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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공급(이하 특공) 아파트로 재테크를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온다." (다산 정약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임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땅투기를 했다.

"백성들이 업무에 협조하고 행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목민관 스스로 흠이 없어야 한다...(중략) 위엄이 당당해야만 세금 납부를 불평 없이 따른다고 했다."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중에)

최근 발생한 특공, 그리고 LH 사태를 목도했다면 다산 정약용은 어떤 쓴소리를 했을까.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오늘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목민심서 책이 최근 나왔다.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현암사)가 그 책이다. 평생을 다산 연구에 매진해온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썼다.

"지금의 목민관은 오직 이익 취하는 데만 급급하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10일 부산에서 규탄행동이 펼쳐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10일 부산에서 규탄행동이 펼쳐졌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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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책을 펴들면서 궁금했다. 박 이사장은 앞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산문선> <다산 정약용 평전> 등 다수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런데도 왜, '목민심서' 이야기를 또 세상에 내놓은 것일까. 그 이유의 일단을 박 이사장이 다산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접할 수 있었다.
 
번역서라고 해도 48권의 책을 모두 번역한 책은 우선 권수가 너무 많아 읽을 엄두도 내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목민심서는 필독의 책이라고 말하고, 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80년대 중반부터 압축하고 줄여서 한 권으로 만들고, 가능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펴내자는 생각만 하고는, 시간만 흐르고 세월만 지나 내 나이 80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목민심서를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과도 통하는 다산의 말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목민관은 오직 이익 취하는 데만 급급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해 줄 줄 모른다"는 대목에서는 자연스레 '특공 재테크'와 'LH 사태'가 떠올랐다. 이들 사건의 본질이 공익을 해치고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이는 "양전(量田, 토지 측량)하는 법은 아래로 백성을 해치지 않고, 위로는 국가에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다산의 말로 명확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궁금해졌다. 평생을 다산 연구에 매진한 박 이사장의 눈에는 지금의 '목민관'들이 어떻게 비칠까.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목민심서는 주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익을 취하는 목민관들을 지적했는데 지금 상황과도 딱 들어맞는다"면서 "잘못을 하고도 잘못을 모르고 이익을 보고도 손해를 봤다고 말한다, 설령 손해를 봤더라도 이익을 보려는 그 목적 자체로 공직자로서는 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목민심서는 현행법 안에서라도 국민을 잘 살아보게 하자는 미시적 개혁에 관한 책"이라면서 "거시적 개혁 자체가 안 되고 있고, 미시적 개혁도 안 이뤄지고 있으니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에게 목민심서는 성경과 같다"면서 "법이 좀 잘못돼 있고 문제가 있더라도 공직자들이 '공렴(公廉, 공평하고 청렴함)'을 실천한다면 국민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3대·14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0년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나름대로 '공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한 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공무원 선발 제도 자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정신이 바로 선다"면서 "공무원 선발 과정에 다산의 말과 목민심서가 교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시적 개혁도 안 이뤄져 답답"
 
'오늘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목민심서 책이 최근 나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쓴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오늘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목민심서 책이 최근 나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쓴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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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이사장과 나눈 주요 문답이다.

- 다산연구소는 상당히 많은 독자와 이메일로도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만 명 정도 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올린 글들을 여러 곳에서 퍼 나르니 정확한 독자 수를 알긴 어렵습니다(웃음)."

- 다시 목민심서 책을 내놓으신 이유는?
"다산이 쓴 목민심서를 한글로 풀어 써도 6권에 달하거든요. 이걸 누가 읽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요즘 분들이 이해할 수 있게, 목민심서를 풀어 썼습니다. 목민심서 전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내용만 담아서요. 목민심서가 사실 공직자들의 성경과도 같은 건데, 이걸 안 읽더라고요. 읽질 않으니 목민심서 정신이 공직자들에게 잘 들어가지 않는 거죠."

- 목민관이 이익을 취하는데 급급하다는 서문, 지금 상황과도 통하는 거 같습니다.
"지금도 부합하죠. LH니 특공이니, 관련자들이 모두 공직자들 아닙니까. 군수나 시장만이 목민관이 아닙니다. 최하급 공무원부터 전 부처의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모두 목민관이죠. 목민심서는 주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익을 취하는 목민관들을 지적했는데, 지금 일부 공직자들이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익 취하는 것에 급급한 거니까, 아주 딱 들어맞죠. 다산 선생이 수 백 년 전부터 지적한 겁니다. 자기 욕심 내지 말라고 목민심서를 지었거든요."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토지 공개념을 개헌안에 포함시켰고 그때 "땅값 올려 부자 되는 구조라면 공정한 사회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면서 반기셨는데요. 지금은 아쉬움이 크시겠어요.
"혁명은 쉽지만 개혁은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급진적 개혁의 부작용도 크고요. 그래서 다산 선생은 거시적 개혁과 미시적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목민심서는 미시적 개혁에 관한 책이에요. 현행법 안에서라도 행정지침이나 관례를 바꿔 목민관들의 마음 자세를 바꾸자는 주장이죠. 헌법 고치기도 어렵고 악법 폐지도 어려워요. 그런데 미시적 개혁도 안 이뤄지고 있으니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부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어요. 미시적 개혁을 통해서라도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목민심서입니다. 법이 좀 잘못돼 있고 문제가 있더라도 공직자들이 '공렴'을 실천한다면 국민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가 정말 중요한 거죠."

- 왜 사익 추구에 급급한 공직자들이 계속 나오는 걸까요.
"문재인 정부 나름대로 공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고는 봐요. 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산 선생이 그렇게 요구했던 공평과 청렴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늘 부패 문제가 거론되고 국가가 흔들리고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이 책을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한 권 보냈는데, 대통령께도 한 권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목민심서를 공무원 선발 교재로"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 박석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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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친구가 10대 후반일 때부터 봤으니 벌써 40여 년을 알고 지냈죠. 몇 일 전에 송 대표에게도 책을 보내줬습니다."

- 공렴(公廉)의 '염'자와 염치(廉恥)의 '염'자가 같더군요. 공직자로서 잘못을 했으면 부끄러워 할 줄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LH 사태 당시에는 오히려 시민을 조롱하는 행위까지 나왔습니다.
"잘못을 하고도 잘못을 모르고 이익을 보고도 손해를 봤다고 말합니다. 설령 손해를 봤더라도 이익을 보려고 그 짓을 한 건 틀림없잖아요. 그 목적 자체로 공직자로서는 죄를 저지른 거죠. 그럼 그 목적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공무원 선발 제도 자체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정신이 바로 섭니다. 공무원 뽑는 과정에 다산의 말과 목민심서가 교재가 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목민심서를 제대로 읽으면 나라 통치는 여반장(如反掌, 손바닥 뒤집듯 쉬움)이거든요. 군수, 시장, 도지사, 장관, 총리, 대통령까지, 이런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권유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많은 공무원들이 공렴이 무엇인지, 왜 청렴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 그런데 책에는 전반적으로 저자의 주장이나 의견이 담기지 않았더군요.
"제가 현인도 아니고 성인군자도 아닌데, 공무원에게 '이게 옳다', 강요하는 건 버릇없는 이야기죠. 목민심서 내용만으로도 너무 훌륭하니, 그걸 전달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고전을 전하면서 자기 주장을 써 놓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논어를 두고 어떻게 옳다 그르다 할 수 있겠어요. 고전을 해석하고 번역할 때는 그대로만 전달하면 된다고 봅니다.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잖아요. 다산의 훌륭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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