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급 챔피언 레이니어르 더리더르

미들급 챔피언 레이니어르 더리더르 ⓒ ONE Championship 제공

 
과거 동양을 대표하는 프라이드 FC와 서양 케이지 단체 UFC는 간간이 교류전을 벌인 바 있다. 룰도 무대도 조금씩 다르지만 타 단체 선수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끈 바 있다. UFC 상징이자 레전드 '아이스맨' 척 리델이 프라이드 동체급 랭킹 3~4위권 퀸튼 '람페이지' 잭슨에게 일방적으로 무너진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양 단체는 링과 케이지, 팔꿈치‧사커킥‧스탬핑킥 사용 유무 등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과거 프라이드가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공감대가 비슷한 동양적 정서 외에도 밝은 조명, 선수들을 존중하는 분위기 등이 큰 몫을 했다. 선수들끼리 대치하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더라도 팬들은 그런 것 마저 고수들간 호흡 싸움으로 인정하며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반면 UFC는 어두컴컴한 철장에서 조금만 지루하면 여지없이 야유가 터져 나오고, 팔꿈치 공격에 의한 출혈이 많아 거부감을 내비치는 팬들이 적지 않다. 프라이드가 무협 소설 속 비무대회 같다면 UFC는 로마시대 검투장 같은 느낌을 준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프라이드가 선수간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해 이종격투기, 격투이벤트 같은 느낌을 많이 살렸다면 UFC는 체급 세분화 등 좀 더 스포츠 격투기에 가까운 운영이 돋보인다.

전성기 때는 프라이드가 여러 부분에서 앞서 나갔지만 아쉽게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UFC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라이드를 매입했고 이후 소멸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라이벌 브랜드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데 성공한다.

이후 지금까지도 세계 종합격투계는 UFC를 비롯 서구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때의 격투 왕국 일본은 중소단체만이 가득하다. 프라이드 같은 브랜드를 새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아직은 여러모로 무리가 따르는 듯 보인다. 국내 역시 시장의 크기에 비해 단체가 너무 많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꾸준하게 세를 확장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무대가 있으니 다름 아닌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이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12개국에서 167차례나 이벤트를 개최했으며 MMA뿐 아니라 킥복싱, 무에타이 등 입식격투기까지 다양한 색깔을 포괄하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아시아 유일 메이저 단체다.
 
 여자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와 라이트급 챔피언 크리스천 리

여자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와 라이트급 챔피언 크리스천 리 ⓒ ONE Championship 제공

 
자신감 넘치는 원챔피언십, UFC에 공개 도전장
 
최근 원챔피언십 차트리 싯요통(50·태국) 대표는 UFC와 단체 대항전 형태의 공동 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차트리 대표는 지난달 28일 데이나 화이트(52·미국) UFC 회장에게 종합격투기 맞대결을 공개 제안한 상태다. "양 단체가 챔피언 등 주요 선수를 내세워 정면으로 충돌하는 종합격투기 이벤트를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단순한 관심 끌기용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선수들간 대결에서 UFC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수층 자체는 세계 최고 단체에 아직 무리겠지만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위랭커, 챔피언들에 대해서는 믿음이 큰 분위기다.

한국 종합격투기 라이트급 기대주 옥래윤(30‧부산 팀매드) 또한 여기에 한몫 단단히 거들었다. 올해부터 원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는 옥래윤은 지난 6~7년간 히트(HEAT), 더블지FC 등 다양한 중소단체에서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았다. 13승 3패의 전적을 기록 중이며 9차례나 판정승(69%)을 거뒀을 정도로 경기운영이 좋다는 평가다.

지난 4월 28일 싱가포르 싱가포르 실내체육관서 있었던 '원챔피언십 :원 온 TNT 4(ONE on TNT 4)'는 옥래윤 입장에서 잊을 수 없는 대회다. 당시 그와 맞붙은 상대는 '더 언더그라운드 킹(THE UNDERGROUND KING)' 에디 알바레즈(37‧미국)다. UFC, 벨라토르(Bellator MMA)에서 모두 챔피언에 오른 격투계 레전드다.

옥래윤은 이미 21일 원챔피언십 데뷔전을 치른 상태였다. "일주일 만에 다시 시합에 출전해 세계적 강자와 붙는다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옥래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출격했고 결과는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옥래윤 자신은 물론 원챔피언십 주최 측까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알바레즈는 비교적 작은 신장(175.26cm)으로 접근전에서의 짐승같은 타격 감각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근접 타격은 매우 위력적이다. 앞손으로 거리를 재다가 뒤손으로 강하게 후려친다. 복부에 위력적인 바디블로우가 들어간다 싶은 순간 어느새 안면으로 자연스런 훅 연타가 이어진다.

상대가 훅으로 반격하면 가드로 막아내거나 슬쩍 사이드로 빠지며 어퍼컷을 올려친다. 주로 펀치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지만 기회다 싶은 순간에는 자신보다 큰 선수의 목을 잡고 위력적인 니킥을 꽂아 넣기도 한다. 근접거리에서 치고받는 타격전에 매우 강하다.
 
 에디 알바레즈에게 카운터 니킥을 적중시키는 옥래윤(사진 오른쪽)

에디 알바레즈에게 카운터 니킥을 적중시키는 옥래윤(사진 오른쪽) ⓒ ONE Championship 제공

 
벅찬 상대 알바레즈를 맞아 옥래윤이 내건 카드는 거리 싸움이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신장(183cm)을 살려 거리싸움을 펼쳤고 전략적 움직임을 통해 알바레즈 특유의 화끈한 난타전이 나올 기회를 최대한 봉쇄해버렸다.

원챔피언십 역시 옥래윤의 경기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알바레즈는 2019년 원챔피언십 계약 이후 1승 2패 1무효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직전 경기도 옥래윤에게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어디 그뿐인가, UFC 플라이급 역사상 최고의 스타 드미트리우스 존슨도 아드리아누 모라이스와 벌인 타이틀전에서 KO로 졌다"며 더 이상 UFC 빅네임 파이터들이 독보적 존재가 아님을 역설했다.

원챔피언십은 2018년 10월 웰터급 챔피언 벤 아스크렌(37·미국)을 UFC에 보내고, UFC 플라이급 챔피언 존슨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는 등 그간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9년 4월 U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 UFC 미들급 챔피언 리치 프랭클린(47·미국)이 2014년 6월부터 원챔피언십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단체간 사이가 나쁘지 않은 만큼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단체 대항전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차트리 대표는 대항전이 펼쳐질 경우 양단체간 최정예가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32·브라질),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2·나이지리아), 여자 스트로급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29·미국) 등의 출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자신들도 라이트급 챔피언 크리스천 리(한국어명 이성룡·23·미국/캐나다), 미들급 챔피언 레이니어르 더리더르(31·네덜란드), 여자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한국어명 이승주·25·미국/캐나다) 등으로 맞받을 계획이다. 주최 측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옥래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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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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