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이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3승 1무(승점 10)을 기록한 한국은 같은 승점의 레바논에 골득실에서 앞서며 H조 1위를 유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전에서 활약한 황의조 선수.

투르크메니스탄 전에서 활약한 황의조 선수. ⓒ 대한축구협회

  
한층 달라진 경기력

한국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손흥민-황의조-이재성이 최전방에 포진하고, 2선 중원에는 권창훈-남태희,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이 자리했다. 수비진은 홍철-김영권-김민재-김문환,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시작부터 경쾌한 몸놀림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을 압도했다. 빠른 패스와 쉴새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일으켰다. 좌우 측면에서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다채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밀집수비도 한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 역부족이었다. 선제골은 전반 11분에 터졌다. 왼쪽에서 홍철이 크로스를 올린 공을 반대편 골문으로 쇄도하던 황의조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이후에도 투르크메니스탄은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것조차 버거웠다. 한국은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하며 공을 탈취한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매우 빨랐다.
 
전반 19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오른발로 감아찼지만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전반 32분에도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에는 남태희, 권창훈, 황의조와 원터치 패스로 상대 수비 조직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장면을 만들었으나 남태희의 마지막 슈팅이 골키퍼에게 걸렸다.
 
전반 44분 권창훈이 완벽한 일대일 기회를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추가시간 한 골을 추가했다. 권창훈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고 흘러나온 공을 남태희가 밀어넣었다.
 
전반을 2-0 리드로 마친 한국은 후반에도 파상공세를 이어나갔다. 후반 11분 손흥민이 올린 코너킥을 정우영이 머리로 떨어뜨렸고, 김영권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8분에는 손흥민의 대포알 프리킥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문전에서 권창훈이 정확하게 골망을 갈랐다.
 
4골의 여유가 생기자 벤투 감독은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힘썼다. 이재성, 홍철을 빼고 황희찬과 이기제를 투입했다. 후반 27분에는 완벽에 가까운 패싱 플레이로 아름다운 골을 합작했다. 왼쪽에서 손흥민이 절묘한 개인기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권창훈에게 패스했고, 권창훈의 낮은 크로스를 황의조가 환상적인 힐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후 이용, 박지수, 원두재가 교체 투입돼 경기 감각을 쌓았다. 한국은 결국 5골 차의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골 빼고 다 보여준 손흥민의 존재감
 
그동안 벤투호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월드컵 2차 예선은 커녕 평가전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며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2020년 이후 한국이 A매치를 치른 것은 멕시코, 카타르, 일본전으로 3경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선수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한일전에서는 유럽파들을 차출하지 못해  0-3 대패라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진으로 공식 대회 경기를 홈에서 치른 것은 무려 1년 8개월 만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황인범을 소집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전은 한국의 약점이었던 밀집 수비 공략과 손흥민 활용법을 찾았다는데 의미가 깊다. 5골을 터뜨린 것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슈팅이나 득점으로 만드는 과정은 벤투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김민재, 김영권을 거쳐 정우영이 빈 공간으로 적절한 타이밍과 속도감 있는 패스를 잘 뿌려줬다. 수비진들이 많은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도 패스 앤 무브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고, 슈팅으로 이어가는 장면이 세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최소 2명이 달라붙으며 집중견제를 가했다. 이럴 때 손흥민은 패스를 전달하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이날 손흥민은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후반 12분 손흥민의 코너킥으로 정우영의 머리를 거쳐 김영권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후반 18분에는 손흥민의 프리킥 슈팅이 골키퍼에 막힌 공을 권창훈이 쇄도하며 골망을 갈랐다. 후반 28분 추가골의 기점 역시 손흥민이었다. 공을 위로 띄우며 수비수 2명을 벗겨내는 탈압박이 기점이 돼 권창훈의 패스를 황의조가 매듭지었다.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이 치른 월드컵 2차 예선 4경기 가운데 이번 경기야말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 3연전 가운데 첫 단추를 잘 꿴 한국은 스리랑카, 레바논전에서 최종예선 진출을 타진한다.

한편, 한국은 오는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이미 2차 예선 탈락이 확정된 스리랑카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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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손흥민 벤투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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