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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참석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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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많이 닮았다. 동족과 동맹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에 이라크 파병 요청을 수용한 동기 중 하나는 북미관계 파탄을 막는 데 있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고자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한 측면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인 <운명이다>에서 "2002년에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미국 쪽에서 '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 뒤 "나는 그것이 단지 '설'일 뿐 실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2003년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때 한국은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의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회고했다.
 
"북핵 문제는 철저하게 대화를 통해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대통령 소신은 확고했다. 그러나 그렇게 이끌어가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자면 우리도 그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북미관계를 평화롭게 유도하자는 생각이 한 가지 동기가 되어 노무현 정부는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했다. 자기 운명이 걸린 전쟁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지만,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쟁에 뛰어드는 것 역시 위험하다. 이는 위험할 뿐 아니라 무모한 일이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 스스로를 위험하게 하는 것은 자기중심을 잃는 행동이다. 북미관계 파탄을 막고자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다는 생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기중심을 잃고 말았다.

유사한 상황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발언권을 지켜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고자 미국의 희망 사항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자기중심을 잃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한·미·일 삼각체제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미국의 구상에 협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때 적극성을 보였던 식민지배 청산 문제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다. 한·미·일 삼각체제가 강조되는 속에서 한일관계 안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열흘 전의 위안부 승소 판결을 두고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위안부 승소 판결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고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아베 신조 내각과 박근혜 정부가 만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효력을 재부여하는 발언을 했다.

또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일본 기업이 끝내 거부할 경우에는 더 이상의 대일 압박을 가하지 말았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이 같은 대통령의 변화는 1월 23일에 외교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 뒤바뀌자, 법원 판결도 뒤바뀌기 시작했다. 4월 21일에는 위안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각하되고 6월 7일에는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소송마저 각하됐다. 4월 21일의 재판부는 '한국 법원이 일본 국가를 피고로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6월 7일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까지 거스르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선고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법원 재판에 개입하지는 않았겠지만, 대통령과 행정부가 한 발 물러서는 상황에서 사법부 역시 이런 상황 변화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중심'을 지키는 일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 씨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 씨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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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민지배 청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퇴행은 우리 사회가 자기 문제를 스스로 도울 기회를 차단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리고자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체제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그런 손실을 입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자기중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과의 관계든 동족과의 관계든 어느 경우에나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동족이 외세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중요하고 동족과의 대화의 창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중심을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자기중심을 지키는 일에서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남의 나라 전쟁에 휘말린 정부가 자기중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76년 넘게 질질 끌어온 식민지배 문제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 앞에서 한 발 물러서는 정부 역시 자기중심을 지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자기중심을 지키지 못하다 보면, 객관적 상황도 제대로 관찰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손실이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점은 노무현 정부 때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이라는 대가를 주지 않더라도, 어차피 미국은 한국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5·18 광주 학살에 미국이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광주·부산·서울에서 미국문화원이 공격을 받게 된 뒤로, 미국 정부는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을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6월항쟁 때 레이건 행정부가 전두환의 군대 동원을 반대한 것도 한국민들이 미국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정도로 한국 국민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요구하면 미국은 이런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 동아시아 전략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을 안정적으로 주둔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민들의 요구를 지나칠 수 없다. 굳이 이라크 파병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파병을 해줬기 때문이기보다는 처음부터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사력을 집중하느라 중국의 급부상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이는 그 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원인이 됐다.

중국도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중동 문제에 푹 빠져 있었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폭격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말 폭탄'을 지나치게 경청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핵 폐기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있었다면, 2002년 제2차 북·미 핵위기(북핵위기) 이전인 1993년 제1차 핵위기 때에 모종의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위기만 조장했을 뿐 침공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이제까지 미국은 핵을 개발하는 국가를 압박하고 제재하기는 했어도, 그런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무모한 나라는 결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굳이 파병을 해주지 않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파병을 해준 것은 '동족을 지키기 위해 동맹을 강화한다'는 생각에 치우치다가 자기중심을 잃고 객관적인 판단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동족과의 대화 가능성을 높이고자 동맹을 강화한다는 생각에 치우쳐 식민지배 문제를 청산하고 자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렇게 자기중심을 잃다 보면 객관적 상황 판단이 힘들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손실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기중심도 지키지 못하면서 동족을 살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살리는 일 못지않게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도 동등한 비중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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