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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 30주기를 많아 고정희사업회와 성미산학교가 그를 추모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4월부터 교사들과 고정희 시를 읽으며 특별활동을 진행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4월부터 교사들과 고정희 시를 읽으며 특별활동을 진행했다.
ⓒ 성미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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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두 우주가 둥그렇게'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만들어 여러 세대가 둘러앉아, 이 시대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죽은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다르면서도 역사 안에서 둥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다. 독재와 폭력의 시대를 건너와 풍요로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또 다른 절망과 희망을 만나고 있다.

시인 고정희는 "아무리 우리 사는 세상이 어둡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가 하루를 마감하는 밤하늘에는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아름답게 떠 있고, 날이 밝으면 우리가 다시 걸어가야 할 길들이 가지런히 뻗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 길에 등을 돌려서도 안 되며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름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다"며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과거와 현재를 잇다

한 세대는 대략 30년을 사이에 두고 나뉜다고 한다. 올해는 고정희 시인이 죽은 지 30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풍요로워졌으나 시인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위험해졌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과 기후위기로 공동의 삶에 위기가 직면하고, 여전히 독재와 폭력에 불복종하며 투쟁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은 어디로 뻗어 있을까? 사랑을 멈추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고정희 시인을 만나게 된 건 물론 그의 시를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고정희 시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 시간과 자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고정희는 죽었으나 죽지 않고 여전히 현재까지 살아있다.

우리는 매년 6월이 되면 고정희가 남긴 글을 읽고,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한다. 이 자리를 통해 '우정'을 알게 되었고, '연대'의 마음을 키울 수 있었고, 10대들에게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불가능성 안에서 새로운 역사를 예고하다
 
고정희 시인.
 고정희 시인.
ⓒ 고정희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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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 번의 이야기 자리를 마련하여 버지니아 울프와 안네 프랑크, 고정희에서 한정현과 슬릭, 이길보라로 이어지는 새로운 계보를 만들 예정이다. 대안문화운동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과 10대가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서로의 뮤즈를 찾을 수 있기를, 10대들에게도 동료가 생기고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시대에 대한 언어를 발명해가기를 바란다.

시인 고정희는 우리에게 이런 축제의 시간을 유산처럼 남겨 주었다. 이 시간은 죽은 시인을 과거에 묻어두지 않고, 현재까지 계속 불러와 새로운 연대의 자리를 만든 역사와도 같다. 고정희를 여성주의 시인으로 만드는 작업과 여성주의 문화 운동의 맥락을 만들어 온 지도 대략 한 세대를 건너왔다는 얘기다.

그 시간 동안 한결같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시인 고정희를 불러온 이유는, 여전히 혁명과 해방을 꿈꾸며 불온한 언어가 필요하고, 약한 자들을 향한 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주고, 서로의 용기임을 확인하는 자리, 바로 해방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재는 어쩌면 죽은 시인이 꿈 꾸었던 저지당했던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은 과거의 역사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해방구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불가능성 안에서 새로운 역사를 예고하는, 사랑의 씨앗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정희 시인의 <포옹>이란 시로 이 글을 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모난 사람이나 네모난 사람이나 둥근 사람이나 제각기의 영혼 속에 촛불 하나씩 타오르는 이유 올리브 꽃잎으로 뚝뚝 지는 밤입니다."

[관련기사] 
이게 다 고정희 시인 덕분이다 http://omn.kr/1tlr6
- "상한 영혼에 손 내밀던 페미니스트 고정희, 지금 더 절실" http://omn.kr/1tlx8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미산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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