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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과 한미나 사무장 등 노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진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과 한미나 사무장 등 노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진 네이버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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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 휴일, 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② 임원 A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 지시를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

7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25일 사망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자체 조사 후 발표한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문제를 묵살한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면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에서 팀장이자 개발자였던 고인은 지난 5월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임원 A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다"
 
▲ 네이버노조, 직원 사망 사건 중간 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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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조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여러 차례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은 지난 3월 26일 저녁 6시께 동료에게 "임원 A와 미팅할 때마다 무능한 존재로 느껴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면서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임원 A는 회의 중 종종 고인이 모욕감을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면서 "2021년 5월 7일 회의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 논의 중 고인이 의견을 제시하자 임원 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면박을 주고 5분 후에 고인의 의견과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자고 얘기를 한 사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는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고인이 수행하는 동일한 업무에 대해 임원 A와 임원 B가 서로 다른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해 고인이 누구의 지시를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충을 느껴왔다"면서 "각종 업무가 고인의 팀으로 이관됐으나 팀원들이 잇달아 퇴사하고 충원은 되지 않는 현실 역시 고인의 업무 과중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밝혔다. 

"개선 노력했지만 회사 및 경영진, 묵인 방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과 한미나 사무장 등 노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동료를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과 한미나 사무장 등 노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동료를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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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2019년 5월 17일 고인을 포함한 팀장 14명이 회의를 열고 임원 A의 언행, '당신은 패착이다' '너는 이 일을 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등의 발언과 조직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영진에게 알렸지만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올 3월 이해진 GIO와 한성숙 CEO가 포함된 회의에서도 임원 A에 대해 논의됐지만,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면서 "사내 신고 채널을 통해서도 신고했지만, 회사의 조사 리포트는 신고자의 발언에 비해 약하게 작성됐다. 신고한 동료는 발령 후 퇴사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네이버를 향해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회사는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 사내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사내소스관리도구(OSS) 자료, 임원에 대한 신고 및 조치과정, 리더 선임 검증 절차 등을 제출하라"라고 요구했다.

앞서 한성숙 네이버 CEO는 지난 5월 28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별개로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일부터 해당 사안을 사외이사 3인이 주축이 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조사를 맡긴 상태다. 조사 결과는 6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직무정지 상태로 알려졌다.

태그:#네이버, #판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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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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