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인디연대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인디연대 ⓒ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인디연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비장한 노랫말과 함께 시작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중가요일 것이다. 김종률에 의해 작곡된 이 곡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윤상원 열사, 그리고 1978년 노동운동 과정에서 숨진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헌정하는 의미로 작곡되었다. 올해 2월 타계한 시민사회운동가 고(故) 백기완 선생의 장편시 〈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을 인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로 붙였다.
 
당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을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보수 정권 시절에는 소모적인 '종북'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제창이 거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은 민주화운동 시절에 하루에 열 번도 부른 노래"라며 이례적으로 정부 입장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만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시대를 관통하는 곡이었다.

국경을 넘어선 민중의 노래
 
그리고 2021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섰다. 2019년부터 진행 중인 홍콩 민주화 운동, 그리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바꾸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연대한다. 시위대는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경제 제제를 제외한 개입은 없다.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노래를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게이트 플라워즈와 ABTB의 박근홍, 슈퍼키드의 허첵, 밴드 타카피, 워킹애프터유의 백해인, 중식이밴드의 중식이 등 여러 인디 뮤지션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리메이크에 참여한 것이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두드러지지만, 곡에 담긴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 프로젝트는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인디연대(이하 한국인디연대)'에 의해 기획되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곡자인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인디 뮤지션들의 리메이크를 허용하면서, "희망의 메시지가 퍼져나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한편 미얀마의 시민들과 연대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음악 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국내 기타리스트들과 함께 기타 연주곡 'Starlight(Stand With Myanmar)'을 만들어 헌정했고, 5년 전 한국에 온 미얀마 출신 15세 가수 완이화 역시 '미얀마의 봄'을 꿈꾸는 노래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쓴 원작자 중 한 사람인 고 백기완 선생은 생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소유권과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이 땅에서 새날을 기원하는 모든 민중의 소유가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노래는 시대를 관통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년 광주 뿐 아니라, '새날'을 기원하는 모든 세계인의 노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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