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 레인보우팩토리

 
정체성 문제, 특히나 성 정체성은 대한민국 사회에선 분명 뜨겁게 달아오를 주제 중 하나다. 여러 소수자 운동이 이어졌고, 사회적 갈등 또한 존재했다. 그렇기에 현실의 일부 반영인 퀴어 영화도 제법 논란의 소지를 품거나, 억압받고 괴로워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했다.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 동시에 과감하다. 성소수자 외부에서 카메라를 들이댄 게 아니라 그대로 성소수자들의 일상에 들어가 그들 틈에서 사랑과 청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사귄 커플의 결별, 그리고 괴로워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꿈에 대해 생각하고 마침내 관계의 회복을 기대하는 이야기. 줄거리만 보면 <메이드 인 루프탑>이 성소수자를 중심에 놓은 작품인지 분명히 알기 어렵다. 주요 인물이 남남 커플, 그리고 남자친구에 대해 고민하는 묘사에서 퀴어 영화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준비하는 하늘(이홍내)은 남자친구와 결별 이후 BJ인 봉식(정휘)과 함께 산다. 수 없는 결별을 겪고도 다시 만나곤 했던 사연을 알기에 봉식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봉식에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데 영화는 이처럼 오랜 커플과 이제 막 사랑의 입구로 들어가려는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지금의 청춘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 그리고 사랑 문제를 드러낸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이미지. ⓒ 레인보우팩토리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한 장면.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한 장면. ⓒ 레인보우팩토리

 
흔히 우리가 상상하던 퀴어 영화는 정체성 문제로 괴로워하다 모종의 결심을 하는 인물이 대부분 주인공이었다. 그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도 무겁고 진지한 경향이 강했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도 일부 그런 모습이 묘사되지만 오히려 이성애자들이 보내는 일상과 다름 없이 지내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성이라는 걸 한 번 더 상기시킨다.  

동성애라는 코드만 제외하면 영화는 영락없는 청춘 영화다. 삶의 목표를 잃은 채 현재를 즐기는 봉식, 연인과 갈등에 괴로워하다가 취업마저 녹록하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하는 하늘은 1990년대 생의 일부 상징이기도 하다. 집세를 낼 돈이 없어 옥탑방에서 지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 제목을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7일 언론시사회에서 김조광수 감독이 "우선 청춘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듯 <메이드 인 루프탑>은 보편성에도 신경을 쓴 흔적을 군데군데 선보인다.

물론 영화적 정서가 현실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다소 들뜬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거나 음악 사용의 과잉 등은 옥의 티처럼 보인다. 퀴어 영화가 너무 발랄해서 어색한 걸까. 이 지점에선 관객의 성향과 취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줄평: 다양한 삶의 모습에서 포착한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실
평점: ★★★☆(3.5/5)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관련 정보

감독: 김조광수
각본: 염문경
출연: 이홍내, 정휘, 곽민규, 강정우, 염문경, 이정은 등
제작: 레인보우 팩토리
배급: ㈜엣나인필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7븐
개봉: 2021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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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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