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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내가 주로 하는 건 카피 쓰기와 아이디어 제안하기, 그리고 유튜브 시청이다. 광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레퍼런스 영상을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유튜브를 들어가게 된다.

도움 될 만한 영상 어디 없을까. 여러 비디오를 클릭하다 보면 각종 알고리즘의 힘으로 알 수 없는 콘텐츠들이 유튜브 홈에 속속 추천되기 시작한다. 오, 요즘 이런 것도 있네?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아이디어와 카피는 새까맣게 잊은 채 엉뚱한 영상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요즘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코미디언 곽범과 이창호가 운영하고 있는 <빵송국>이다. 그들의 여러 콘텐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매드몬스터'다. 매드몬스터는 멤버 '제이호'와 '탄'이 소속된 2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인데 이들의 행보는 나에게 생경하고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게 진짜야 가짜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어이가 없고 황당한데 덕분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날 매드(Mad) 하게 만드는 몬스터(Monster) 같은 사람들...

비율 파괴 10등신 아이돌, 그저 웃을 수밖에 
 
매드몬스터(좌 제이호, 우 탄). 요즘 아이돌답게(?) 가방 속 소지품을 소개하는 컨셉의 '왓츠 인 마이 백' 영상을 찍기도 했다.
 매드몬스터(좌 제이호, 우 탄). 요즘 아이돌답게(?) 가방 속 소지품을 소개하는 컨셉의 "왓츠 인 마이 백" 영상을 찍기도 했다.
ⓒ 매드티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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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매며들게' 한(매드몬스터에 스며들게 한)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다름 아닌 필터다. 얼굴 보정 필터를 극대화시켜 완성한 그들의 비주얼은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커다란 두 눈, 샤프하다 못해 날카로워 보이는 뾰족한 턱 그리고 지나치게 넓은 어깨까지.

10등신의 비율로 성큼 나타난 아이돌 그룹은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우리에게 선보인다. 지나친 필터 효과로 얼굴 주변 공간이 마법처럼 왜곡되는 모습을 보면 입술이 위아래로 씰룩거린다. 코웃음이 슬슬 나온다. 강력한 매력은 주변 사물과 공간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탄복하며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매드몬스터가 구축한 견고한 세계관도 나를 매료시킨다. 소속 멤버 두 명의 생활상이 담긴 브이로그는 기본이고, 그 둘을 케어하는 소속사 '매드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대디'까지 등장한다. 최근에는 미남 매니저까지 그 모습을 선보였다. 나아가 팬클럽도 '포켓몬스터'란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들이 최근 발매한 음원은 <내 루돌프 / Mine Rudolph>인데 뮤직비디오 영상은 물론이고 해당 곡으로 <엠넷 카운트 다운> 무대에도 올랐다. 각종 라디오 방송과 매거진에도 출연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짜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짜 같은, 진짜라고 하기엔 어쩐지 가짜 같은 그들의 세계관에 천천히 스며들다 보면 진실은 둘째치고 그들의 활동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마냥 궁금해진다. 수많은 팬들이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하나의 가상 세계관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출구 없는 매력. 이런 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매드몬스터의 모든 콘텐츠를 2차적으로 붐업시켜주는 팬들의 창의적인 댓글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멤버들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향후 활동을 응원하는 댓글부터 그들의 춤이나 노래 등을 평가하는 댓글까지, 칭찬과 조롱 그 사이에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가 태어난다. 최근엔 멤버 '제이호'의 춤 선을 보여주는 영상을 봤는데 그곳엔 '진짜 몇 없는 실력파' 아이돌이란 댓글과 또 다른 댓글이 나란히 달려 있었다.

"진짜 몇 없어야 하는 아이돌..."

익숙한 문장을 살짝 비틀어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내다니. 카피라이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문장 아닌가. 이렇게 큰 깨달음을 매드몬스터 덕분에 얻어 갑니다! 재미에서 의미까지 동시에 선사하는 뮤지션과 팬클럽이 내 삶에 존재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세계 

매드몬스터의 이와 같은 행보는 최근 광고 업계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떠올린다. 모션 캡처 작업과 딥 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만든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들은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 세계에 열광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LG가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의 인스타그램 계정. 김래아는 '미래에서 온 아이'를 뜻하는 이름이다.
 LG가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의 인스타그램 계정. 김래아는 "미래에서 온 아이"를 뜻하는 이름이다.
ⓒ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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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LG는 '김래아'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 기업 홍보 대사로 활용 중이다. 그녀는 23세 여성으로 싱어송라이터 겸 DJ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계정을 통해 맥주를 마시고 밥을 먹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릴 미켈라(Lil Miquela)'인데 유튜브 스타그램, 틱톡을 합해 50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녀는 캘빈 클라인,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까지 다양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농담 같은 매드몬스터의 등장이 실제 음원 제작 및 무대 활동 등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허구로만 존재할 것 같은 팬클럽들이 여기저기서 속속들이 출몰하며 또 다른 흐름을 만들고 있는 걸 보면, 이들 역시 트렌디한 가상 인플루언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광고 업계 측면에서 매드몬스터의 의의를 열심히 분석한 이유는... 내가 한 명의 팬이자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로서 그들과 광고를 찍는 영광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또 다른 세계 속에서 마음껏 웃으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되는 마법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팀장님, 매드몬스터가 이렇게나 뛰어난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광고주님, 그들의 인기를 지금 함께 누려보시죠! 이 글이 부디 티끌만 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저의 이 소원을~ 빨간 코로~ 비춰주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매드몬스터, #유튜브, #빵송국, #가상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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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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