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난도에서 궁시도로 서식지를 옮겨 번식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장관 이룬 궁시도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난도에서 궁시도로 서식지를 옮겨 번식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옹도, 북격렬비열도와 함께 충남 태안군의 대표적인 등대섬인 궁시도가 새로운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로 변모하고 있다.

괭이갈매기들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이며 일명 '알섬' 또는 '갈매기섬'으로 불리는 인근 섬인 '난도'에서 알을 낳고 번식해 왔다(1982년 섬 전체 천연기념물 제344호 지정).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알을 낳은 산란 철인 지난해 4~5월경부터 난도가 아닌 인근의 '궁시도'로 서식지를 옮겨 산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난도에서 궁시도로 서식지를 옮겨 번식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괭이갈매기로 장관 이룬 궁시도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난도에서 궁시도로 서식지를 옮겨 번식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특히, 지난해 5월에는 '궁시도'에서 괭이갈매기 집단 서식이 확인됐고, 궁시도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괭이갈매기들의 알들로 가득 들어 찬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4일 다시 궁시도를 찾아 괭이갈매기들의 서식지가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궁시도'는 국내 대료적인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충남 태안군 근흥면 '난도'로부터 약 2.85km 떨어진 섬으로, 해안선 길이 0.3km, 0.15㎢ 면적의 무인도다. 괭이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기 좋은 자연 지형을 지니고 있다,

번식지 옮긴 괭이갈매기... '포화'도 문제지만 '알' 절도는 더 큰 문제
 
궁시도 뒤로 괭이갈매기들의 본고장인 난도가 보인다.
▲ 괭이갈매기 새 서식지 궁시도에서 본 난도 궁시도 뒤로 괭이갈매기들의 본고장인 난도가 보인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괭이갈매기들은 왜 난도를 떠나 궁시도로 번식지를 옮겨 간 것일까.

우선 산란기를 맞아 괭이갈매기가 '난도'로 몰려들어 섬이 포화되면서 인근 '궁시도'로 괭이갈매기가 정착한 것이라는 점이다. 
 
괭이갈매기는 매년 4월말에서 6월까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궁시도에서 알을 낳은 괭이갈매기.
▲ 궁시도 괭이갈매기의 알 괭이갈매기는 매년 4월말에서 6월까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궁시도에서 알을 낳은 괭이갈매기.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난도'에서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취하다 적발될 경우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처럼 강한 처벌 규정과 단속 강화로 알 불법 채취가 줄어들어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며 이곳 해상을 자주 드나든다는 김아무개 선장은 "어느 날부터 궁시도에 괭이갈매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현재는 엄청난 숫자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괭이갈매기의 둥지가 비어 있다. 궁시도 현장을 다녀온 태안군과 전문가들은 알을 훔쳐간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 알 절도 흔적? 괭이갈매기의 둥지가 비어 있다. 궁시도 현장을 다녀온 태안군과 전문가들은 알을 훔쳐간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괭이갈매기들이 궁시도로 번식지를 옮겨간 또 다른 이유는 '알 불법 채취'가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해경의 단속으로 인해 알 절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알' 절도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궁시도를 찾은 태안군청 관계자들과 조류전문가에 따르면 궁시도에서 산란을 하고 있는 괭이갈매기의 둥지에서 알을 꺼내간 흔적이 발견됐다. 자연산란으로 인해 빈둥지가 된 것이 아니라 '알' 절도 흔적이 있었다는 것.

궁시도는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난도와는 달라 처벌 수위가 높은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하고 처벌 수위가 비교적 낮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만 처벌할 수 있어 난도에 비해 알을 불법 채취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야생생물을 포획·채취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궁시도에 괭이갈매기들이 알을 낳고 번식하고 있다.
▲ 괭이갈매기들의 새로운 서식지 궁시도 궁시도에 괭이갈매기들이 알을 낳고 번식하고 있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태안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괭이갈매기 불법 채취시 처벌 규정을 묻는 질문에 천연기념물이 난도와 등대섬인 궁시도와의 차별적 처벌 규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태안해경 관계자의 설명이다. 

"난도는 1982년 11월 20일에 천연기념물 제334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 무인도서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허가받지 않고 채취 행위를 할 경우 의법 처벌을 받게 되고, 조류보호법과 야생생물법에 따라 알을 불법으로 가져가게 되면 위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문화재 보호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야생생물법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난도 이외에도 격렬비열도, 여화사리, 궁시도 등 4개의 섬이 태안군 내에서는 괭이갈매기가 서식하는 섬인데, 궁시도의 경우에는 문화재 보호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야생생물법에 의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 또한 궁시도 등 무인도에 대해서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섬 출입에 대한 허가 사항도 뒤따른다. (알 불법채취 등) 고소고발이 접수되거나 해양경비 중 인지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하고 있다."
 

참고로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인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인 태안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괭이갈매기들의 서식지가 된 궁시도에서 괭이갈매기 새끼가 부화했다.
▲ 부화한 괭이갈매기 새끼 새로운 괭이갈매기들의 서식지가 된 궁시도에서 괭이갈매기 새끼가 부화했다.
ⓒ 태안군 제공

관련사진보기

 
궁시도 방문 당시 동행한 조류연구가 김현태 서산고 교사는 "몇몇 사람들은 괭이갈매기 알이 어떤 약효가 있다고 생각하고, 알을 삶아 먹는 경우들이 많아서 아마 알을 다 걷어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덧붙여 "사람들이 알을 집어간 곳에서는 어미들이 보충 산란을 해서 지금 알을 낳고 다시 품고 있다"고도 했다.

2016년부터 '난도'를 조사하고 있다는 국립공원연구원 김미란 박사는 "난도, 궁시도 등 바다새 번식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손꼽는다"며 "궁시도가 신생 번식지로 생겼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이어 "괭이갈매기는 학습을 하기 때문에 알이 없어지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며 "궁시도는 보호지역도 아닌 지역으로, 신생 번식지로의 시도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괭이갈매기 알'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불법 채취' 행위 발생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산란기를 맞아 1600여 개의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 반출하려던 일당이 태안해경에 적발될 당시 수거한 알. 이들 5명의 일당은 괭이갈매기 알을 반출해 개당 2000운씩 시중에 유통시켜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 불법채집된 괭이갈매기 알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산란기를 맞아 1600여 개의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 반출하려던 일당이 태안해경에 적발될 당시 수거한 알. 이들 5명의 일당은 괭이갈매기 알을 반출해 개당 2000운씩 시중에 유통시켜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 태안신문 DB

관련사진보기

 
한편, 괭이갈매기 알은 예로부터 남자의 정력에 좋고 여자이 피부 미용에 좋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지면서 불법으로 알을 채집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에는 산란기를 맞아 1600여 개의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 반출하려던 일당이 태안해경이 단속활동에 적발됐다. 당시 단속에 적발된 5명의 일당은 괭이갈매기 알을 반출해 개당 2000원 씩 시중에 유통시켜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무단으로 섬에 들어가 야생생물을 무단 포획, 채취하는 행위는 의법 처벌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태안군 관계자도 "괭이갈매기 알에 대해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만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소행일 수 있다"면서 "철저한 관리와 검사를 거치는 달걀과 달리 야생에서 채취한 괭이갈매기 알에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고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괭이갈매기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산란을 할 수 있도록 섬에 오르거나 불법 채취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난도, #궁시도, #괭이갈매기, #괭이갈매기알 불법채취, #태안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