이가 구루 아르준 뎁이다.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원이 인도의 구르돠라 데라 사힙이고, 그의 아들이 6대 구루 하흐고빈드다.

올해 구루 아르준 뎁 조티조트 추모기념일은 양력 6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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