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처음으로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처음으로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 롯데 자이언츠

 
최하위 롯데가 16안타를 몰아치며 선두를 추격하던 kt의 덜미를 잡았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4일 수원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선두 SSG 랜더스를 2경기 차이로 추격하던 kt는 이날 최하위 롯데에 대패하며 공동 3위로 떨어졌고, 롯데는 같은날 NC 다이노스에 3-6으로 패한 9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18승1무30패).

롯데는 1회 무사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정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포수 김준태가 시즌 4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이 밖에 손아섭이 3안타 경기를 만든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날 서튼 감독은 점수 차이가 15점 차이로 벌어졌음에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발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덕분에 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커리어 첫 완봉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년의 선발 수업 후 '안경 에이스'로 급부상

롯데는 2005년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휩쓸었던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NC 투수코치)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거느리지 못했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장원준은 FA 자격을 얻은 후 두산으로 이적해 2개의 우승반지를 따내며 진정한 전성기를 누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9승을 기록한 송승준 역시 가을야구에서는 1승6패7.2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장원준이 팀을 떠나고 송승준의 전성기가 지난 후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브룩스 레일리(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수에게 의존하는 시즌이 많았다. 아무리 KBO리그가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국내 투수들의 지원이 약하면 결코 강 팀이 될 수 없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는 토종 선발투수의 부재 속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2015년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에이스 후보 박세웅을 영입하는 행운을 누렸다. 2014년 푸처스리그에서 다승과 탈삼진 1위에 올랐던 박세웅은 2015년에도 1군에서 선발로 활약했지만 kt가 포수 보강이 급해지면서 차세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결과적으로는 박세웅을 얻은 롯데와 주전포수 장성우를 데려 온 kt가 서로 '윈윈'을 한 셈이다.

박세웅을 차세대 에이스로 점 찍은 롯데는 이적 후에도 박세웅에게 꾸준히 선발 기회를 주며 선발투수로서 가져야 할 경험과 노하우를 쌓게 했다. 그 결과 2015년 114이닝 동안 2승을 따내는데 그쳤던 박세웅은 2016년 139이닝을 책임지며 7승을 거두는 순조로운 발전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에 보인 박세웅의 성장은 2017 시즌의 잠재력 폭발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2017년 붙박이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박세웅은 28경기에서 171.1이닝을 던지며 12승6패3.6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13승의 레일리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 팀 내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박세웅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롯데 팬들은 모범생 같은 얼굴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롯데 마운드를 이끈 박세웅에게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안경 에이스'는 현역 시절 고 최동원의 별명이었다.

시즌 10번째 등판에서 데뷔 첫 완봉승

하지만 최동원처럼 훌륭한 투수로 성장해 달라는 롯데 팬들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보다 39.1이닝을 더 많이 던진 박세웅은 2018년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6월 뒤늦게 1군에 복귀했지만 박세웅은 2018년 1승5패9.92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차라리 경기에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재활에 전념하는 게 더 나았을 법한 부진이었다.

2018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박세웅은 2019년에도 6월말 1군에 복귀해 12경기에서 3승6패4.20의 성적을 기록했다. 부상재발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닝과 투구수에 제한을 뒀던 시즌이었다. 박세웅은 봉인(?)이 풀린 작년 시즌 28경기에서 147.1이닝을 던지며 8승10패4.70의 성적을 기록했다.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박세웅에겐 의미 있는 풀타임 시즌이었다.

박세웅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 앤더슨 프랑코와 함께 롯데 선발진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았다. 베테랑 노경은이 기복을 보이고 서준원이 불펜으로 변신하면서 박세웅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박세웅은 시즌 개막 후 9번의 등판에서 2승3패4.96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크게 부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토종 에이스로서 아주 만족스런 성적도 아니었다.

프로 데뷔 후 아직 한 번의 완투 경기도 없었던 박세웅은 4일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친정' kt전에서 시즌 10번째 선발등판했다. 그리고 박세웅은 kt의 외국인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의 맞대결에서 9이닝 동안 3피안타3볼넷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완투경기를 완봉으로 장식했다. 롯데 토종 투수로는 2011년 5월 28일 KIA타이거즈전의 고원준 이후 10년 만에 나온 완봉승이었다.

만약 박세웅이 2017년에 보여준 구위대로 성장했다면 지금쯤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했을 확률이 높지만, 그는 많은 젊은 유망주 투수들이 그런 것처럼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2년 정도 먼 길을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1995년생, 만25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다.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낸 롯데 안경 에이스의 야구인생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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