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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족보 판매 및 구매 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족보 판매 및 구매 글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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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란 대학 강의의 시험 기출 문제가 정리된 문서를 가리키는 대학생들의 은어다. 기출문제만 정리된 형태부터 정답, 강의 필기, 요약 등이 함께 정리된 형태까지 다양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너도나도 족보를 구하려 한다.

학생들의 수요 탓에 족보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시험이 시행되면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으로 시험지가 배포돼 문제를 복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험지가 문서로 배포된 경우 내려받은 문서 그대로 거래되기도 한다.
     
전공과목 족보는 주로 학과 내 인맥을 통해 거래된다. 선후배나 동기가 서로 족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반면 교양과목 족보의 거래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족보를 사거나 판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돈이 오간다. 족보를 하나 구매하고 여러 명에게 되팔기도 한다.

기말고사 기간인 요즘 연세대학교 에타에도 하루 평균 30개의 족보 판매나 구매 글이 올라온다. 판매자가 올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 계좌번호와 가격을 알려준다. 입금을 마치면 바로 족보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연세대의 또 다른 익명 커뮤니티 '연플'에서는 본인의 족보를 등록하면 다른 족보를 볼 수 있다.

저작권법 위반에 학교 규정으로도 처벌 가능
 
 족보 거래 오픈채팅방
 족보 거래 오픈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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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족보 거래는 대학 내에서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우선 족보 거래는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나종갑 교수에 따르면, 족보를 거래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30조에 어긋난다. 저작물의 사적 복제는 개인적 이용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족보를 개인적으로 만들고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족보를 영리적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비영리적 목적으로라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나종갑 교수는 "영리적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는 신고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대개의 경우 학교 규정상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연세대 교무처 학사지원팀 관계자에 따르면, 족보 거래는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 중 '승인 없이 시험지를 무단으로 유출한 경우' 혹은 '기타 이에 준하는 부정행위'에 해당돼 처벌 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입생의 경우 학과 내 인맥이 없어 족보를 구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족보를 구하고, 누군가는 족보를 구하지 못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족보를 외워 시험을 보면 평가의 본 기능이 변질되고 대학 교육의 목적이 퇴색된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대형 교양 강의는 족보 양이 방대하다. 연세대의 법학 강의인 '국제사회와법이야기'(이하 국사법)가 그 예다. 법학 강의를 들으며 족보를 거래하는 것이 모순적이지만, 2020년 2학기 수강생에 따르면 2014년 1학기부터 2020년 1학기까지의 족보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출 문제의 양이 문제은행 수준인 것이다. 2020년 2학기에는 비대면 시험 특성상 시험 중 문제은행을 보는 것을 제재할 수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세대 국사법 강의를 하는 박덕영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2012년에 이 강의를 시작한 박 교수는 조교와 일부 학생들이 귀띔을 해주어 족보 거래 문제를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서로 공유하는 것까지는 이해해보겠지만 사고파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족보를 갖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나종갑 교수처럼 "서로 공유하는 것, 사고파는 것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처벌은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족보 거래는 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도의적 문제"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 결과
ⓒ 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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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족보 거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51%가 '족보 거래는 약간 불공정하다', 30%가 '족보 거래는 매우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즉, 81%가 족보 거래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인맥이나 경제력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등이 있었다. 약 3%만 족보 거래에 대해 공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족보를 구하는 것도 일종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관습이고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등이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200명 가운데 무려 94%가 '족보 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족보 거래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게 족보 적중률을 묻자 72%가 '약간 높았다', 24%가 '매우 높았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 '약간 낮았다', '매우 낮았다'에 응답한 학생은 각각 2%, 1%, 1% 밖에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험에서 족보 적중률이 높기 때문에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족보를 구한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족보를 구해서 시험을 볼 때 족보를 구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기출문제와 똑같은, 혹은 비슷한 문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족보가 거래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교수들이 문제 출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수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족보와 다른 문제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없을까?

나종갑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학생들이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저작권법을 준수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박덕영 교수 역시 "족보 거래는 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도의적 문제이기도 하다"며 "학생들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덕영 교수는 "족보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시험 기간에 직전 학기 기출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족보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런던정경대, 호주뉴사우스웨일스대, 도쿄대 등 많은 해외 대학이 학교 측에서 직접 기출 문제를 공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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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재학 중인 문수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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