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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기자의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두 기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입장을 담은 인터뷰를 싣습니다. 다른 의견의 글도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90만평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다.
 90만평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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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지난 5월 14일 <오마이뉴스> 최병성 시민기자의 기사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http://omn.kr/1t88z) 와 사진은 나도 그랬지만, 많은 이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떤 분은 '연일 탄소중립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저리도 산을 망가뜨리느냐'며 흥분했다.

사흘 뒤 이 기사를 인용해 나온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오마이뉴스> 기사와 맞물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정부가 '오래된 나무는 탄소흡수를 적게 한다'는 비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30억 그루를 심겠다며 숲을 망치고 산사태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이후 5월 18일 MBC가 산림청의 반론을 담은 팩트체크 기사를 보도했고, <오마이뉴스>는 산림청과 현직 국회의원, 학자의 반론, 재반론을 가감 없이 실었다. 우리 숲에 관한 공론장이 형성된 것이다. 산림청 등의 입장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가 가능하다. 
 
- 사진에 게재된 벌목 현장과 문재인 정부 산림뉴딜 사업은 직접 관련 없음.
- 문재인 정부 30만 그루 산림뉴딜 사업은 올 하반기 계획 발표 후 2022년부터 시행.
- 사진 속 벌목 현장은 개인 소유 사유림으로 목재용 벌채용지.
- 매년 계속되어온 목재용 벌채는 현 정부 들어 면적과 수확량이 줄어들었음.
- 오래된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조사대상과 집단에 따라 다른 결과 보임. (네이처 논문은 천연원시림 거대 고목, 산림청은 사람이 나무 심어 조성한 숲)
   
그렇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산 전체를 민둥산으로 밀어버리는 싹쓸이 벌목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2022년부터 시행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산림뉴딜 계획은 무엇일까? 혹시 정말 30만 그루 심겠다고 산 전체를 밀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진 않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나는 5월 20일 경기도 여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산림뉴딜 정책전문가를 만났다. 바로 최재관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 여당 탄소중립 특위에서 산림뉴딜TF 팀장을 맡고 있다.

27년 전 여주로 귀농해 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숲을 보여주겠다며 나를 여주시 북내면의 한 감자밭 앞 숲으로 이끌었다. 겉보기에는 푸르지만, 정작 안으로 들어가려니 발 디딜 틈 없이 잡목만 무성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임도가 부족해 '무차별 벌목' 계속"
 
노광준 시민기자(왼),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 비서관(오)
 노광준 시민기자(왼),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 비서관(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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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차별 벌목 논란에 대한 소감부터 물었다.

"그동안 아무런 관심을 받지 않던 산림 분야가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것 자체가 반갑기도 하지만,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산림뉴딜은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올해 9~10월에 계획을 수립해 2022년부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언론을 통해) 본 벌목 현장은 산림뉴딜의 모습이 아닙니다. (무차별 벌목은)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를 문재인 정부 산림뉴딜 때문에 새로 생긴 모습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아무리 사유림이라도 저런 식으로 산을 싹 밀어버리는 게 맞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최 전 비서관은 '문제제기 해주신 분들이 환경을 사랑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면서도, 무차별 벌목이 계속되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산림도로의 부족'이었다. 산림도로(아래 임도)가 없어 사람과 장비가 들어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솎아베기 대신 모두베기, 싹쓸이 벌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에 임도가 거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 1헥타르(3025평)에 임도 밀도가 52미터이고, 우리보다 산이 더 가파른 오스트리아도 46미터 정도 되는데, 우리는 그 1/10도 안 되는 3.5미터 수준입니다.

길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나무를) 싹 베고 포크레인이 올라가서 나무를 집고, 트럭이 길도 없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실어내는 전근대적 방식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1950~1960년대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최 전 비서관은 "임도가 없으니 외국처럼 솎아베기 등 체계적인 숲 관리를 통해 경제성 높은 나무를 키워내지 못하고, 싹쓸이 벌목을 행하는 산주 역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현실을 언급했다. 

"무차별 방식으로 (나무를) 베다 보니 잔가지는 다 버리고 굵은 것들만 골라서 실어 나오는 실정이라 사실상 산주들도 경제성이 없어요. 돈이 남지 않는 거죠. 산주들은 경제성이 없고, 숲은 잡목들, 잔가지들로 인해 산불의 위험에 노출되고, 국민들은 좋은 숲을 잃게 되고, 아무에게도 이익이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고치자고 하는 게 산림뉴딜입니다."

"숲을 가만히 놔두면? 자라지 못하고 병약해간다"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어느 감자밭 앞 숲
▲ 전형적인 숲 풍경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어느 감자밭 앞 숲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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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갔다. 그러나 임도를 닦는 과정에 또다시 숲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임도의 환경적 논란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초창기 임도 건설 기술에서는 오류가 많았지만 기술발전이 많이 되었고, 임도를 촘촘하게 닦을수록 숲이 더 지속가능하게 된다는 거다.

"보통 산에 길을 낸 후 장비가 들어가 나무를 베거나 하면 산을 더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임도가 있을수록 숲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임도가 있으면 원하는 나무를 벤 후 와이어를 연결해 임도에서 죽 당겨 그대로 상차하면 돼요. 그런데 길이 없다 보니 포크레인이 들어가서 온 산을 헤집고 다니죠. 포크레인 발자국은 결국 장마철에 물길이 되어 산사태를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임도를 촘촘하게 닦는 것이 숲을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등을 돌려 숲을 보여줬다. 겉보기에는 푸르고 좋지만, 조금만 들어가 보면 잔가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해 자라지 못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숲이었다.

"숲은 가만 놔눠야 된다고 많이들 생각하세요. 그런데 숲을 가만 놔두면 좋아지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도 덩치가 커지면 공간이 더 필요하듯,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묘목은 자라면서 계속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햇빛을 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솎아주어야 합니다.

저기 보면 나무들이 햇빛을 못 봐서 약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충해에도 약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숲은 점점 더 악화될 것입니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도가 기본인데, 이런 기본이 안 되다 보니 세월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겉만 좋지 속은 자라지 못하고 병약해져가는 게 숲의 현실입니다."


"땔감마저 구하지 못해 수입해 쓰는 현실"

문재인 정부의 산림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최 전 비서관은 '임도' 등 산림인프라의 강화를 통한 '순환사이클'을 설명했다. 숲을 잘 가꾸면, 환경을 지키면서 목재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도 만들고 신재생에너지도 만들 수 있는데, 그동안 숲을 체계적으로 가꾸지 못해 국토의 63%가 산인 우리나라가 땔감마저 수입해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산림국가예요. 산림밀도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국가인데, 목재팰릿(목재부산물을 압축 가공한 바이오연료) 수입이 세계 3위입니다. 즉, 땔감마저 우리 숲에서 구하지 못하고, 수입해서 쓸 정도로 인프라가 안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숲을 갖는 것과 간벌(솎아베기) 하는 것, 목재 사용, 에너지 사용이 다 연관이 되어있어요. 무엇 하나가 잘 된다고 다른 하나가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발전할 수 있는, 그런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산림뉴딜이 성공하려면 우선 계획이 탄탄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산과 제도개선,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그동안 묵묵히 혼자 힘으로 숲을 잘 가꿔온 '독림가'들이 계신데, 그 분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신지 아느냐고.

"우리나라 산의 67%가 개인소유 사유림이에요. 국공유림은 산림청이 관리를 해왔지만, 사유림은 사실상 방치 상태입니다. 들어가는 돈만 있고, 산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니까 그냥 방치하는 거죠. 그 중에도 숲을 혼자 가꿔온 독림가들이 계세요.

30~40년 동안 숲에 투자해오신 분들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부인들의 속이 터진다고 해요. 있던 재산 다 까먹고 정작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만큼 우리는 숲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준 것이 없어요. '숲을 가꾸는 사람이 이익을 보도록 이제는 해줘야 한다' 그게 산림뉴딜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나무만 심어놓고 가꾸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관리하자"
 
산림청 누리집
▲ 잘 관리된 덕유산 독일가문비 나무 산림청 누리집
ⓒ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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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시작될 산림뉴딜에서 임도건설이 얼마나 반영될지를 물었다. 그러자 최 전 비서관은 국민적 관심과 예산확보가 관건이라며 순환형 산림모델 계획을 설명했다.

"산림뉴딜의 핵심은 임도입니다. 그린뉴딜이란 게 사실 그린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니까요. 임도를 닦고 기계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현대화된 기술과 결합해 더 좋은 숲을 가꿔야 합니다.

거기서 나온 목재 부산물은 목재로 제대로 사용되게 하고, 나머지 바이오매스, 잔가지나 나무뿌리 같은 부산물은 에너지로 사용하는, 생산-가공-소비-유통을 연결해 순환형 지속가능한 산림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 산림뉴딜의 계획입니다.

아직 계획을 수립 중이고 시범사업 지구를 선정해 하려는데 근처에도 가기 전에 오해가 크게 확산됐습니다. 그러나 산림 분야가 이렇게 국민적 관심을 갖게 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논란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온 산에 다 임도를 깔려면 예산이 많이 소요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웃음이 터진다.

"산림뉴딜은 온 산을 다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임도 기계화 세트가 제대로 없습니다. 이제야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임도 자체도 유럽의 1/10도 안 되기 때문에 국제 수준과 비교하면 너무 부족하죠.

국토의 2/3인 산림을 관리하는 예산도 너무 적습니다. 2조 몇천억 원인 산림청 예산 가운데 월급 나가고 뭐 나가고 하면 임도 닦는 예산이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동안 산림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죠. 더 좋은 숲을 위해 투자가 필요합니다."


"체계적인 숲가꾸기 필요, 독일처럼 100년 숲 만들어야"

인터뷰가 진행된 후인 지난 6월 2일, 최병성 시민기자의 두번째 기사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http://omn.kr/1tkiw)가 나왔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숲 가꾸기 사업에 산림청이 목매달고, 이를 통해 산림사업을 수행하는 산림조합만 배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눈에 띈다. 이 기사에 대한 최재관 전 비서관의 생각은 어떨까? 감자밭 앞에서 인터뷰를 한 지 12일 만인 6월 3일,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숲 가꾸기 논쟁이 묵묵히 숲을 가꿔온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마녀사냥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며 이런 말을 했다.

"보통 3천평 산에 1천만 원을 투입해 나무 심고 숲을 가꿔 30~40년된 나무를 키워내면 거기서 대략 1천만 원 정도가 나옵니다. 1천만원 집어넣고 몇 십 년 후에 1천만원 나오는, 이것만 보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왜 우리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을까요? 목재생산만을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치산녹화'라고 하죠. 일제 강점기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민둥산이 된 우리 산을 푸르게 바꿔 홍수나 산사태같은 재해를 줄이고, 아름다운 국토를 회복했습니다. 지력을 잃어가던 산림토양이 이제 지력을 회복해 탄소를 흡수, 저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는 그런 숲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투자였습니다. 이제 그 기반 위에서 경제적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숲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나가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숲에 대한 투자는 숲의 공익성을 높이려는 기초 투자였으며, 문제제기된 숲의 경제성을 높이는 작업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젊은 세대가 혜택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산림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진국 사례로 봤을 때, 우리 숲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숲이 되려면 짧으면 20년 길게는 50년이 더 필요합니다. 길죠. 하지만 한번 나오기 시작하면 100년, 200년 계속 나오는 게 산림경영입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과 후손들의 좋은 일자리가 숲에서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그걸 준비하는 게 지금입니다.

앞으로 더 강도 높고 체계적인 숲 가꾸기와 임도 등 산림 인프라를 닦아서 독일처럼 100년 숲을 가꿔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여태까지 돈 안 되는 사업을 왜 했느냐', '누가 떼어먹은 거 아니냐' 라고 본질과 벗어난 논의가 벌어진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 지난 날의 노력 전체는 물론 앞으로의 미래까지 부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수목원이 떠올랐다. 요즘 수목원은 힐링명소로 인기다. 그런데 수목원을 처음 조성하던 이들도 지금처럼 환영받았을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은 늘 한 세대가 지나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국토의 2/3를 차지하는 우리 산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매우 중요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합리적 대안을 찾을 때다.

태그:#무차별 벌목, #싹쓸이 벌목, #탄소중립, #산림뉴딜,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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