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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2021.6.2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대응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20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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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교육부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여느 발표와 달리 교육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했는데, 학업성취도 결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일종의 교육 성적표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의 의도가 그런 건 아니었는데, 평가 결과만 나오면 이를 갖고 교육 정책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비슷한 사례로 OECD PISA 테스트가 있다. PISA 테스트도 국가 간 서열을 매기려고 만든 게 아니었는데, 이것이 일종의 교육 올림픽처럼 인식되면서 각 나라의 정부와 언론이 3년마다 발표되는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이 과열된다 싶어서 대략적인 순위만을 발표하는 것으로 공표 방식을 바꿨는데도 각국의 반응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도 상위권 유지 여부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재밌는 것은 교육 평가와 관련해서 통계 수치가 발표되면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교육은 모든 국가 역량이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거라서 성적이 올라도, 떨어져도 원인을 단선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는 마치 집안에서 아이 성적이 안 좋으면 '당신은 집에서 어떻게 하고 있길래 애 성적이 이 모양이냐?'고 비난하고, '그러는 당신을 애를 위해서 한 게 뭐가 있냐?'고 맞받아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실례를 들자면 이렇다. MB정부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문제가 불거지면 진보 세력은 중앙 정부의 교육부 탓을 하고, 보수 세력은 진보 교육감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육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결과 값을 갖다 맞추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코로나19 학생들의 첫 성적 데이터

이번에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2020년 11월에 실시한 테스트의 결과 값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국가 공식 데이터다.

교육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작년 평균 등교 일수는 초등학교 92.3일, 중학교 88.1일, 고등학교 104.1일로 평년 190일에 비하여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교육이 실시되기는 했지만,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교육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을 때 통계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광범위한 학습 결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평가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중3과 고2에서 전반적으로 기초학력 미달인 1수준 학생이 늘어났다. 수학만 오차 범위 안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늘어나 작년과 통계적 차이가 없었고, 중3은 국어와 영어, 고2는 국어, 수학, 영어 과목 모두에서 증가하였다. 성적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 행복도도 19년에 비하여 감소했고,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 학습 의욕도 함께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수업을 그만큼 많이 하지 못했고 그나마 절반은 비대면으로 진행하였으니,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향상될 거란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 설사 성년 학습자라 하더라도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의 효율은 평균적으로 차이가 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추론이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 들어서서 중학교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통계적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것을 억지로 끌어오고 있는 주장이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어떤 주장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걸 증명하기 위한 수치 데이터는 엄격한 통계적 검증을 통해서만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게 된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평가 데이터를 해석할 때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등교 수업이 많았던 읍면 지역의 하락폭이 대도시 지역보다 컸음을 들어 코로나19 영향력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도 상세히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학교 등교 수업이 줄어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교육 취약 지역이나 계층에는 더 큰 악영향이 미칠 거라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현장 교사들 사이에 존재했다. 단순히 등교일수의 많고 적음으로 코로나19가 끼친 영향을 단선적으로 파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 취약 지역이나 계층에서는 자기만의 공부방 존재 여부, 원격수업을 위한 탭이나 PC의 부족, 그리고 등교수업의 결손으로 인한 가정적 지원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증가된 등교 수업을 상쇄할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 다양한 변수의 조합을 고려하는 것 역시 교육 평가를 분석할 때 필히 갖춰야 할 능력이다. 그렇지 않으면 뻔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왜곡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성적표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칠 교육의 영향력을 고려하고 엄밀하게 인과관계를 따져가는 습관이 교육 평가 결과 데이터를 바라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세다. 교육 역사를 뒤져보면 단순하게 좋아 보이는 방향으로 교육을 몰고 가다가 백년지대계를 그르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을 확대해서도 안 되겠지만, 뻔히 보이는 악영향을 부정하는 것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자세이다.

선입견 깨뜨린 설문조사 결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 이외에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세간의 선입견과 달리 중3 학생과 고2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80%가 넘는 긍정응답 비율을 보였다. 비록 등교수업만큼의 효과를 얻지는 못해도,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교 구성원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이나 규칙적인 생활, 친구와의 교류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응답이 나온 가운데서도 높은 긍정 응답 비율을 보였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불일치하는 면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원격수업의 유용성 비율을 살펴보면 교육 당국과 학부모는 실시간 쌍방향에 대한 선호도를 높게 보여 왔지만, 정작 학생들은 교사 제작 영상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학생들의 자유를 선호하는 성향 때문에 나온 결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학생들은 외부수업 영상에 대해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고2의 교사 제작 영상 선호도가 중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중3의 선호도는 75%가 좀 넘은 반면 고2는 80% 내외의 긍정 응답률이 나왔다. 반면에 외부 수업 영상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60% 초반 수준에서 머물러서, 세간의 인식과 학생들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음을 이번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원격교육의 기술력이 신장되고 AI교육이 회자되고 있으나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교사의 수업이고, 그것도 교실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수업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업 형태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새삼스레 확인된 학교수업의 중요성
 
 교육부가 2학기부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전 학년의 전면 등교 수업을 추진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5.17
 교육부가 2학기부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전 학년의 전면 등교 수업을 추진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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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이번 결과에 따라 당장 이번 달부터 등교 수업을 확대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 등교의 중요성은 비단 성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학습보다 정서의 결손이 장기적으로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전면 등교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되었다.

원격수업의 형태로 EBS 링크 연계, 교사 제작 동영상, 과제 수행, 실시간 쌍방향 등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었지만, 결국 교실 수업 효과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방역 문제만 최소화할 수 있다면 등교수업을 확대하는 것만이 학습 결손을 줄이고 교육격차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

다만 전면 등교에 앞서 학교 방역에 허점이 없는지 살피고, 학생과 교사,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는 다수의 학생이 모여서 생활하여 방역에 취약한 공간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방역에 성공하여 왔다. 수고한 학교 구성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학교 교육 환경에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포스트 코로나19시대의 교육을 논하기에는 빠른 감이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육 경험을 잘 승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한때 학교 무용론과 비효율론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학교만이 교육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것에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 교육회복의 과정은 인류가 직면했던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고 함께 치유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육이 실제로 이뤄지는 학교와 교실이 있어야 한다.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보고 '당신 탓이네'하는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정서와 학업 발달이 조화를 이루며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을 이끌어가는 학교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 사회의 미래는 학교와 교실의 교육에 달려 있다. 학교와 교실 교육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과 배려를 바란다. 이것이 이번에 받아든 성적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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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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