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안방에서 두산을 상대로 엄청난 불방망이를 뽐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폭발하며 18-9로 대승을 거뒀다. 홈 6연패를 탈출하며 연승을 달린 롯데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게 0-7로 패하며 3연패에 빠진 8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한 경기로 좁히며 탈꼴찌를 향한 항해를 이어갔다(20승1무31패).

롯데는 4회 무사1,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린 김민수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만루홈런을 포함해 4안타5타점을 폭발한 정훈을 비롯한 5명의 선수가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앤더슨 프랑코가 5이닝3실점으로 가볍게 4승째를 따냈고 타석에서 프랑코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선수가 있었다. 바로 데뷔 첫 선두타자로 출전한 경기에서 투런홈런을 포함해 4안타4타점4득점을 폭발시킨 추재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1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롯데 경기. 4회 말 롯데 추재현이 스윙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롯데 경기. 4회 말 롯데 추재현이 스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병헌 질병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롯데의 외야

사실 불안한 내야는 롯데의 오랜 고민이다. 1루에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있지만 이대호는 어디까지나 타격에 특화된 1루수였다. 이대호가 해외에서 활동하던 기간 동안 1루수로 활약했던 박종윤은 투타균형이 다소 아쉬운 1루수였다. 2루수와 유격수 역시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와 딕슨 마차도를 영입할 만큼 국내 선수 중에서 확실한 주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3루수 한동희 역시 아직 '완성형'이라고 평가하기엔 다소 이르다.

하지만 불안한 내야와는 달리 탄탄한 외야는 언제나 롯데의 자랑이었다. 올 시즌엔 무홈런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손아섭은 매 시즌 3할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 150개의 안타를 꾸준히 기대할 수 있는 리그 정상급의 엘리트 외야수다. 통산 1607경기에서 1961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손아섭은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2504안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1순위 후보로 꼽힌다.

롯데의 '캡틴' 전준우 역시 뛰어난 타격과 장타력,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의 외야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준우는 올해 52경기에서 2홈런에 그치고 있지만 .325의 고타율에 .442(리그2위)라는 놀라운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롯데의 핵심타자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운동능력에 의존하던 수비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롯데에서 전준우를 대체할 외야수는 찾기 힘들다.

손아섭과 전준우의 자리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롯데는 작년부터 외야 한 자리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리그를 대표하는 '3할 보증수표' 민병헌이 작년 시즌 타율 .233 2홈런23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민병헌의 부진 원인이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라는 질병이었음이 밝혀져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졸지에 3할 타율을 보장하던 외야수 한 명을 잃게 된 롯데는 기존 선수들로 민병헌의 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작년 뒤늦게 타격 재능이 폭발한 정훈이 중견수로 49경기에 선발출전하며 민병헌의 자리를 메웠지만 전문 외야수가 아닌 정훈은 외야보다는 1루나 지명타자 자리에서 타격에 전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그렇게 서튼 감독의 외야 고민이 깊어질 때 추재현이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했다.

이적생 추재현, 새로운 1번 후보로 입후보

신일고 시절부터 뛰어난 타격재능을 뽐내던 추재현은 고교 2학년부터는 투수도 겸할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과시했다(물론 고교 시절 추재현의 주포지션은 1루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애 지명된 추재현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히어로즈의 1루수는 바로 4년 연속 홈런왕(2012~2015년)에 빛나는 박병호였던 것이다.

박병호를 피해(?) 외야수로 전향한 추재현은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9홈런45타점44득점으로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추재현은 2년 차 시즌에도 타율 .286 2홈런33타점37득점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착실하게 경험을 쌓으며 1군 출전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추재현은 작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전병우와 차재용의 반대급부로 서울을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추재현은 트레이드 상대 전병우가 1군에서 119경기에 출전했던 작년 시즌 고작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연히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2군 유망주 한 명으로 약점이던 3루를 보강한 키움이 승리한 트레이드라고 입을 모았다. 올 시즌 민병헌의 공백으로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은 추재현은 5월까지 타율 .296로 선전하다가 6월 들어 5경기에서 19타수3안타(타율.158)로 다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 6일 kt 위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4안타 경기를 기록한 추재현은 이틀 후 두산과의 경기를 통해 kt전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추재현은 이날 4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6타수4안타4타점4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롯데의 18-9 대승을 이끌었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가 부족했던 추재현은 5일까지 .260이었던 시즌 타율을 단 2경기 만에 .321까지 끌어 올렸다. 

이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번 타자로 출전한 추재현은 서튼 감독과 야구팬들에게 대단히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물론 통산 도루 1개, 퓨처스리그에서도 통산 도루가 10개가 채 되지 않았던 추재현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1번타자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작년까지 통산 타율이 .120에 불과했던 추재현이 올 시즌 롯데 외야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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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추재현 4안타4타점4득점 리드오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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